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미·이미지 최소분량 고민하다
- 7줄에 감정·날선비판까지 담아
- 새 형식 시집 ‘붉은색들’ 출간
- 2편도 이른 시일내 발간 ‘의욕’

강영환 시인이 시를 7줄 안에 소화하는 ‘7줄 시’를 내놓았다. 그가 최근 펴낸 새 시집 ‘붉은색들’(책펴냄열린시)은 10년 전부터 그가 차곡차곡 모은 7줄 시로 채워졌다.

	최근 ‘7줄시’만을 담은 시집 ‘붉은 색들’을 내놓은 강영환(왼쪽) 시인. 오른쪽 사진은 시집 ‘붉은 색들’ 표지.

“언젠가부터 내 시가 말이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반면 현대인은 시를 읽으며 감상할 여유도 없이 바쁘게 살고 있죠.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너절하게 이미지를 늘어놓고 독자에게 의미를 찾아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부끄러워졌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짧은 시였어요.”

그는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이로 ‘7줄’을 꼽았다. “시조의 형식은 3행시, 일본 하이쿠도 짧은 형식을 갖춰 하나의 장르로 분류됩니다. 그러나 어떤 의미나 이미지를 구성하려면 최소 7줄은 되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7줄은 서양의 소네트(시) 14행을 절반으로 줄였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강 시인은 7줄의 시 안에 시상을 담기 위해 시어를 갈고, 또 갈았다. 사람의 감정과 노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 그리고 사회의 부조리를 향한 날 선 비판까지 모두 7줄 안에 녹아들었다. 시의 몰입도는 더 높아졌고, 여운은 더 잔잔히 오래 간다.

‘한 밤 중 열대야에 깨어 멍하니 앉아 있으니/전자 모기향도 조그맣게 눈을 뜨고/노트북 투명한 마우스도 입술을 열고/손 전화 충전기도 여태 허기를 채우고 있다/잠 못 이룬 내 두 눈도 저들처럼 궁핍하거니/창밖 검은 하늘 십자가는 무엇이 모자라서/별을 갈라 세우는 선혈 낭자한 상채기일까’(‘붉은색들’)

그는 7줄 시를 계속 발표하며 독자에게 다가서는 시인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다. 지금까지 써놓은 7줄 시만 100여 편, 7줄 시집 2편도 이른 시일에 낼 수 있다. “제가 도시철도 시 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요즘 지하철 풍경을 보면, 책 대신 스마트폰만 열심히 들여다봐요. 그런 이들에게 긴 시를 읽으라고 권유할 수 있을까요? 시를 읽으라고 독자에게 아부하며 다가서고 싶었고, 독자의 환심을 사고 싶었습니다. 짧은 시를 통해 독자가 들어올 수 있는 여백을 남기고, 그들이 들어와서야 완성되는 작품을 만들고 싶어요. 도시철도에서 짧은 시를 읽고 여운을 간직한 이를 만난다면 더없이 기쁠 겁니다.”

강 시인은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로 등단한 시단의 중진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