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행에서 가족 잃은 저자
- 자신의 삶 진실하게 농축
- 임상서 검증된 명상법 등
- 마음 평안해지는 길 안내

이렇게 표현하자니 ‘우루사’나 ‘정관장’광고 문구를 쓰는 기분이 들어 조금 주저되기는 했지만, 무릅쓰고 마음 먹은대로 밀고 나가 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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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를 맞아, 입시 준비에 지친 수험생, 스트레스에 억눌린 직장인, 우울증의 위협을 받는 중년, 치매가 걱정되는 노년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명절 선물로 줄 만한 책을 만난 것 같다.’ 원로 심리학자 장현갑 영남대 명예교수의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을 펼쳐 들고 책장을 넘기는 내내 든 생각이다.

76세 정현갑 명예교수의 학문 이력을 보면, 한국 심리학의 개척자이며 석학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다. 그는 ‘격리성장에 따른 행동장애 연구’ 등의 업적으로 ‘마르퀴스 후즈 후’(의학·보건 포함 5개 분야), 유럽에 기반을 둔 국제인명센터(IBC)의 100대 교육자 및 명예의 전당, 미국인명연구소(ABI) ‘2009년 올해의 인물’에 선정됐다. 이는 세계 3대 인명사전에 모두 등재되는 뜻깊은 기록이다.

‘심리학자의 인생 실험실’에 저자는 자기 삶을 진지하고 진실하게 농축해, 담백하게 담아냈다. 이 점이 첫째 매력이자 신뢰감의 바탕이다. 이 책을 이야기하자면 제1장 ‘크게 죽어봐야 도리어 산다’에 나오는 끔찍한 사고를 거쳐 가야 한다. 1997년 안식년을 맞은 저자는 미국 애리조나대학에 초빙 교수로 간다. “처음 3개월 동안 매일 6시간씩 명상했고, 6시간씩 공부했다. 6시간을 잤고, 6시간은 여가활동으로 보냈다.”(22쪽)

그 직후 아내, 딸, 아들이 찾아와 가족은 오랜만에 휴가 여행을 떠난다. 그 여행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아내와 딸이 죽고, 저자는 두 다리뼈가 모조리 으스러지며, 아들도 크게 다치고 만다. 정 명예교수가 50대 때 일어난 일이다. 책 전편에 걸쳐 저자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어려웠던 삶, 상처, 콤플렉스, 고통을 솔직하게 밝힌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런 고통의 바다에 휩쓸리지 않고 자존과 행복, 평안에 이르는 길을 차분히 설명해나간다. 그 길의 정점에 바로 명상이 있다. 그가 안내하는 명상의 세계는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첨단을 걷는 세계 심리학, 정신의학계에서 임상과 연구를 통해 검증된 명상의 힘을 쉽고 차분한 언어로 들려준다는 것이 첫째. 오랜 세월 불교 신자로 살아온 저자 자신이 직접 체험한 명상의 치유력을 보여준다는 것이 둘째.

미국 학자 존 카밧진이 1990년 도입한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완화(Mindfulness Based Stress Reduction; MBSR)’는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 꼭 명상이 아니더라도, 평생 심리학과 뇌과학의 최전선에서 치열하게 연구한 노학자로서 저자는 마음의 중요함, 마음의 힘을 알려주는 중요한 연구성과를 풍부하게 소개한다. 이런 사례도 있다. 하버드대 심리학자들이 1989년 발표한 논문 내용이다. 70세 이상 노인들을 30년 전인 1959년 모습으로 재현한 생활환경에서 일주일간 신나게 지내게 했더니 노인들의 키와 손가락이 자랐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향상됐다. 뇌가 30년 전으로 돌아가 더욱 강해진 결과였다.(158쪽) 마음의 힘을 말해주는 숱한 사례와 기초 명상법이 책에 실렸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