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민간이 이룬 쾌거…국가가 나서 가치 키워야

조선통신사,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등재 확실시

  • 국제신문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7-10-30 19:53:53
  •  |  본지 3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양국 냉랭한 관계 속에서도
- 수많은 학술회·고증작업 거쳐
- 민감한 역사인식 차이 정리

한국과 일본의 조선통신사(조선시대 일본에 파견한 조선 외교사절단) 기록물의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확실시되면서(본지 30일 자 2면 보도) 그동안 과정과 향후 사업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한·일 관계가 냉랭한 정국 속에 양국 학자들이 힘을 모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첫 공동 등재라는 쾌거를 이뤄내는 것으로, 정치적으로 꽉 막힌 한·일 관계를 문화로 풀 실마리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지난 5월 중구 광복로 일대에서 연 조선통신사 축제 행사 모습. 시는 조선통신사 관문 역할을 한 부산의 역사적 상징성을 알리고자 2001년부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열고 있다. 국제신문DB

■한·일 민간의 힘, 5년만의 성과

한·일 조선통신사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는 사실상 유네스코의 공식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유네스코는 지난 24~27일 프랑스 파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부산문화재단)과 일본(NPO법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이하 연지협의회)이 공동 신청한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여부를 심사했으며, 유네스코 국제자문위원회(IAC)가 등재를 권고하는 안을 채택해 사실상 등재가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문화재단 관계자 역시 “한·일 학자들이 꼼꼼히 준비한 덕분에 유네스코 측에서 별다른 요구 없이 무난하게 심사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네스코는 30일(현지시간) 세계기록유산 목록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한·일 조선통신사 기록물은 조선시대 1607년부터 1811년 12차례에 걸쳐 일본에 파견된 조선통신사가 남긴 외교, 여정(일기), 문화교류 기록 등 111건 333점이다. 이들은 모두 한·일 학자들이 하나씩 합의해 목록에 올린 것으로, 조선통신사가 오갔던 양국 교류의 실상을 반영한 평화적, 지적 유산을 포함하려 애썼다. 한국의 경우 김의신 서첩, 변박의 묵매도, 이의양의 화조도 등 사절단이 남긴 기록과 그림 등 63건 124점이 목록에 올랐으며, 부산박물관과 국립중앙도서관, 국립해양박물관 등 9개 기관에 흩어져 보관되어 있다. 일본은 조선통신사가 가져간 조선 국서 등 관련 기록물 48건 209점이 포함됐으며, 이들 역시 교토대학 박물관 등 11곳에 보관돼 있다.

한국과 일본이 조선통신사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기로 한 것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산시는 조선통신사의 관문 부산의 역사적 중요성을 부각하기 위해 2001년부터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열었다. 한국과 일본에서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행사를 맡은 문화재단과 일본 연지협의회는 조선통신사를 세계적인 문화유산으로 가치를 높이자는 데 합의하고, 2012년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당시 문화재단 대표였던 부경대 남송우(국어국문학과) 교수는 “한·일 관계가 워낙 민감해 정부 차원에서 이를 추진하기 어려워 민간 학자들이 주축이 됐으나 조직과 네트워크, 예산이 취약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후 양측은 한·일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학술위원회와 실행위원회로 업무를 분담하고, 12차례에 걸쳐 학술회의를 열고 토론과 고증 작업을 거쳐 세계기록유산 등재 목록을 작성한 뒤 지난해 3월 30일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 측 학술위원장을 맡은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은 “한국과 일본의 역사 인식 차이로 문구 하나하나가 민감했다”고 회고했다.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가치 높여야

한·일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것은 굴곡진 양국의 역사에 ‘평화의 싹’이 존재했음을 전 세계에 알리고, 그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특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과거사와 북핵 문제로 냉랭한 상황에서, 학자들이 협력해 세계기록유산 등재의 성과를 일궈낸 것은 민간 차원에서 양국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의미를 더한다.

문화재단은 세계기록유산 등재가 공식 확정되면 다음 달 2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축하 행사를 열고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을 담은 백서와 도록 발간, 한·일 예술인 교류, 청소년 역사 캠프 등을 통해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알린다는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국·시비를 확보해 전용 기념관 건립과 세계 도시 순회 행렬 등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주도하다 보니 조선통신사의 가치를 알리는 데 한계가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매년 시가 조선통신사 행렬 재현 축제를 열고 있지만 예산 부족 탓에 행사를 확장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조선통신사역사관은 공간이 좁아 교육 홍보와 역할에 그쳐 아카이브 기능을 하기 어렵다. 또 조선통신사 기록물이 전국 9개 박물관과 도서관에 흩어져 보관돼 이를 활용한 특별 전시나 기획전을 열 때 기관 간 협조를 얻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남 교수는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관이 아닌 민간에서 주도적으로 추진해 여기까지 온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제는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의미를 현재에서 어떻게 풀어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일각에서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계기로 조선통신사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내 조선통신사 후손 모임 ‘조선통신사현창회’가 자체적으로 자료 발굴과 연구를 준비하고 있어 학계와 민간, 공공이 힘을 모아 학문적, 역사적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문화재단 유종목 대표는 “정부, 지자체와 논의해 예산 등의 협조를 얻어 조선통신사의 가치와 의의를 더 많은 이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 조선통신사

임진왜란 이후 일본 에도막부가 조선과의 국교 회복을 위해 조선에 요청해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회에 걸쳐 조선에서 일본으로 파견된 외교사절단.

※ 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

유네스코는 1992년 ‘세계의 기억’ 사업을 설립해 각국의 다양한 기록물을 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있다. 한국은 ‘난중일기’ ‘고려대장경판 및 제경판’ ‘KBS 특별생방송-이산가족을 찾습니다 기록물’ 등 13개가 등재돼 있다.

◇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추진 경과

▶2012년 부산문화재단,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에 세계기록유산 공동 등재 제안

▶2013년 민간 차원 학술 심포지엄 개최 등 공동 등재 위한 업무 추진

▶2014년 공동 등재 한국 추진위원회 발족, 1차 한·일 공동 추진위원회 회의 및 한·일 공동 학술위원회 회의 개최

▶2015년 2~9차 한·일 공동 학술위원회 회의 및 추진 경과 보고회 개최

▶2016년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서 제출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동북아 바다…인문학으로 항해하다
부산의 산동네와 재일코리안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2019년 부산인디 씬의 새로운 조류, 플랫폼스테레오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책 읽고 싶은 금요일, 다 같이 책방에서 볼까요
문학수업 듣고 창작하고…동네서점서 누리는 ‘소확행’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인디고 서원, 내 청춘의 오아시스(아람샘과 인디고 아이들 지음) 外
지명직설(오동환 지음)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일본인의 소울 푸드가 된 카레
애플, 스탠딩 데스크 왜 쓸까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잃어버린 꽃-모닝 커피’- 전두인 作
‘Sea2016-2’ - 전미경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정든 우리 동네 떠나기 싫어요 外
로봇은 어떻게 탄생하고 진화했나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미생 /이광
동백 /최은영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한국 첫 아카데미 예비 후보 ‘버닝’…상상이 현실 될까
남북영화인 만남, 제2 한류붐 …2019년 대중문화계 희망뉴스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연애의 풍속도에 담긴 청춘 세대 현실
마약왕, 이미지 낭비만 많고 사유는 빈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1월 18일
묘수풀이 - 2019년 1월 17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元曉不羈
惠宿同塵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