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식가 위한 여행 안내서
- 곳곳서 찍은 100컷 사진
- 간단한 조리법까지 수록

1968년 비틀스 멤버들은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인도 북부 작은 도시 리시케시(Rishikesh)로 찾아들었다. 비틀스는 매니저의 죽음, 그들의 영화 ‘매지컬 미스터리 투어’의 참패, 창작의 고통으로 스트레스가 극심했다. 이들은 두 달간 인도에 머물며 요가와 명상을 배웠다. 평화로운 일상과 명상에서 얻은 영감을 원천으로 40여 곡을 작곡하는 등 다시 왕성한 음악 활동을 이어갈 수 있었다. 이후 인도는 스트레스 가득한 현대생활에서 해방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 찾는 ‘구원의 땅’이 된다.

탄두르 벽면에 붙여 구운 난을 쇠꼬챙이로 찍어 꺼내는 모습과 남인도 요리에 주로 쓰이는 마살라. 따비 제공

요즘 인도에는 철학·종교·명상보다 ‘미식 여행’을 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입맛 까다로운 외국인들이 인도에 몰려들면서 ‘미식가의 나라’ 프랑스는 옛말이 됐다. 스파이시 인도는 인도 역사와 문화를 여행하는 미식가를 위한 안내서다. 비틀즈와 스티브 잡스처럼 요가와 명상을 배우러 인도에 갔다가 인도 음식에 빠진 건축사 홍지은이 글을 썼다. 홍지은은 “아무리 애써도 손에 잡히지 않고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도라는 사회가, 음식을 통해 다가가니 그 결을 드러냈다”고 했다. 그리고 스타 사진작가 조선희가 인도 구석구석을 누비며 100컷 넘는 사진을 찍었다.

1부는 커리부터, 난과 탄두리 치킨, 짜이와 라씨, 군것질거리의 대명사 사모사와 잘레비, 생선요리까지 한국에서도 알려진 인도 음식을 다룬다. 인도의 주식은 커리(curry)다. 인도에서 커리는 인도 향신료 마살라(masala)를 넣어 만든 매콤한 국물요리를 총칭한다. 정해진 레시피가 따로 없고, 마살라를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 커리가 탄생한다. 인도 음식에서 쓰이는 향신료는 약 3000종. 시나몬과 클로브, 커민, 샤프론, 강황 등이다. 이 많은 향신료는 단독으로 쓰이기보다 각각의 조합을 통해 거의 무한대의 맛을 창조한다. 향신료를 수천 년 다뤄온 인도인들은 경험을 통해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른 조합을 만들어 냈다. 이 조합을 일컬어 ‘마살라’라 한다.

인도의 전통 빵인 난과 탄두리 치킨은 인도의 대표 음식으로, 모두 펀자브 지방의 전통 화덕 ‘탄두르’에서 탄생한 요리이다. 그런데 탄두르 문화는 유독 펀자브 지방에서만 발달했다. 다른 지방에선 화덕 대신 팬을 쓴다. 4000년 전 인더스 문명이 썼던 탄두르가 당시 인더스강의 위치인 현재 펀자브 지방에 계속 이어져왔기 때문이다. 펀자브에선 마을마다 공동 탄두르가 있어 마을 사람들은 여기서 빵을 구우며 일상을 공유했다.

인도 각 지역 식도락 여행을 다룬 3부는 자연환경을 공유하는 같은 지역이라도 종교, 직업(카스트), 혈통에 따라 각각의 개성을 가진 요리가 공존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예컨대 남인도 께랄라주는 북부, 중부, 남부로 나눌 수 있는데 저마다 색채가 뚜렷하다. 북부는 무슬림 커뮤니티인 만큼 육류 요리가 주를 이루는데 조리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한 음식이 많다. 크리스천 커뮤니티인 중부 역시 쇠고기와 돼지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힌두 인구가 주를 이루는 남부는 카스트에 따라 채식을 준수하는 그룹과 생선이나 육류요리를 자연스럽게 먹는 그룹이 공존한다.

책은 갖가지 재료와 요리를 보여주면서 간단한 조리법도 덤으로 소개한다. 인도 음식의 매혹으로 시작해 매혹적인 인도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