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불교학자 강경구의 어디로 갑니까 <15> 이름 좋은 말의 구속

분별·집착 버린 자리에 생생한 자유가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9-15 19:39:37
  •  |  본지 11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친하게 지내던 한 교수님이 정년을 앞당겨 조기 퇴직을 하였다. 구속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것이었다. 교수에게도 걱정과 구속이 많다. 학생들이 도전적이면서도 성실하게 공부하여 건실한 업체에 척척 취업하는 그런 상황이었으면 싶다. 잘 가르치고 좋은 글 많이 써서 뭔가 하나쯤은 그럴듯한 사회적 역할을 수행하는 그런 교수이고 싶다.
   
누에고치와 나방. 우리는 봄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 집을 짓듯 자신을 묶고 있다.
미안하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은 졸업이 가까워질수록 활기를 잃어가고, 교수는 나이를 먹어갈수록 누추해져 간다. 그래서 걱정과 구속에 얽매인 삶을 살며 자유와 초월을 갈망하게 된다. 지금 이것에서만 벗어나면 살 만할 듯한 것이다. 정년을 앞당겨 퇴직한 그 교수님의 마음이 이러하리라. 대부분 직장인의 마음 또한 이와 다르지 않으리라.

그런데 정말 그 교수님은 조기 퇴직으로 자유롭게 사실까? 그러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름이 좋은 것들은 원래 손에 잡히지 않는 무지개와 같은 법이다. 사실 모든 이름 좋은 것은 삶의 불만족스러움에 투덜대는 자기 마음의 투영체일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만해는 군말하듯 말한다. ‘너희는 이름 좋은 자유에 알뜰한 구속을 받지 않느냐.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님일 것이므로 우리에게는 자유가 님이고 행복이 님이다. 그러나 그 자유라는 것, 그 행복이라는 것은 부자유와 불행을 탄식하는 우리 자신의 그림자이다. 불교의 스승들은 그림자에 속지 말고, 탄식하고 욕망하는 주체를 돌이켜보라고 거듭 가르친다. 모두 스스로 묶여 있다고 탄식하고 또 구속에서 풀려나고 싶다고 갈망한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묶고 누가 묶여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는 봄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 집을 짓듯 자신을 묶고 있다. 이 구속의 새끼줄은 분별적 이원사유에서 생산된다. 자유라는 좋은 이름을 세우는 순간 자동으로 부자유라는 좋지 않은 이름도 함께 세워진다. 그리고 거의 자동적으로 이 두 가닥의 새끼줄이 우리를 묶어 조여오는 것이다. 이것이 부자유와 구속의 핵심이다. 그러므로 구속에서 풀려나는 길 또한 명백하다. 좋은 이름을 세우기를 멈추고 지금 당장의 이것과 전면적으로 만나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은 또한 언제라도 가능한 일이다.

옛날 혜명이 육조 스님에게 해탈의 길을 물었다. 그러자 육조 스님이 대답한다. “이런저런 인연에 끌리는 마음을 완전히 쉬고, 한 생각도 일어나지 않도록 하십시오. 그리고 돌이켜보십시오. 선과 악을 구분하지 않는 바로 이때, 무엇이 그대의 본모습이겠습니까?” 혜명은 이 말에 바로 깨달았다.
우리도 이렇게 물어 이렇게 눈뜰 수 있다. 다만 이름 좋은 것에 대한 집착을 멈추어야 한다. 좋고 나쁨을 세워 취사선택하기를 멈추어야 한다. 분별을 멈춘 자리에서 보면 모든 것이 본래 완전하다. 보이는 모든 것, 만나는 모든 일이 있는 그대로 최고 아닌 것이 없다. 새는 모래밭에 서 있고, 이슬방울에 부추가 자란다. 진정한 자유는 살아 움직이는 눈으로 이렇게 살아 움직이는 이것과 생생하게 만나 하나가 되는 일이다. 그때 모든 이름 좋은 것은 회색이요, 진정 푸른 것은 지금 이것에서 확인되는 삶의 현장임을 확인하게 되는 것이다.

