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재휘의 시네필] 한국영화가 사회상 담을 때 빠지는 함정

영화 ‘염력’과 ‘공동정범’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22 18:44:23
  •  |  본지 2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염력’(2018)과 ‘공동정범’(2018)은 용산 참사라는 하나의 모티브에서 갈라져 나온 두 갈래의 나뭇가지와 같다. 13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상업영화와 저예산 다큐멘터리는 공권력의 부당한 집행에 맞서는 철거민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닌다. 전자는 우연히 초능력을 얻게 된 한 개인을 통해 장르의 틀 안에 현실을 투영한다면, 후자는 실제 참사를 경험한 이들이 살아가는 현재의 뒷모습을 따라가며 남아있는 사건의 여파를 그린다. 두 작품 모두 오늘날의 사회상을 영화적으로 반영하고자 하는 의도의 소산이다. 그러나 만듦새의 측면에서 살펴본 이 영화들은 현재 한국영화들이 겪는 일련의 문제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염력’의 한 장면. 장르적 완성도의 결핍·서사의 빈약을 상투적 레토릭으로 채우려 했다.
먼저 ‘염력’의 문제점은 장르적 완성도가 결핍된 서사의 빈약함을 상투적인 레토릭으로 채우려는 데 있다. 장르 영화로서 슈퍼히어로물은 평범한 인물이 능력을 얻게 되었을 때 어떠한 심리적 변화를 겪는지, 능력을 활용하는 데 숙달되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는가에 대한 묘사를 반드시 깔아놓는다. 비현실적인 요소를 현실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관객을 설득하는 과정으로서 예비서사 부분은 필수적인데, ‘염력’에서는 이런 부분이 대폭 축소되어 있다. 주인공이 사건의 중심에 뛰어드는 연결고리가 부녀지간의 가족 서사로 귀결되는 진부함 또한 극의 참신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이조차도 부녀 양자 간의 심리적 간극이 좁혀지는 과정을 대강 축약해 서사의 핍진성을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린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정유미가 연기하는 홍상무이다. 의도를 감안하더라도 연기의 톤은 지나칠 정도로 연극적이고 작위적이며, 극 중 인물의 입으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직접 다 말해버리는 노골적인 역할을 맡음으로써 각본과 연출의 부실함을 때우려는 함정에 빠지고 만다. ‘염력’은 사회 시스템의 폭력 안에서 초능력이라도 있어야 대항할 수 있는 소수자의 처지와 동시에 그런 능력조차 내부로 수렴해버리려는 체제의 견고함을 이야기하려 한다. 하지만, 관객을 설득해야 하는 영화가 빈약한 드라마투르기를 자기주장의 강변으로 대체하는 순간, 장르성과 시사성 양면에서 완전히 실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공교롭게도 ‘공동정범’은 깨진 거울 조각을 맞추듯 ‘염력’의 공백을 채우는 격의 다큐멘터리이다. ‘염력’의 결말과 달리 용산 참사의 피해자들은 위로받지 못했고, 가해자는 국제 제도의 틀 안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저항의 주체들 또한 평범한 인간으로서 각자의 상처와 불완전함을 끌어안고 살아가며, 연대하기 어려워하는 현실의 단면을 비춘다는 점에서 사건과 대상에 접근하는 ‘공동정범’의 시선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나 일부 불필요한 시각 효과와 인위적인 앵글을 덧붙여 극영화적인 작위를 내비치면서 영화의 객관성은 흐트러지고 관객은 감정적 반응을 강요당한다.
   
증언을 엮는 것만으로도 메시지의 전달에는 문제가 없으며, 판단은 관객의 몫으로 남겨야 함에도 ‘공동정범’의 연출은 다큐멘터리의 미덕과 프로파간다의 위험성 사이에서 흔들리며 절반의 성취에 그치고 만다. ‘염력’과 ‘공동정범’은 작품의 기획 의도가 훌륭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영화가 되지는 않음을 보여주는 예이다. 사회적 메시지를 전할 때 객관을 잃는 감정적 과잉, 장르적, 형식적 만듦새의 문제를 덮는 한국영화의 고질적 증후는 이렇게 계속된다.

영화평론가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민중혁명의 효시이며 민주주의 발전 시발점”
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양산 단풍콩잎장아찌
국제시단 [전체보기]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단풍 들어 /정온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스페인 간 이휘재·이원일의 ‘이슐랭 가이드’
MC 이휘재 vs 성시경 ‘미식여행’ 승자는
새 책 [전체보기]
성공한 인생(김동식 지음) 外
사랑은 죽음보다 더 강하다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도덕적 가치에 대한 진지한 고민
고수 10인이 말하는 음식 의미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무자연(舞自然)-점화시경, 장정 作
木印千江 꽃피다-장태묵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위대한 과학자들의 결정적 시선 外
31가지 들나물 그림과 이야기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마루나무비 /박옥위
샛별 /정애경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회 바둑전왕전 2국
제35기 KBS바둑왕전 준결승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허세 대신 실속 ‘완벽한 타인’ 배워라
봄여름가을겨울, 음악과 우정의 30년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부산, 영화를 만나다’로 본 독립영화의 면면들
암수살인과 미쓰백…국민 국가의 정상화를 꿈꾸며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책 향한 광기가 부른 파국…그 열정은 아름다워라 /박진명
가슴에 담아둔 당신의 이야기, 나눌 준비 됐나요 /정광모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눈물과 우정으로 완성한 아이들 크리스마스 연극 /안덕자
떠나볼까요, 인생이라는 깨달음의 여정 /강이라
현장 톡·톡 [전체보기]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영화철학자’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패션·예술 유산 한곳에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6일
묘수풀이 - 2018년 11월 1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제5회 대주배 남녀 프로시니어 최강자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疏通不在
至虛恒也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

무료만화 & 게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