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1테러 때 수많은 인명 구한
- 모건스탠리 직원 사례 등 소개
- ‘용기 있는 팔로워’ 중요성 강조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을 단죄한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의 네 번째 원칙은 “사실상 도덕적 선택이 가능했음에도, 단지 정부나 상관의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것은 국제법상 면책의 사유가 되지 않는다”라고 한다(112쪽). 쉽게 말해 세계는 오래전부터, 이 책의 핵심 주제인 ‘똑똑한 불복종’(intellegent disobedience)의 가치를 알고 있었다. 끔찍한 결과를 부른 잘못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했으면서도 “나는 (합법적 권위 또는 상부나 상관한테서) 지시받은 대로 했을 뿐”이라 변명해도 소용없다는 뜻이다. 죄는 죄대로 고스란히 남고, 잘못된 지시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복종의 대가로 개인도 상관도 조직도 망한 사례를 저자는 똑똑한 불복종에서 체계 있고 풍부하게 제시한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의 시각장애인 안내견. ‘똑똑한 불복종’의 저자 아이라 샬레프는 책 전반에서 안내견의 중요한 덕목인 똑똑한 불복종 훈련을 강조한다. 국제신문 DB

저자 아이라 살레프는 리더십 전문가다. 특히 ‘용기 있는 팔로워십(courageous followership)’ 분야를 개척했다. 리더(leader)와 팔로워의 관계에서 ‘용기 있는 팔로워’에 초점을 맞췄다. 팔로워가 자기 역할을 진실하고 든든하게 하고, 그런 팔로워십이 바람직한 리더와 단단한 관계를 맺을 때 ‘파트너십’이 생기는데 이것이 그가 추구하는 파트너십이다. 그는 “용기 있는 팔로워십에 대한 연구하다 자연스럽게 똑똑한 불복종까지 연구하게 됐다”고 밝힌다.(58쪽)

책에는 몇 가지 축이 있다. 1960~1963년 진행된 스탠리 밀그램 예일대 교수의 유명한 심리학 실험, 1970년대 필립 짐바르도가 수행한 유명한 스탠퍼드 대학교의 감옥 실험 등이 한 축이다. 모두 부당한 지시에 사람은 왜, 어떻게 복종하는지 파고들었다. 저자가 20년 이상 연구하면서 파악한 똑똑한 불복종의 생생한 사례, 실험, 연구결과도 있다.

인상 깊은 사례로 2001년 9·11 테러 때 수많은 인명을 구한 모건스탠리 보안 책임자 시릴 리처드 레스콜라를 들 수 있다. 그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든다는 이유로 보안 조처와 교육에 심드렁하던 회사 고위층에 대해 ‘똑똑한 불복종’을 행사해 9·11 테러가 터지기 직전 안전 조처를 관철했다. 뉴욕 세계무역센터 건물에는 모건스탠리 직원 3700명이 일했다. 9·11 테러 때 이들 모건스탠리 직원은 13명을 제외하고는 전원 생존했다.

2004년 미국 켄터키주 마운트워싱턴의 맥도널드 매장에서 일어난 열여덟 살 소녀 루이즈 오그본 사건은 끔찍하다. 경찰을 가장한 범인이 전화로 부매니저 서머스에게 루이즈 오그본이 도둑질을 했다고 덮어씌운 뒤 몇 시간에 걸쳐 학대하고 성폭력을 행사하도록 ‘지시’했는데 서머스는 시킨대로 했고, 오그본 또한 공포 속에 울면서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던 사건이다. 뒷날 오그본은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제게 어른이 뭘 시킬 때 말대답하지 말라고 하셨어요”라고 말했다.

저자는 풍부한 사례로 똑똑한 불복종이 왜 필요한지 역설한다. 저자는 안내견이 주인인 시각장애인의 알맞은 지시는 따르되 주인을 위험에 빠트릴 잘못된 지시에는 ‘똑똑하게 불복종’하도록 훈련하는 데서 책 제목을 따왔으며 이 개념을 책에서 줄곧 환기하고 중요하게 활용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