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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봉권의 문화현장 <19> 정신혜무용단 ‘턴 투워드 부산’이 이룬 것

평화와 추모 세련된 몸짓, 전쟁의 상흔 어루만지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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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11-13 18:57:12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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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 쏟아낸 춤꾼 15명과
- 동림소년소녀합창단의 노래
- 무대와 조화 이룬 영상·음악
- 참전용사 유가족에 건넨 꽃까지
- 짜임새 빼어났던 70분의 무대
- 지역 창작 공연 브랜드화 기회로

‘11월 11일 11시’는 부산에 그리고 부산 시민에게 특별한 날이며 특별한 시간이다. 6·25 한국전쟁 참전 용사인 캐나다의 빈센트 커트니 씨가 발의해 2007년부터 해마다 이날 오전 이 시각 6·25 전쟁에서 희생된 이들을 추모하고, 평화를 기원하고자 살아있는 참전 용사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 사람들이 부산산 남구 대연동 UN기념공원을 향해 1분간 묵념을 올린다.
   
지난 9~1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공연된 창작춤 ‘턴 투워드 부산’(안무 정신혜) 한 장면. 참전 용사를 기리는 마음과 평화의 염원을 잘 형상화했다. 정신혜무용단 제공
이는 UN기념공원이 전쟁에서 희생된 여러 나라 국적의 UN군을 함께 안장한 세계에서 하나뿐인 추모 공간이기 때문이다. 행사의 이름은 턴 투워드 부산(Turn toward Busan)이다.

지난 9~11일 정신혜무용단의 창작춤 ‘턴 투워드 부산’(안무 정신혜 신라대 무용학과 교수) 공연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렸다. 예술 작품으로서 ‘턴 투워드 부산’은 ‘11월 11일 11시’를 기억하고,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를 위해 부산이 무엇으로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 보여준 좋은 본보기였다.

지난 10일 둘째 날 공연에는 UN기념공원에 안장된 터키 군인들의 유가족 30여 명이 초청됐다. 공연이 끝나고 커튼콜 시간이 되었을 때, 공연 시간 70분 내내 무대 위에서 온 힘을 다 쏟아낸 춤꾼들이 무대 아래로 내려왔다. 이들은 객석에 앉아 손뼉 치던 터키 병사들의 유가족 앞에 섰다. 그리고 품에 간직했던 붉은 꽃을 한 송이씩 꺼내 그들에게 바쳤다. 꽃을 받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관객들도 함께 깜짝 놀란 듯했다. ‘턴 투워드 부산’은 춤으로 관객의 눈물을 끌어냈다.

‘턴 투워드 부산’은 짜임새가 빼어났고, 절제와 긴장된 미감을 동시에 유지하는 연출을 보여줬다. 한 예술 작품을 바라볼 때, 먼저 챙겨봐야 할 요소로 ‘기획 의도가 무엇이며, 그 기획 의도가 잘 구현됐는가’를 들 수 있다. 창작춤의 경우, 기획 의도를 구현해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춤, 음악, 영상, 무대미술, 기술 요소 등이 각각 어떠했는지 살피고 이들 요소 사이의 조화가 잘 이뤄졌는지 생각해보면 대체로 작품으로서 성취도의 큰 그림을 그려볼 수 있다.

‘턴 투워드 부산’에도 이런 틀을 적용해 보면, 탄탄한 짜임새를 갖춘 빼어난 대극장 작품으로서 특징이 드러난다. ‘턴 투워드 부산’에서 영상(영상디자인 김장연)의 역할은 컸고 뛰어났다. 많은 공연예술 작품에서 영상을 도입하지만, 대체로 ‘영상 따로 작품 따로’ 또는 ‘영상을 작품 부속품으로만 다뤄 전체 조화가 깨지는’ 경향에 발목을 잡힌다. 이 작품에서는 기술적으로 세련미 있는 영상을 영리하게 활용했다. 영상이 춤과 조화를 이루면서 출연자와 교감하고 때로 역동성 있는 무대장치로 활용되면서 극적 효과를 높였다.
음악(작곡 임진영)은 전곡을 작곡했고 이를 오케스트라 연주로 녹음해 USB 하나에 담을 수 있게 했다. 무대디자인(황지선)은 간소함 속에 상징성을 높였다. 동림소년소녀합창단의 어린이들은 단순히 ‘특별출연’에 그치지 않고, 비중 높은 역할을 맡았다. 특히, 한 아이가 용사들의 등을 다리(橋)삼아 걸어가는 장면은 명장면이었다. 이런 요인이 춤꾼 15명의 잘 훈련된 춤과 조화를 이뤘다. 참전 용사의 회상과 전쟁 체험을 거쳐 작품이 중반을 넘어서면서 한동안 음악과 춤, 조명 등 전체 분위기가 어두운, 색깔로 치면 ‘모노톤’의 흐름을 비교적 오래 이어가 관객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법한 대목을 ‘약점’으로 꼽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작품 자체가 추모에 초점을 맞췄음을 고려하면, 피해가기 어려운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부산문화재단이 공모한 ‘2017년 지역문화예술 특성화지원사업 브랜드 콘텐츠 선정작’(2017 부산 브랜드 콘텐츠)인 ‘턴 투워드 부산’은 정신혜 안무가의 말대로 “음악, 조명, 무대, 출연진 규모 등에서 재공연과 다른 지역 공연을 되도록 쉽게 할 수 있도록” 제작했다. 부산만의 ‘11월 11일 11시’를 기억하는 예술적 접근인 이 작품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게 길을 찾아볼 가치가 충분히 있다.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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