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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화의 명장면 <15> 코르테스의 아메리카 원정

금은보화에 눈멀어… 정복의 방아쇠 당긴 코르테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4-17 19:22:07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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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가는 항로 개척
- 에스파냐 탐험가들의 ‘금’ 욕망 촉발
- 쿠바 총독 벨라스케스 휘하 코르테스
- 멕시코 원정 계기 국왕권한 위임 받아
- 아즈테카 목테수마 황제 항복 받아내
- 새 황제 옹립 후 격렬한 저항 있었지만
- 신식무기·전염병 등 힘입어 완전정복
- 에스파냐 제국 건설 위한 시발점 마련

아즈테카의 황제 목테수마의 위용. 금으로 장식한 화려한 옷을 입었다.
멕시코시티 국립미술관은 16세기부터 20세기까지 멕시코 미술의 대표적 작품을 볼 수 있는 예술의 보고이다. 멕시코인의 역사, 풍습, 삶을 소재로 한 다양한 그림을 접할 수 있어 작품을 시대별로 보고 나면 멕시코 역사의 대강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그중 나의 시선을 유난히 끈 작품이 있다. 14세기 유럽 문명의 수준과 비교해도 후진적이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 아즈테카 문명의 통치자 중 한 사람 과테목의 고문 장면이다. 에스파냐 정복부대를 이끈 코르테스는 아즈테카 문명의 숨겨진 보물을 찾기 위해 과테목에게 참기 힘든 고통을 가한다. 코르테스는 과테목의 발을 석탄이 타는 화로에 밀어넣고 보물이 어디 숨겨져 있는지 말하라고 강요한다. 극심한 고문에도 굴하지 않고 코르테스를 똑바로 응시하는 과테목의 결연한 눈빛에서 후대 멕시코인들은 에스파냐의 정복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무한한 민족적 자부심과 긍지를 확인하는 듯했다.

콜럼버스의 인도로 가는 항로 개척은 코르테스를 비롯한 에스파냐 정복자들의 금에 대한 욕망을 촉발한 계기였다. 콜럼버스는 항해 일지에서 항해 목적이 금으로 가득 찬 땅의 발견과 정복에 있음을 명백히 밝혔다. 콜럼버스는 의도했던 만큼 막대한 귀금속을 확보하지는 못했지만, 그것이 신대륙의 노다지를 꿈꾸던 이후의 에스파냐 탐험가들의 욕망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에스파냐는 이미 1511년부터 벨라스케스를 쿠바 총독으로 임명하면서 아메리카 대륙 탐험을 위한 대서양 기지로 활용하고 있었다. 코르테스는 그런 벨라스케스의 휘하에서 야망을 키워 나가고 있었다.

■ 테노치티틀란의 금은보화를 보다

스페인의 아메리카 점령을 주도한 장군 코르테스.
1519년 쿠바에서 멕시코 유카탄반도 해안으로 떠나는 원정대를 이끌던 코르테스에게 기회가 왔다. 총독 벨라스케스는 이번 원정의 목적이 교역과 탐험에 있다고 선언하면서 코르테스에게 멕시코의 어떤 지역을 정복하거나 정주하라고 명령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코르테스와 측근들은 멕시코에서 새로 발견할 땅에 자신들의 마을을 세우고 거주할 의도가 있었다. 이런 의도를 실현하려면 상관인 벨라스케스의 통제에서 벗어나 에스파냐 국왕에게 직접 권한을 위임받는 절차가 필요했다. 코르테스는 에스파냐 왕국 구성에서 핵심 역할을 맡았던 카스티야 왕국의 중세법을 활용했다. 이에 따르면 특정상황에서 공동체는 ‘전제적인’ 군주나 그 대리인에 반대하여 집단행동을 할 수 있었다. 코르테스 원정대는 스스로를 하나의 도시공동체로 재편하고 쿠바의 ‘전제적’ 총독 벨라스케스 대신 왕의 이름으로 코르테스를 그 도시의 시장 겸 국왕군 사령관으로 임명했다. 코르테스는 ‘전제적 지배자’ 벨라스케스에게 지고 있던 책무에서 벗어나 에스파냐 국왕의 최선의 이익을 취한다는 명분을 걸고 멕시코 내륙으로 침투해 갈 수 있었다.

