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년간 매일 10시간 춤 연습
- 두 번의 부산무용제 대상 수상
- 전국무용제 은상·연기상 등…
- 스포트라이트 받으며 전성기에
- 3년 전 무릎수술 이어 또 다쳐
- 작년 대형공연 3개 못 올라 눈물
- 재활훈련·레슨하며 복귀 준비
- ‘미친 개미들’ ‘잊혀질 권리’처럼
- 사람이야기 담은 개인공연 할 것
춤이 삶의 전부였던 이에게 부상으로 잠시 떠나야 했던 무대는 늘 그리움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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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연습 도중 무릎 부상으로 무대를 잠시 떠났던 춤꾼 손영일 씨가 서면의 한 춤연습실에서 춤을 연습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의사의 만류에도,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몸을 만들며 복귀 준비를 한 춤꾼 손영일(34) 씨. 마침내 다시 화려하게 날아오를 준비를 마쳤다.
“아직 무릎이 완전히 나았다고 할 수는 없어요. 완치 판정을 받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하루라도 빨리 춤추고 싶습니다.”
부산 서면의 한 춤 연습실에서 만난 손 씨는 두 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잠시라도 몸을 가만히 두질 못했다.
“항상 몸을 움직이는 게 습관처럼 됐어요. 공연을 앞두고 있을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동작을 연습하는 사람인데, 가만히 있으려니 오죽 답답하겠어요. 오늘은 무릎이 얼마나 굽혀지나, 동작은 얼마나 자연스럽나 늘 체크하게 되요.”
그는 지난해 9월 공연을 일주일 앞두고 연습 중에 무릎 연골이 끊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그는 “다치자마자 아픔을 느낄 새도 없이 ‘큰일 났다’는 생각만 들었다. 2017년 연말을 맞아 주요한 역할로 출연해야 할 대형 공연을 3개나 앞둔 시기였다.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고 그는 회상했다.
■전성기의 춤꾼, 부상으로 좌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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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영일 안무가의 작품 ‘빈집, 그 껍데기’. |
그는 3년 전에도 같은 부상을 당해 수술을 받았다. 그때도 수술 이후 다시 무대에 서기까지 반년이 걸렸다. 손 씨는 이번 부상으로 지난해 연말 원하던 무대에 전혀 설 수 없었다. 그의 자리는 다른 춤꾼으로 채워졌다. 부상당했던 기간에 그는 지난 무용수 생활을 돌아보고 자신의 몸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다행히 수술 경과는 좋았어요. 그래도 완쾌될 때까지 되도록 움직이지 말라고 의사 선생님이 그러더라고요. 하지만 가만히 있는 게 더 두려웠어요. 깁스를 한 상태에서도 혹시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될까 봐 매일 다리를 조금씩 움직였어요. 신기한 건, 아직 완쾌되지 못했는데도 무대에 서면 발이 또 움직인다는 거죠.”
벌써 20년 넘게 춤과 동고동락한 손 씨에게 춤은 일종의 ‘몸으로 쓰는 자서전’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춤추기 시작해 브니엘예고와 동아대 무용학과를 졸업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부산 춤판이 인정하는 대표 춤꾼으로 성장했다. 그는 화려해 보이는 무용수들이 겪는 고통과 갈등, 외로움에 대해 얘기했다.“ 완벽한 공연을 위해 2, 3개월 전부터 매일같이 연습합니다. 평소엔 하루 5시간 정도 연습하다가 공연이 다가오면 하루 10시간 이상 연습하죠. 그렇다 보니 춤꾼에게 부상은 밥 먹는 것과도 같아요. 늘 함께하는 일상인 거죠.”
손 씨는 최근 몇 년간 각종 무용제에서 수상하며 전성기를 맞았다. 안무가로서 춤을 만들고 공연을 기획하는 동시에 무용수로도 활발하게 무대에 올랐다. 정신적으로 모색하는 힘과 표현력이 절정인 듯했고 테크닉도 완숙한 경지를 향해 갔다. 2009년 제18회 부산무용제에서 최연소(당시 26세)로 대상과 안무가상, 2015년 제24회 부산무용제 대상, 같은 해 전국무용제 은상과 연기상을 받았다. 지난 6월에는 부산국제무용제(BIDF) 경연 부문인 ‘AK21국제 안무가 육성공연’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러던 중 부상을 당한 것이다. “잘 나가던 몸이 갑자기 무대 오르기 전 배신한 느낌이었죠.”. 배신은 외로움으로 이어진다. “날마다 몸을 움직이던 사람이 집에만 있자니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2주 전부터는 레슨을 시작했어요. 요즘엔 일주일에 3번 가르치면서 재활 운동도 열심히 하죠.”
■새해 목표 “더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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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부산무용제 대상을 받은 작품 ‘잊혀질 권리’ 한 장면. |
계속된 큰 부상이 부담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무대로 다시 향할 준비를 한다. 그는 “이 희열을 끊을 수 없어요. 안무를 짜면서도 무용수들과 같이 땀 흘리면서 몸으로 소통하자는 주의예요. 그러면서 즉흥적인 동작도 나오고, 공연에 반영이 되죠.” 그는 쉬면서 춤에 대한 욕심이 더 커졌다고 했다. 올해부터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개인 공연을 할 예정이다. “올해 2월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거든요. 지난 연말 놓쳤던 기회를 다시 잡고자 개인 공연도 하고 다른 공연에도 많이 출연할 생각이에요. 국내외 무용제에도 참여해 더 큰 상에 도전하고 싶어요.” 2018년 무술년 계획을 말하는 그의 눈에서 빛이 났다.
손 씨는 그동안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왔다. 그의 춤 작품을 보는 누구나 쉽게 주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안무하는 데 힘쓴다. 관객이 보고 느끼는 게 정답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09년 부산무용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작품 ‘미친 개미들’은 끊임없이 자극하는 요소들 속에서 겉으로는 무뎌지지만 내적으로 곪아가는 현대인의 감정을 춤으로 표현했다. 2015년 부산무용제 대상을 받은 ‘잊혀질 권리’는 의도하지 않은 행위, 또는 실수로 온라인 공간에 남긴 기록과 정보가 사람을 무시하고 배신하고 이용하는 족쇄가 돼 인간을 억누르는 현실을 강렬하게 그렸다.
“사람 이야기가 가장 재밌어요. 누군가와 대화하는 것도, 다른 사람 얘길 듣는 것도 좋아해요. 작품을 구상할 때는 주로 길거리나 카페에서 사람을 관찰하면서 영감을 얻는 편이에요.”
그는 새해에도 도전하는 모습으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되겠다고 했다. “춤은 언제까지고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싶어요. 춤계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고 해도 안무할 수 있는 장은 다양하게 늘고 있어요. 젊은 춤꾼으로서 기존 무용의 틀을 깨는 시도를 통해 후배들에게 힘이 되고 싶어요.”
그의 2018년이 밝았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