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분짜리 ‘아르덴즈…’ 등 체험
- 머리 위로 바다거북이 지나가
- 영화 속 인물 심경 느끼기 충분
- 하루 900여 명 이용해 인기
- 올해 총 3개관 나눠 36편 상영
- 기기 한계로 몰입 방해 단점도

입장하는 데 한 시간이 걸렸지만, 후회는 없다. ‘VR(Virtual Reality·가상현실) 영화관’은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경험을 선사했다.

1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비프힐 1층 VR 씨어터에서 관객들이 VR 영화를 감상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국내의 주도적인 VR 업체 바른손, 영화진흥위원회와 함께 ‘VR 시네마 in BIFF’를 마련했다. 그 일환으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 1층에 ‘VR 씨어터’를 지난 13일 열어 오는 20일까지 운영한다. VR 씨어터는 연일 북적였다. 바른손 박재하 팀장은 “쉴 새 없이 돌아간다. 일요일인 지난 15일 하루만 900여 명이 이용했다”고 말했다.

VR 씨어터에 입장해 처음 본 영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VR작품상을 받은 16분짜리 단편 애니메이션 ‘아르덴즈 웨이크’였다. VR 전용 헤드셋을 쓰자 360도 각도는 물론 위아래가 모두 입체적으로 보였다. 영상이 나오자 망망대해에 떠 있는 집 한 채가 보였다. 바다로 추락한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딸은 잠수함을 타고 바다로 들어갔다. 수심이 깊어질수록 시야는 흐려졌다. 물고기와 거대한 바다거북이 머리 위로 지나갔다. ‘아이의 아버지는 어디 간 걸까’ 두려움이 어른거렸고, 목숨을 위협하는 생명체가 튀어나올지 몰라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VR 씨어터는 3개관으로 나뉘어 36편을 상영하고 있다. 첫 번째 ‘VR Movie’관은 일반 상영관처럼 단체 관객 30명이 같은 작품을 함께 볼 수 있었다. 30명이 쓰는 각각 VR기기를 중앙에서 제어하는 방식이다. VR 기기 10대가 설치된 두 번째 ‘VR Movie Plus’관에서는 4~40분 짜리 영화 다섯 편 중 하나를 선택해 볼 수 있었다. 회전의자에 앉아 개인이 선택한 작품을 각자 본다.

‘아르덴즈 웨이크’를 본 세 번째 ‘VR Experience Moive’관에서는 관객이 더 적극적으로 영화에 개입할 수 있었다. 서서 자리를 옮겨가며 VR영화를 볼 수 있다. 앞서 두 상영관의 VR 기기는 스마트폰과 연결하는 ‘VR 기어’였다. 여기서는 ‘오큘러스 리프트 씨브이 원’이라는 VR 기기를 썼다. PC와 움직임 센서가 연결돼 있어 관람객이 직접 걷고 움직이며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말 그대로, 작품 ‘속으로’ 들어갔다.

VR 영화의 관건은 높은 ‘몰입력’이었다. 몰입력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 속 인물의 심경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다. 애니메이션 작품 ‘루이스 케이스’(김주신 감독)에서는 성공한 지휘자 루이스가 딸을 잃어버리고 옥상에서 투신하기에 이르는데, 그 슬픔이 생생히 와 닿았다. 김진아 감독이 만든 미군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당한 여성 성노동자에 관한 다큐 ‘동두천’은 올해 베니스영화제 최우수 VR 스토리상을 받았다.

때로 기기의 한계로 제대로 몰입할 수 없는 단점도 있었다. ‘오큘러스 리프트 씨브이 원’을 착용하면 눈 아래에서 외부 빛이 새어 들어와 감상을 방해했는데 안내인은 “아무래도 서양인 얼굴을 표준으로 제작된 기기이다 보니 동양인 여성 얼굴에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바른손 강신범 대표는 “VR 콘텐츠는 영화를 대체하기보다는 새로운 문화상품으로 보는 것이 맞다. 훨씬 흥미롭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올해 칸영화제에서 VR 영화 100여 편이 상영됐고, 유수 영화제가 VR 영화를 선보인다. 출품작 수가 세계에서 만들어진 작품의 10%도 되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VR 콘텐츠의 활발한 제작 상황을 알 수 있다. 바른손도 최초로 상업용 VR 영화와 전용 극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최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