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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진선미의 연극마실 <1> 부산 연극의 빈자리

관객·배우·스태프의 빈자리…연말 연극 성수기 반갑지 않다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8-01-09 1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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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단들 대관 줄잇는 12월
- 지원금 빌미 급조한 공연 많아
- 관객은 생생한 현장 바라는데
- 과연 그 즐거움 채울 수 있을지

“떠났다고 곁에 없는 것이 아니듯, 자리에 없다고 기다림조차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연극 현장 등을 주로 기록하는 공연 사진 전문가 김도웅의 사진 작품. 사진 속 빈 의자는 좀체 채워지지 않는 연극계 빈자리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공연사진가 김도웅의 포토에세이의 첫 머리이다. 사진을 처음 대하는 순간 저 황량하고 불안한 빈자리가 마치 부산의 연극 현실처럼 다가왔다.
부산 연극에는 빈자리가 많다. 우선 관객의 빈자리다. 하도 많이 투덜거려 식상할 지경이다. 관객의 자리가 비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이유들은 짐작이 간다. 배우의 빈자리도 늘어간다. 해마다 이즈음 되면 누가 서울로 간다더라, 유학을 간다더라 등 연극을 하는 누군가 부산을 떠난다는 소식이 속속 날아든다. 그럴 때는 바람이 한 번씩 내 가운데를 지나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12월이 되면 부산의 공연장은 성수기다. 여기저기 극단들의 대관이 줄을 잇는다. 관객은 오랜만에 골라보는 재미를 즐길 수도 있겠다. 그러나 왜 하필 유독 12월에 공연이 많은 걸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큰 이유 중 하나는 ‘지원금’이다. 연초에 선정된 지원금에 대한 실적으로 그해 연도 내에 결과물을 생산해야 다음 지원신청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일 년을 두고 기획한 작품이 아니라면 급조된 것이 많다. 어떤 극단은 심지어 연출가가 해외출장에서 공연 6일 전 귀국한 바람에 겨우 공연을 올렸다는 후문도 있다. 부산 연극인이 연대책임의식을 가지고 뼈저리게 반성할 대목이다.

기한 내 공연들이 몰리다 보면 전문 스태프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다. 전문 스태프의 빈자리가 현실로 드러나는 순간이다. 지난해 12월의 공연 중 한 작품을 보러 갔다가 부산에서 매우 왕성하게 활동하는 조명 디자이너를 우연히 만났다. 빠듯한 시간 내 조명 작업을 마치고 첫 공연이 올라가기 직전에야 겨우 담배 한 모금 마음 편히 필 수 있게 된 그와 짧게 안부와 근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그가 12월 한 달 사이 8개 작품을 했다는 말을 들었다. 놀라움과 함께 걱정이 앞섰다.

현재 부산에서 조명 디자인이 가능한 이들 대부분이 안정된 생계유지를 위해 공공기관에 속한 공연장이나 기업에 취업한 상태라 자유롭게 작품 활동을 하는 것이 녹록지 않다. 그러니 프리랜서로 일하는 그에게 일이 몰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그가 수익이 많은 것도 아니다. 디자이너를 도와 실제 세팅을 담당할 크루들은 그보다 훨씬 모자라 맘껏 부를 수도 없거니와 극단에서도 형편상 제대로 된 보수를 지급하기 어려우니 디자이너가 일당을 받는 형국을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른 분야도 양상은 크게 다르지 않다.

연극이 완성되는 데에는 몇 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텍스트, 배우, 연출 그리고 이미지를 형상화해 줄 조명, 미술, 음악 등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연극이 연극으로서 기능적으로 완성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관객이다.

관객에게 물어보자, 연극을 보는 이유에 대해. 다른 영화, 공연이 아닌 연극만이 주는 즐거움에 대해, 얼마 전 부산에서 창간된 연극잡지 ‘파이플’이 주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눈앞에서 바로 펼쳐지는 현장성이 극장으로 이끈다고 말한 사람이 가장 많다. 약점으로는 비싼 티켓 가격이 3번째로 꼽혔다.

영화와 달리 배우가 매번 직접 연기를 해야 하는 연극을 두고 티켓 가격이 부담된다는 관객은 극장에서 무엇을 원하는 걸까. 아니 무엇을 얻지 못해 티켓 가격이 부담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리고 함께하던 연극인들이 부산을 떠난 이유는 뭘까.

   
바람이 지나간 자리를 가만히 만지며 생각해 본다. 사진 속 저 의자에 빈 것은 과연 무엇일까.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자극’이 없는 것이 아닐까. 잃어버린 것을 다시 불러올 자극이 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

연극인·연극비평지 ‘봄’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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