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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3> 똑똑한 관객의 연극보기

극장 나서며 아무런 자극 없다면 당신이 아닌 연극이 수준 낮은 것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2-06 19:01:3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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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언어를 이해하지 못해도
- 에너지를 주는 게 좋은 연극
- 보고 느끼는 그대로가 정답

“연극을 어떻게 봐야 해요?”

관극경험이 많지 않은 관객을 무대 밖에서 만나면 많이 받는 질문이다. 나 역시 연극인의 길을 걷기 전 한 사람의 관객이었다. 그래서 그 질문의 난감함을 안다.
   
극단 배관공의 연극 ‘소라가 말허는 것이 하두 신기해서’의 한 장면. 표현이 다소 어렵더라도 자신의 직관을 따르는 것이 감상의 정답일 수 있다. 공연사진가 김도웅 제공
■ 지나치게 겸손하지 말자.

가끔 형편없는 연극을 보고 나왔는데 관객들이 의외로 후한 점수를 줄 때 한편 당혹스럽다. 공연을 오롯이 공감하지 못했거나 극장에서 아무런 자극이나 충격도 받지 못했을 때 관객은 오히려 자신의 수준 탓으로 돌리는 겸손함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좋은 연극은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 해도 극장 안에서 관객들에게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제공한다. 부조리극이나 실험극과 같은 경우 더욱이 두 시간 남짓한 시간 안에 그 언어를 모두 다 이해한다는 건 무리이다. 그러니 당신이 아무런 자극도 받지 못하고 지루했다면 아마 ‘못 만든 연극’일 가능성이 크다.

■ 자신의 직관을 믿고 맡겨라.

예전에 “어떤 싸움의 기록”이라는 작품을 공연할 때다. 표현들이 다소 어렵다는 평가를 받던 작품인데 영재 모임 초등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다. 영재들이라고 해도 관극을 힘들어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었다. 마치고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있었다. 아이들의 질문들이 쏟아졌고 한 학생이 장면의 상징과 의미에 대해 연출자에게 질문했다.

연출은 답변 대신 “그 장면을 본인은 어떻게 느끼셨나요?”라고 되물었다. 질문한 학생은 본인이 이해한 바와 느낀 바를 설명했다. 다른 학생들도 대다수 그 학생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 우리는 잠시 놀랐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직관적으로 이해한 것이 우리가 표현하고자 한 바와 아주 가깝게 닿아 있었기 때문이다.

관객들은 자신이 이해하고 분석한 것이 정답인지 확인하고 싶어 한다. 그런 강박에서 벗어나자.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데에는 가끔 사전지식이나 분석력보다 직관을 따르는 것이 정답일 수 있다.

■ 관극은 독서와 같다.

때때로 나는 연극을 독서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가 처음 책을 접할 때 글자보다 그림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다 차츰 글자 수가 많아지고 글자의 크기도 작아진다. 마침내 글자로만 가득한 책을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소설이나 가벼운 수필에서 시나 인문학, 전문서로까지 발전한다. 처음 연극을 가볍고 대중성 짙은 작품으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러나 거기서 멈춘다면 그림책만 읽는 것과 같다.
   
질문을 가진 연극을 찾아보자. 객석에 불이 켜지고 극장 밖으로 나올 때 질문이 남는 시간이야 말로 연극보기의 가장 멋진 순간이다.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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