동의대 교양대학 학장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많이 본 뉴스RSS

  1. 1심상찮은 PK 민심에…문재인 대통령 급히 일정바꿔 부산행
  2. 2부산~싱가포르 ‘알짜 노선’ 배분 앞두고 항공사 초긴장
  3. 3조봉권의 문화현장 <47> 왜 환대의 도시인가?
  4. 4[사설] 부산영상후반작업시설 운영 해법 빨리 찾아야
  5. 5LPGA 회장 “부산을 아시아 최고 골프도시로”
  6. 6부산 중구 중앙동 주민자치위원회, 윷놀이한마당 행사 개최
  7. 7과거로 역주행…한국당 전대 그들만의 리그 되나
  8. 8“전 정부 결정 변경 가능…부산 최적 입지에 공항 세워야”
  9. 9제2의 도시 위상…관문공항에 달렸다 <5> 따로노는 인프라
  10. 10무역협회, 일본 이마바리 조선전시회 참가 지원
  1. 1김준교 누구? 카이스트 졸업 후 대치동서 수학 강사 활동, 2008년 국회의원 출마 후 3위 낙선
  2. 2‘짝’ 모태솔로 남자 3호 김준교 “저딴 게 무슨 대통령” 막말… 각계 비판 여론 직면
  3. 3‘모태솔로 남자 3호’ 김준교, 청년최고위원 도전… “이딴 게 무슨 대통령”
  4. 4부산 중구, 영주2동 장학회 장학증서 수여식 개최
  5. 5심상찮은 PK 민심에…문재인 대통령 급히 일정바꿔 부산행
  6. 6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백산기념관 3·1절『한 시대 다른 삶』특별전 개최
  7. 7“전 정부 결정 변경 가능…부산 최적 입지에 공항 세워야”
  8. 8과거로 역주행…한국당 전대 그들만의 리그 되나
  9. 9민주 “김경수-드루킹 공모 증거 없다”
  10. 10청와대 과기보좌관에 이공주, 새만금개발청장 김현숙
  1. 1부산~싱가포르 ‘알짜 노선’ 배분 앞두고 항공사 초긴장
  2. 2 따로노는 인프라
  3. 3부산, 상용근로자 월급 322만 원…전국서 가장 많이 올라도 바닥권
  4. 4부산시, 지역 신발 브랜드 제품 개발 돕는다
  5. 5무역협회, 일본 이마바리 조선전시회 참가 지원
  6. 6“해외도시와 경쟁 위해 가덕도에 관문공항 만들어야”
  7. 7금융·증시 동향
  8. 8부산 패션브랜드·장인들 뭉쳐 ‘수제화 스니커즈’ 만든다
  9. 9라면에도, 예금상품에도 ‘3·1절 100주년’ 열풍
  10. 10주가지수- 2019년 2월 19일
  1. 1레이싱걸 류지혜 과거 낙태 고백에 프로게이머 이영호 해명 ‘소동’
  2. 2이다지 성희롱 외모 품평 고소하나? "PDF, 웹페이지 박제 OK"
  3. 3오늘 정월대보름, 전국에 눈·비… 지역별 달 뜨는 시간은? “달 볼 수 있을까?”
  4. 4이영호, 류지혜와 교제시절 발언 “예쁜 여자와 결혼이 꿈”
  5. 5정월대보름 현재 전국 날씨, 인천 수원 천안 청주 등 눈 펑펑 날씨 예보
  6. 6낙태 고백 류지혜, 춤추다가 극단적 선택 암시하기도… 네티즌들 “대책 필요”
  7. 7손승원 ‘보석 기각’… “술 의지 않겠다” 간청 받아들이지 않은 재판부
  8. 8류지혜, SNS에 “난 여자니까”… 하지만 낙태 당시 이영호는 미성년자
  9. 9흉가체험 중 요양병원에서 시체 발견한 BJ… “타살 흔적 발견 못해”
  10. 10‘흉가 체험’ 유튜버 진짜 시신 발견…’60대 노숙인’
  1. 1‘아자르가 또 다시?’ 첼시, 맨유 상대로 잉글랜드 FA컵 영광 지킬까(예상 라인업)
  2. 2맨유-첼시, 선발 라인업 ’루카쿠vs아자르’
  3. 3바이에른 뮌헨 정우영, 리버풀전 출전 가능성은?(챔피언스리그)
  4. 4'헤더 2골' 맨유, 첼시 상대로 2-0 리드(전반종료)
  5. 5박성현, '시즌 5승' 향해 출발…태국서 시즌 첫 출전
  6. 6프로농구 용병 최단신은 KCC 마커스 킨 171.9cm
  7. 7맨유 에레라 포그바 골로 첼시 2대0 꺾어
  8. 8프로야구 롯데, 부산지역 4개 중학교에 피칭머신 기증
  9. 9남자농구 대표팀, 농구 월드컵 예선 레바논 원정 출국
  10. 10호주여자오픈 준우승 고진영, 개인 최고 세계랭킹 8위
