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명한 정원전문가 오경아의
- 에세이 감성 살아있는 실용서
- 각 달마다 어울리는 꽃 가꾸기
- 청초한 일러스트와 함께 담아

몸은 평생 아파트에 갇혀 지냈어도 마음속에 작은 정원 하나는 가꾸고 살지 않나. 마루에 앉아 꽃 풀 나무를 볼 수 있는, 사철 내내 황량함이 없는 그런 정원 말이다. 잘 견디던 회사 생활이 갑자기 못 참게 지겨워지거나 도시살이에 몸과 마음이 쭈글쭈글해진 날, 작은 목제 테이블에 의자 놓고 쉴 만한 정원 하나 돌본다면 큰 위로가 되리라.

가든디자이너 오경아 씨가 속초 자신의 정원에서 포즈를 취했다. 오경아 제공

말이 좋아 ‘도시의 찌든 때를 벗고’ 떠나는 결심이지, 먹고 살 궁리가 어려운 서민에게 귀농·귀촌이나 마당 넓은 집은 ‘허락되지 않는 꿈’의 영역에 속한다. 그래도 언젠가는 ‘정원의 꿈’을 이루고 싶다는 이들에게 정원생활자의 열두 달을 읽어보라고, 아니 가져 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자는 유명한 정원 전문가 오경아다. 영국 에식스 대학교에서 7년간 조경학을 공부했고, 세계 최고 식물원인 영국 왕립식물원 큐가든의 인턴 정원사로도 일했다. 귀국 후 정원 설계회사 오가든스를 설립해 가든 디자이너로 활동 중이며, 강원도 속초에 있는 ‘오경아의 정원학교’에서는 전문가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드닝을 가르치고 있다. 방송 작가의 전력을 살려 ‘정원의 발견’ ‘가든 디자인의 발견’ ‘정원생활자’ ‘소박한 정원’ ‘영국 정원 산책’ ‘낯선 정원에서 엄마를 만나다’ 등 전문 서적과 에세이의 경계를 넘나드는 책들을 펴냈다.

2015년 서울을 떠나 속초에 정착한 뒤 오경아는 제3의 인생을 맞은 것 같다. “책상 앞 유리창 너머로 작은 정원이 보인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직박구리가 산딸나무에 매달아 둔 사과를 먹겠다고 수없이 찾아온다. 엊그제는 산에 먹이가 없어서인지 족제비가 찾아와 벗어놓은 신발 속에 얼굴을 넣고 킁킁거리다 사라졌다.” 그림을 그려 보이듯 청명하고 조용한 정원 풍경 묘사에 마음이 다 고요하다.

오해하지 말 것. 이 책은 어디까지나 실용서다. 그가 이론으로, 실습으로 터득한 정원생활 노하우를 담았다. 각 장을 1년 열두 달로 구분하고 각 장은 다시 ‘바깥 정원의 달별 노트’와 ‘손바닥 가드닝’ 노트로 나눴다. 각 달에 피는 꽃과 심기 좋은 식물, 이들을 심고 가꾸는 방법을 알려준다. 너른 정원이 없는 사람을 위해 ‘베란다 정원’ ‘양동이 정원’ 가꾸는 법도 함께 담았다. 설명은 자세하고 친절해서 한 뼘 땅이라도 있다면 당장 실행에 옮겨볼까 하는 의욕이 생길 만하다. 페이지마다 청초하게 실린 일러스트를 보는 것만으로 이미 작은 정원 하나를 품은 듯한 기분이다. 그래서 실용서이면서도 소유욕을 자극하는 책이다.

신귀영 기자 k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