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를 끼고 있는 지리적 특성과
- 전쟁 피란지라는 시대적 역사성
- 타 지역 음식문화 흡수·통합 거쳐
- 새로운 향토음식으로 ‘부산화’ 돼
- 부산음식의 인문학적 접근 의미
- 학문적성과 이룰수 있는 계기 되길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이다. 그만큼 음식을 통한 시대적 통찰은 지대하다. 그 시대의 음식과 음식재료, 음식문화로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고, 당시 ‘섭생의 사회학’ 또한 파악할 수 있기에 그렇다.
■음식은 시대를 담는 그릇
중국 청조의 ‘만한취엔시(滿漢全席)’는 사흘에 걸쳐 한족음식과 만족음식 180여 가지를 함께 맛보는 음식의 대향연이다. 그 이면에는 한족과 만주족의 대표 요리를 한 상에 올림으로써, 두 민족의 화합을 상징하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었다. 일본의 ‘와쇼쿠(和食)문화’는 지역공동체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음식을 차려내고 또 먹을 때의 예절과 만든 이와 먹는 이의 소통을 중시하는 등, 집단의 공동체문화를 음식을 매개로 결집해낸다. ‘음식문화’로 사회가 추구하는 관습과 도덕률, 가치관을 단련케 하는 것이다.
최근 ‘푸드 마일리지’를 통한 ‘로컬 푸드’를 즐기는 추세도, 생활의 여유와 건강을 회복하려는 노력과 함께 ‘음식의 시대적 요청’에서 기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때문에 지역에서 생산되는 음식, 즉 ‘향토음식’의 중요성 또한 고조되고 있기도 하다.
‘향토음식’은 지역의 ‘공동체문화’를 담음으로써, 음식으로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관습적 색채까지 이해할 수가 있다. ‘지역의 음식’이 그 지역의 ‘밥상머리 교육’이나 ‘가치관 정립’의 측면까지 관여하고 있는 것이다.
■이주의 역사와 함께한 부산음식
그러면 우리 부산의 음식에서, 부산이라는 지역의 사회상을 어떻게 읽을 수가 있을까? 그 것은 부산의 ‘지정학적 특성’과 ‘시대적 역사성’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지정학적으로는 한반도 남단의 해양을 국경으로 하고 있었기에 해양문화 수용이 자유로웠다는 점, 역사적으로는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등 여러 경로를 통한 인위적이고 다양한 문화유입이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부산의 근현대사는 이주의 역사였다. 초량왜관 시절 왜인들의 이주와 함께 일본음식 또한 조선에 널리 보급되는데, 이때 보급된 음식이 ‘부산어묵’의 근간이 되는 ‘가마보코’였다. 일본 거류지역 요정의 대표적인 술안주로, 해방 전후에는 서민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다.
해방 이후에는 일본에서 귀환동포가,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부산으로 유입되었고, 산업화시대에는 직업을 찾아 온 경남, 호남, 제주 사람들로 부산은 흘러넘쳤다. 이들과 함께 유입된 ‘이종의 문화’와 더불어 그들의 식문화 또한 ‘부산화(釜山化)’ 된다. 하여, 이들의 집단이주는 부산사람들의 정체성과 부산 향토음식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부산사람의 저변에 흐르고 있는 ‘수용성’과 ‘개방성’ 또한 마찬가지다. 모든 문화를 받아들여 부산의 문화로 만들고, 부산의 문화를 개방하여 모든 이들과 함께 나누는 것. 이것이 부산사람이 가지는 ‘부산의 정체성’이다. 부산의 수용과 개방, 공동체 의식이 현재 부산의 향토음식의 근간을 이루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다.
■부산음식 속의 부산, 부산사람
‘부산’하면 떠오르는 부산의 대표음식들이 몇몇 있다. 이를 바탕으로 부산시는 2009년 부산의 향토음식을 선정한바 있다. 생선회, 동래파전, 흑염소 불고기, 복어요리, 곰장어구이, 해물탕, 아구찜, 재첩국, 낙지볶음, 밀면, 돼지국밥, 붕어찜 등 13가지 음식이다.