방호정의 부산 힙스터
스카웨이커스 천세훈 1집 ‘January Memories’
정두환의 공연예술…한 뼘 더
삶을 바꾸는 예술, 오늘은 내가 주인공
국제시단 [전체보기]
제 몸을 태우는 그늘 /이기록
어둠이 내릴 때 /박홍재
글 한 줄 그림 한 장 [전체보기]
코 없는 사람
인공지능과 공존하는 미래를 위하여
동네책방 통신 [전체보기]
창문너머 푸른바다 넘실대는 책방…우연처럼 반가워
‘책방 열어볼까’ 하는 이들과 창업정보 공유합니다
리뷰 [전체보기]
경계인 된 탈북여성의 삶, 식탁·담배·피 묻은 손 통해 들춰
방송가 [전체보기]
새 삶을 얻은 반려견의 ‘견생 2막’
어른 싸움으로 번진 거제 학교폭력의 진실
부산 웹툰 작가들의 방구석 STORY [전체보기]
웹툰의 시간
아이디어
새 책 [전체보기]
싱글몰트 사나이 1,2(유광수 지음) 外
2019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外
신간 돋보기 [전체보기]
한·중·일 고대사를 둘러싼 쟁점
조선소 노동자와 가족의 삶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도란도란-허금화 作
North By NorthWest-존 아브람스 作
어린이책동산 [전체보기]
친구들과 서로 장점을 찾아줘요 外
매일 만나는 우리 동네 조각상 外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대보름달 /박권숙
입춘 무렵 /설상수
이기섭 8단의 토요바둑이야기 [전체보기]
제22회 LG배 기왕전 결승 3번기 2국
제2회 몽백합배 세계바둑오픈전 본선 8강전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명절 극장가 사라진 사극…코미디에 이종장르 곁들인 ‘믹싱’이 대세
한국 첫 아카데미 예비 후보 ‘버닝’…상상이 현실 될까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가버나움’ 난민 소년에 대한 연민과 은폐된 유럽의 위선
스필버그의 언덕, 경계선을 넘어 역사를 보다
책 읽어주는 남자 [전체보기]
이민족 귀화 많았던 고려사에 난민문제 혜안 있다 /정광모
사소한 일상 꿰뚫는 삶의 지혜, ‘밤의 전언’에 시대 통찰 있다 /박진명
책 읽어주는 여자 [전체보기]
긴 겨울밤도 체호프의 유쾌한 단편이면 짧아져요 /강이라
요술손 가졌나…뭐든 척척 초능력 할머니 /안덕자
현장 톡·톡 [전체보기]
“교육기회 빼앗긴 재일동포…우리가 돕겠습니다”
지역출판 살리려는 생산·기획·향유자의 진지한 고민 돋보여
BIFF 리뷰 [전체보기]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로마'
퍼스트맨
BIFF 인터뷰 [전체보기]
‘렛미폴’ 조포니아손 감독, 마약중독에 대한 인간적 접근…“그들도 결국 평범한 사람이에요”
감독 박배일 '국도예술관·사드 들어선 성주…부산을, 지역을 담담히 담아내다'
BIFF 피플 [전체보기]
‘국화와 단두대’ 주연 배우 키류 마이·칸 하나에
제이슨 블룸
BIFF 현장 [전체보기]
10분짜리 가상현실…360도 시야가 트이면 영화가 현실이 된다
BIFF 화제작 [전체보기]
‘안녕, 티라노’ 고기 안 먹는 육식공룡과 날지 못하는 익룡의 여행
묘수풀이 - [전체보기]
묘수풀이 - 2019년 2월 20일
묘수풀이 - 2019년 2월 19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 10월 9일
오늘의 BIFF - 10월 8일
이기섭 8단의 바둑칼럼 [전체보기]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2018 부산·서울 프로기사 초청교류전 1차전
정천구의 도덕경…민주주의의 길 [전체보기]
管窺則歪
幾有常法哉
  • 복간30주년기념음악회
  • 어린이극지해양아카데미
  • 유콘서트
경남교육청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해맑은 상상 밀양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