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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휘의 시네필] 한국영화가 사회상 담을 때 빠지는 함정

영화 ‘염력’과 ‘공동정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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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22 18:44:23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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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력’(2018)과 ‘공동정범’(2018)은 용산 참사라는 하나의 모티브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갈래의 나뭇가지와 같다. 1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와 저예산 다큐멘터리는 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에 맞서는 철거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전자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한 개인을 통해 장르의 틀 안에 현실을 투영한다면, 후자는 실제 참사를 경험한 이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남아있는 사건의 여파를 그린다. 두 작품 모두 오늘날의 사회상을 영화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의 소산이다. 그러나 만듦새의 측면에서 살펴본 이 영화들은 현재 한국영화들이 겪는 일련의 문제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염력’의 한 장면. 장르적 완성도의 결핍·서사의 빈약을 상투적 레토릭으로 채우려 했다.
먼저 ‘염력’의 문제점은 장르적 완성도가 결핍된 서사의 빈약함을 상투적인 레토릭으로 채우려는 데 있다. 장르 영화로서 슈퍼히어로물은 평범한 인물이 능력을 얻게 되었을 때 어떠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지, 능력을 활용하는 데 숙달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한 묘사를 반드시 깔아놓는다. 비현실적인 요소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관객을 설득하는 과정으로서 예비서사 부분은 필수적인데, ‘염력’에서는 이런 부분이 대폭 축소되어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중심에 뛰어드는 연결고리가 부녀지간의 가족 서사로 귀결되는 진부함 또한 극의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조차도 부녀 양자 간의 심리적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을 대강 축약해 서사의 핍진성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유미가 연기하는 홍상무이다.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연기의 톤은 지나칠 정도로 연극적이고 작위적이며, 극 중 인물의 입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다 말해버리는 노골적인 역할을 맡음으로써 각본과 연출의 부실함을 때우려는 함정에 빠지고 만다. ‘염력’은 사회 시스템의 폭력 안에서 초능력이라도 있어야 대항할 수 있는 소수자의 처지와 동시에 그런 능력조차 내부로 수렴해버리려는 체제의 견고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지만,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영화가 빈약한 드라마투르기를 자기주장의 강변으로 대체하는 순간, 장르성과 시사성 양면에서 완전히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공동정범’은 깨진 거울 조각을 맞추듯 ‘염력’의 공백을 채우는 격의 다큐멘터리이다. ‘염력’의 결말과 달리 용산 참사의 피해자들은 위로받지 못했고, 가해자는 국제 제도의 틀 안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항의 주체들 또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각자의 상처와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연대하기 어려워하는 현실의 단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사건과 대상에 접근하는 ‘공동정범’의 시선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일부 불필요한 시각 효과와 인위적인 앵글을 덧붙여 극영화적인 작위를 내비치면서 영화의 객관성은 흐트러지고 관객은 감정적 반응을 강요당한다.
   
증언을 엮는 것만으로도 메시지의 전달에는 문제가 없으며,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야 함에도 ‘공동정범’의 연출은 다큐멘터리의 미덕과 프로파간다의 위험성 사이에서 흔들리며 절반의 성취에 그치고 만다. ‘염력’과 ‘공동정범’은 작품의 기획 의도가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영화가 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때 객관을 잃는 감정적 과잉, 장르적, 형식적 만듦새의 문제를 덮는 한국영화의 고질적 증후는 이렇게 계속된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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