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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의 그 고장 소울푸드 <2> 통영의 볼락음식

유치환이 사랑한 구이…무와 같이 삭혀 김치로 통영 바다, 통째 들었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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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2-01 18:38:18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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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뽈래이’ ‘뽈락’ ‘뽈라구’로
- 치어부터 성체까지 먹는
- 통영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생선

- 배도 안 가른채 연탄불에 구우면
- 그 냄새·연기따라 술꾼 모이고
- 두 달 삭힌 볼락 넣은 김치는
- 고향의 맛·어머니의 맛 대표해

- 겨울철 제 맛인 굴·물메기와
- 밥상·‘다찌집’ 술상 인기 재료

고장마다 그 고장 사람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식재료나 음식이 있다. 통영의 ‘볼락’이 그 대표적인 예라 하겠다. 통영 사람들에게 ‘볼락’은 현재진행형의 ‘추억의 음식’, ‘어머니의 음식’이라 할 수가 있다. 통영에 있든 통영을 떠났든 통영 사람에게는 늘 친근하면서도 그리운 음식이 볼락 음식이다.
   
통영음식 전문가이며 사진가인 이상희 씨가 제공한 통영 볼락 음식 사진. 통영 볼락의 진미를 맛보게 해주는 볼락구이이다.
통영 사람들은 볼락을 ‘뽈래이’ ‘뽈락’ ‘뽈라구’ 등으로 부르며, 볼락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곤 한다. 활어든 선어든, 왕볼락이든 젓볼락이든, 가리지 않는다. 다양한 볼락 음식이 발달할 수밖에 없는 곳이 통영이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이 무전동에 있을 무렵. 터미널 주위 식당에서 다양한 통영 음식을 맛볼 수 있었다, 그중 어느 집도 빠지지 않고 차려내던 음식이 볼락 음식이었다. 특히 엄지손가락만 한 볼락 새끼를 석쇠에 가지런히 얹고 연탄불에 은근하게 구워낸 ‘젓볼락구이’는 통영의 대표적인 음식이었다. 저녁 무렵 젓볼락이 구워지는 구수한 냄새와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연기는 통영의 술꾼을 죄다 모으는 데 일조했다.

시인인 차영한 한빛문학관장은 말한다. “청마 유치환, 하보 장응두 등 당대의 시인들은 ‘볼락구이’가 안주로 나오지 않으면 술을 안 먹을 정도로 볼락을 사랑했어요. 하보 선생은 술집에 볼락구이가 없으면 도로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만큼 볼락은 통영을 대표하는 생선이었지요.” 한때 통영 앞바다에서 가두리 양식을 했던 김보한 시인은 이렇게 설명한다. “볼락은 통영 근해에서 계절 없이 흔하게 잡히던 어류였습니다. 맛이 좋아 일제강점기에는 싼값에 일본으로 반출된 수탈 어종이기도 했지요. 특히 잔가지를 잘 발라먹는 통영사람들의 습성이, 작으면서도 살이 넉넉한 볼락구이에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크기·색깔 따라 이름도 달라져

   
볼락젓.
볼락은 해저 동굴이나 암초지대에 서식하면서 야밤에 수초 사이로 떼를 지어 먹이활동을 하는 어종이다. 배 속에 알을 슬었다가 새끼를 낳는 난태생 어종으로 크기는 평균 15~25㎝ 정도이다. 경남 해안 지역에서 흔히 보는 어종이라 경남 도어(道魚)로 지정되어 있다.

볼락은 그 색깔에 따라 이름도 달리한다. 어부들이 붙여준 이름으로, 체색이 검은빛을 띤 것은 ‘먹볼락’, 푸른빛을 띠면 ‘청볼락’, 배쪽에 금색이 도는 놈은 ‘금볼락’, 약간 노란 빛을 내는 것은 ‘황볼락’이다.

크기에 따라서도 이름과 먹는 방법이 달라진다. 손바닥보다 작은 10㎝ 안팎은 젓갈을 담는 크기라 해서 ‘젓볼락’, 손바닥만 한 크기는 ‘중볼락’, 한 뼘 넘는 크기는 ‘왕볼락’이라 한다. 크기에 따라 볼락구이, 생선회, 볼락젓갈, 볼락매운탕, 볼락김치 등으로 조리해 먹는다.

‘젓볼락’은 이름대로 소금 넉넉하게 넣고 젓갈을 담거나, 연탄불 석쇠에 구워 통째로 아작아작 씹어 먹는 ‘젓볼락구이’로 먹는다. 머리, 내장 등만 제거하고 회로 먹는 ‘볼락통회’도 별미다. 손바닥만 한 ‘중볼락’은 배를 가르지 않고 소금을 철철 뿌려 ‘볼락 소금구이’를 하는데, 내장이 별미 중 별미다. 무를 나박하게 썰어 ‘볼락김치’를 담그고, 뼈째 썰어서 ‘볼락뼈회’로도 먹는다. 한 뼘이 넘는 ‘왕볼락’은 매운 고춧가루를 넣고 팔팔 끓여낸 ‘볼락매운탕’으로 먹으면 제격이다.