‘향토음식’ 속에는 그 지역의 역사와 각 시대별 사회상이 녹아있다. 그래서 부산향토음식에 투영된 부산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되짚어 보면, 지역의 역사적 사건과 사회 전반의 현상을 재미있게 풀어볼 수가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부산음식을 살펴보면 부산의 역사가 보인다’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그 일례를 들자면 돼지국밥이 있겠다. 돼지국밥은 원래 부산·경남 식은 살코기만으로 맑은 국물을 내고 무와 고춧가루 파 등으로 끓여낸 고깃국형태였다. 그러나 한국전쟁 이후 이북 이주민들에 의해 돼지 대가리 등 부산물을 넣어 만든 돼지국밥의 원형이 탄생했고, 이후 부산의 산업화, 장터문화와 섞이면서 국밥에 여러 고명을 얹어 간소하게 허벅허벅 먹는 지금의 국밥형태로 발전을 한다.
일본과 제주의 사골육수문화가 뽀얀 국물의 육수를 탄생시켰고, 대구경북의 탕반문화가 따로국밥으로 분화되기도 한다. 여러 지역의 음식문화들이 시대를 달리하며 다양한 돼지국밥들로 편입, 변주되었던 것이다. 이렇듯 다양한 지역의 특색을 가진 섭생을 수용하면서도, 부산음식의 특색 속으로 잘 발현된 음식이 돼지국밥이다.
밀면의 원형도 한국전쟁 당시 이북 피란민들이 원조물자로 들어온 밀가루로 냉면을 대신하여 먹었던 ‘대체음식’이었다. ‘망향의 음식’인 냉면과 대별하여, 밀면은 ‘밀가루 냉면’으로 불리며, 주머니 가벼운 이들에게 널리 제공되었다. 가격은 냉면의 반값 수준. 때문에 냉면 한 그릇 값으로 밀면 두 그릇을 ‘나누어’ 먹고, 같은 가격으로는 많은 양을 ‘함께 널리’ 먹였던 음식이 밀면이었다. 하여 부산밀면 탄생의 의미는 ‘공유’와 ‘배려’다. 밀가루로 끼니를 때우던 시절, 다함께 먹고 살자고 시작된 음식이자, 가진 것 없는 이들에게 싼값으로 제공하던 음식이었기에 그렇다.
먹장어도 배고픈 시절 구황음식으로 짚불이나 연탄불에 구워 먹던 음식이었다. 부산의 꼼장어는 ‘부산 로컬 푸드의 상징’이다. 꼼장어는 먹장어의 주생산지였던 기장에서 동해남부선 철길을 타고 부산전역으로 유통됐다. ‘재첩국 아지매’들에 의해 부산 전역으로 퍼져나간 재첩국과 더불어 ‘꼼장어 로드’를 형성하며, 로컬 푸드의 영역확대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던 향토음식이라 할 수가 있겠다.
■부산을 읽는 텍스트, 부산음식
향토음식이라 함은 그 지역의 사람들이, 그 지역에서 나는 음식재료로, 그 지역의 환경에 의해 오래도록 길들여진 입맛으로 먹되, 지역사회 전체가 향토음식으로 공유하는 ‘자연발생적인 음식’을 뜻한다.
그렇게 따지자면 부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전통음식, 부산의 향토음식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부산향토음식은 외부환경과 타의에 의해 급조되고 재편된 음식들이다. 식재료의 절대적 결핍, 이주민의 음식문화 수용 등으로 부산고유의 음식은 자연스레 여타 지역 음식문화와 흡수, 통합의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형태의 향토음식이 된 것.
이처럼 부산의 음식은 급격한 사회 환경 속에서 ‘부산화’ 된다. 그래서 부산의 역사와 사회상, 부산사람들의 기질까지 투영하고 있는 것이 바로 부산의 향토음식인 것이다. 때문에 ‘부산음식’은 ‘부산을 읽는 텍스트’라 할 수 있다. 바꿔 말하자면 ‘부산음식의 역사문화’가 ‘부산의 역사문화’와 그 궤를 함께 한다는 말이다. ‘부산을 보려면 부산의 음식을 읽어야 한다.’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음식의 문화인류학’ 본 연재가 추구하고자 했던 궁극의 목적이었다. ‘부산, 부산사람, 부산의 정체성’을 부산음식에서 찾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돌이켜보면 결론적으로 부실하고 미흡한 연재였다. 하지만 부산음식을 인문학적으로 접근해보았다는 측면에서 조금의 위안을 삼고자 한다. 본 연재가 ‘부산음식의 학문적 성과’에 이를 때까지,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조여 매는 하나의 계기가 됐으면 한다.
문화공간 수이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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