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가 106명 수작업 거친
-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
- 인간적 면모 부각 감동 더해
- 다양성 영화 상영관 늘어나길

‘러빙 빈센트’(도로타 코비엘라·휴 웰치맨 감독)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남긴 명작 130점을 바탕으로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이 걸린 세계 최초 유화 애니메이션이다. 그런데 전 세계 관객들을 설레게 한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명성과는 달리 상영관이 너무 적었다. 부산 지역 멀티플렉스 3사는 극장 5곳에서 하루 1회씩 상영하는 게 전부였고, 시간대마저도 오전이나 밤늦은 시간뿐이었다. ‘빈센트’를 만나는 ‘행운’을 잡으려면 서둘러야만 했다.

영화 ‘러빙 빈센트’의 한 장면.

평일인 지난 16일 오후 부산의 한 멀티플렉스 영화관. 개봉한 지 이미(?) 일주일이 지난 데다 평일 오후였는데, 입소문 덕분인지 103석의 영화관에 절반쯤 관객이 들어찼다. 이 영화의 이날까지 기준 누적 관객 수는 전국 8만2836명. 전국 272개라는 적은 스크린에서 상영함에도 선전 중이다. 영화가 시작되자 재빠르게 바뀌는 유화의 움직임이 관객을 잠시 당황하게 했지만, 곧 화면 가득한 그림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오디션을 통해 뽑은 화가 107명이 일일이 유화 6만 여장을 그려 완성한 영화인 만큼 예술적 아름다움은 놀라웠다. 영화 속에는 반 고흐의 작품은 130여 점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90여 점은 원작과 매우 유사하게 표현됐다. 그 덕에 영화를 보면서 반 고흐의 대표작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실제 배우들이 직접 연기한 영상을 기초로, 화가들이 반 고흐 특유의 역동적인 붓 터치를 더해 미세한 표정과 분위기를 유화로 생생하게 완성해냈다. 다만, 움직이는 붓 터치로 이뤄진 화면의 현란한 움직임에 익숙지 않아 눈의 피로는 감수해야 했다.

이야기도 흥미롭다. 영화는 반 고흐의 죽음을 두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따라 전개되는데, 지금도 논란이 되는 고흐의 죽음을 다뤄 몰입도를 높였다. ‘반 고흐에게 헌정하는 영화’답게 화가 인간적 면모를 부각해 감동도 준다. “우리는 오직 자신의 그림을 통해서만 말할 수 있다” 는 고흐의 마지막 말대로,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그림을 통해서만 고흐를 이야기한다. 영화를 본 관객들 반응 역시 처음 접하는 스타일에 감탄하는 분위기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 하나 버릴 장면이 없었다는 평가다.

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여전히 상영관이 적어 아쉽다는 말이 많다. ‘다양성 영화’ 상영이 줄면서 경쟁력 있는 중소 영화는 개봉 후 며칠만 지나도 보기 힘들다. 정말 보고 싶었던 영화라도 블록버스터급이 아니면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상영관에서 막을 내린다. 다행히 당장 막을 내리지 않는다 해도, 직장인이 도저히 시간을 맞춰 보기 힘든 상영시간대이기 십상이다.

많은 사람이 사는 게 바빠 보고 싶은 영화 한 편 편하게 보는 게 쉽지 않다 보니, 그렇게 놓칠 수밖에 없는 영화가 한두 편이 아닌 게 현실이다. 서둘러 힘들게 봐야 했던 ‘러빙 빈센트’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난 만족감은 컸지만, 다양성 영화의 상영 환경이 더 나아져야 한다는 아쉬움도 함께 커졌다.

정홍주 기자 hjey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