이렇듯 치어에서 성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활용되기에, 제각각 만들어 먹는 음식이나 장만하는 방식 또한 독특하게 발전한 것이 통영의 볼락음식이다. 그중 볼락구이는 볼락의 진미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음식이다. ‘타닥타닥’ 익는 소리가 마치 통영 바다에 비가 듣는 듯하다. 머리부터 통째 씹어 먹으면 짭쪼름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어두일미다. 살은 고슬고슬 쫀득하다. 볼락 내장의 고소함은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근사하다.

■‘맹목적 사랑’ 받는 볼락김치

   
볼락김치.
겨울에 담아 먹는 볼락김치는 통영 사람들이 맹목적이라 할 정도로 좋아하는 토속 음식이다. 새콤하면서도 아삭하고, 시원하면서도 구수하다. 감칠맛 또한 여운이 길고도 길다.
볼락김치는 수산물과 함께 담근 ‘섞박지 김치’의 종류로, 부산의 ‘갈치석박지’, 제주의 ‘자리섞박지’, 완도의 ‘전복섞박지’ 등이 대표적이다. 김장을 할 때 무를 큼지막하게 썰어서 중치의 볼락을 생으로 넣거나 소금에 절인 후 함께 넣고 버무려 김치를 담근다.

통영 서호시장의 볼락김치 명인인 서씨상회 나복희(68세) 여사에게 볼락김치에 대해 물었다. “볼락김치는 김장 무가 맛있는 겨울철 설 전후가 가장 맛있어요. 한 번 담글 때 볼락 200㎏ 정도를 담그는데, 많이 담가야 깊은 맛이 더해져요. 볼락을 통째로 무와 함께 담그죠. 젓국은 갈치젓국을 사용해야 김치가 구수하면서도 시원해져요.” 서 여사는 “볼락은 두어 달 삭히고, 무는 일주일 쯤 삭히면 맛이 든다. 볼락을 먼저 삭혀 김치를 담는 것이 좋다”고 한다. 볼락의 크고 검은 눈이 백태가 낀 것처럼 하얗게 변했을 때가 볼락김치가 잘 익어 가장 맛있을 때라고도 귀띔해준다.

사진가인 이상희 통영음식 전문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볼락김치는 지금부터 정월대보름까지 먹는 통영의 별미 김치다. 내륙 분들은 김치에 생선이 통째 들어가니 깜짝 놀라기도 하지요. 그러나 생선이 통째로 들어감으로써 젖산발효가 되어 톡 쏘는 김치와 함께 부드럽게 연화된 볼락을 통째 먹을 수 있게 되지요. 이 두 가지 식재료가 합일해서 김치를 더욱 감칠맛 나고 깊은 맛을 내게 합니다.”

볼락은 통영 바다의 짭조름한 향기가 물씬 묻어나는 어족이다. 그러하기에 통영 사람들의 볼락음식에 대한 애정은 태생적이라 할 수 있다. 고향을 떠난 이에게는 ‘고향의 맛’으로, 통영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머니의 맛’으로 귀결되는 음식. 통영 사람들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어릴 적 추억을 부르는 맛이 통영의 볼락 음식이다.

■이 계절 통영에 가면

볼락이 통영의 ‘사계절 음식’이라면 통영의 겨울은 ‘굴’과 ‘물메기’가 밥상을 푸짐하게 차려준다.

통영권 섬 지방에서는 연안에서 한창 잡히는 물메기를 바닷바람에 말리느라 분주하다. 섬 주민들은 물메기를 말려 저장해 놓고 양식 삼아 두고두고 먹는다. 솥에 쪄 양념 발라 먹는 물메기찜이나 쌀뜨물에 불린 물메기를 먹기 좋게 썰어 국으로 끓여 먹기도 한다.

통영 굴은 전국의 양식 굴 대부분을 차지할 정도로 생산량이 많다. 통영 사람들의 굴 소비량 또한 만만찮다. 통영 사람들은 이 굴을 ‘꿀’이라 부르는데, 어떤 음식으로 조리해 먹어도 ‘꿀맛’ 같다고 ‘꿀’이라 부른단다. 굴회 굴무침 굴구이 굴찜 굴젓 굴국 등으로 먹는다.

   
통영은 오래전부터 어항으로 유명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 때는 어획량이 급증해 항구 주변에는 넉넉한 호주머니의 어부들을 위한 독특한 음주문화가 정착한다. 바로 ‘다찌’라는 술집문화다. 일본의 선술집인 ‘다찌노미야’에서 그 어원을 찾아볼 수 있는데, 술을 주문할 때마다 통영의 식재료로 조리한 안주가 계속 제공된다. 술을 계속 시키면, 더 좋고 맛있는 음식을 계속 맛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음식문화칼럼니스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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