코르테스의 고문을 받으면서도 늠름한 아즈테카 황제 과테목을 그린 그림이다.
유카탄반도에서 코르테스는 아즈테카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 즉 현재의 멕시코시티로 300여 명 병사를 이끌고 진군했다. 아즈테카 황제의 지배에 불만을 품고 있던 지역의 일부 부족장을 회유하면서 코르테스 부대는 마침내 테노치티틀란에 진입했다. 아즈테카의 황제 목테수마는 금과 녹색 깃털을 장식한 망토를 걸치고 여러 귀족을 대동한 채 코르테스를 맞이했다. 목테수마가 대서양 너머의 이방인을 이렇게 호의적으로 맞이한 이유는 역사가들 사이에서 여전히 논쟁거리지만, 이 만남을 세계사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충분히 부를 만하다. 목테수마는 수많은 전쟁을 거쳐 멕시코 중부 여러 부족 동맹의 우두머리로서 유럽 문명에 버금가는 중부 아메리카 문명을 이끌고 있었고 코르테스는 르네상스기 유럽에서 최강 군주로 인정받던 에스파냐 왕이자 신성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의 대리인이었다. 두 문명의 대표가 최초의 만남에서 보인 평화적이고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했다면 이후 세계사의 전개는 우리가 아는 세계사와 많이 달라졌으리라.

코르테스는 우호의 표시로 자신이 차고 있던 진주-유리 목걸이를 목테수마의 목에 걸어 주었고 황제는 답례로 목걸이 두 개를 코르테스에게 선물했다. 목테수마의 목걸이에는 각각 새우 모양 금덩어리가 여덟 개씩 달려 있었다 한다. 목테수마는 코르테스 일행에게 부왕이 쓰던 궁전을 숙소로 제공하면서 호의를 베풀었지만, 아즈테카 제국의 엄청난 금은보화를 목격한 코르테스는 만족할 수 없었다. 목테수마를 인질로 잡고 코르테스는 아즈테카 제국 지배권을 에스파냐로 이양하기 위한 본격적 행동에 나섰다. 목테수마에게서 자신에게 복종하겠다는 공식 약속을 받아낸 것이다.

■ 정복의 방아쇠 당긴 코르테스

에스파냐 정복자에게 어떤 의미에서 얌전히 굴복한 목테수마가 사망한 뒤 아즈테카 제국 귀족들은 새 황제를 옹립하고 저항했다. 그 저항으로 코르테스 군대는 1520년 7월, 테노치티틀란에서 잠시 퇴각했다. 코르테스는 테노치티틀란 재정복을 위해 본국에 추가 병력을 요구했다. 또한 적대적이던 부족장을 회유해 병력을 보강했다. 이 와중에 1520년 9월 발병한 천연두는 70여 일에 걸쳐 아즈테카인들을 공포에 떨게 했다. 유럽인들과 접촉해 퍼진 이 전염병에 대한 항체를 전혀 갖고 있지 못했던 아즈테카인들은 속수무책으로 죽어갔다. 목테수마의 뒤를 이은 아즈테카 황제도 천연두로 목숨을 잃었다. 아즈테카 제국보다 뛰어났던 에스파냐 정복자들의 무기도 아즈테카 제국 멸망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지만, 전염병 확산 또한 유럽인의 아메리카 정복에서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요인이다. 코르테스는 결국 이런 요인에 힘입어 테노치티틀란을 필사적으로 방어한 마지막 황제 과테목을 1521년 8월 생포하고 황금을 얻기 위한 가혹한 고문을 가했다. 과테목의 저항 의지를 확인한 코르테스는 1525년 그를 교수형에 처하고 아즈테카 제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즈테카 제국 영토는 에스파냐 왕정 소유가 됐고 에스파냐의 첫 번째 아메리카 부왕령, 즉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을 위한 기초가 됐다.

코르테스의 아메리카 원정은 사적 동기에서 출발했지만, 결과는 개인 차원에 한정되지 않았다. 에스파냐는 코르테스의 멕시코 정복을 시작으로 아메리카 대륙에 그 영토를 넓혀 나갔다. 아메리카의 에스파냐 영토를 분할 통치하는 기구로 설립된 부왕령만 해도 누에바에스파냐 부왕령, 페루 부왕령, 누에바 그라나다 부왕령, 리오델라플라타 부왕령까지 4개가 있었다. 미국 남서부, 멕시코, 중앙아메리카, 카리브해 등에 이르는 광대한 영토가 에스파냐 식민지로 편입된 것이다. 또한 에스파냐는 아메리카의 금과 은을 유럽 대륙으로 유출하여 왕실의 부를 증대시켰고 해상강국으로 부상하기 위한 기본자원으로 활용했다. 코르테스의 원정은 대영제국에 못지않은 ‘에스파냐 제국’ 건설을 위한 시발점이었고 아메리카 원주민의 아메리카를 ‘에스파냐령 아메리카’로 바꿔나간 시발점이기도 했다.

박원용 부경대 사학과 교수

※ 공동기획:부경대 사학과·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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