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2016년 사회에서 열심히 일하던 평범한 20, 30대 청년 6명이 시력을 잃었다. 파견노동자로 스마트폰 부품 공장에서 일하면서 만졌던 메탄올이 원인이었다. 인터넷매체 ‘오마이뉴스’ 기자인 저자는 불법 파견이 이뤄진 공장에 위장 취업한 경험과 메탄올 중독으로 실명한 6명과 가진 인터뷰를 바탕으로 누가 이들의 눈을 멀게 했는지 파헤친다.

이현순 방동근 이진희 양호남 전정훈 김영신. 이들 누구도 자기가 일할 때 사용하는 액체가 눈을 공격할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공장의 누구도 그 액체가 위험하다고 말해주지 않았다. 일하는 12시간 내내, 환기도 되지 않는 좁은 공장에서 무방비 상태에서 메탄올을 들이마셨다. 노동자 6명이 일하다 실명했는데 사업주는 책임을 지지 않았다. 실명한 이들은 하나같이 파견노동자였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파견노동자의 안전에 관심이 없다. 그 사각지대에서 메탄올 중독 실명사건이 일어났다. 저자는 파견노동이야말로 대기업 하청 문제와 함께 메탄올 중독 실명 사건의 근본 원인이라 주장한다. 파견 노동이 없었다면, 안전 장비도 없이 시력을 잃는 일도, 국가와 회사로부터 제대로 보상받지도 못하고 내쳐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모른다.

업체에 들이닥치고도 메탄올을 발견 못 한 근로감독관에게는 책임이 없을까. 근로감독관이 그때 메탄올을 발견했다면 한 노동자가 더 쓰러지는 불행은 막을 수 있었다. 메탄올 중독 실명 피해자들은 사상 처음 근로감독관의 잘못을 두고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현재 재판은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노동자 6명이 작업장에서 실명했지만 대다수 언론은 짧은 산업재해 기사로 처리했다. 피해자 김영신은 유엔인권이사회에 참석해 “우리는 일회용 종이컵처럼 사용되고 버려졌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정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위험을 ‘외주화’하는 불법 파견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밀려온다.

박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