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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암 심국보의 동학 이야기 <21> 신통력, 사람 사이에 영의 다리를 놓는 것

연대와 협력으로 거국적 3·1운동 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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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9-08 19:3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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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체법경’은 동학의 3세 지도자 의암 손병희가 1910년 부산 인근의 양산 통도사 내원암에서 49일 수련을 마친 후 강론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의암은 이 책에서 사람의 성품(性)과 마음(心)과 몸(身)의 관계를 설명하며 묻고 답한다.
   
의암 손병희 선생이 1910년 49일 동안 수련한 양산 통도사 내원암.
“성품과 마음과 몸 세 가지에서 어느 것을 먼저 할 것인가?”

“몸이 있을 때에는 불가불 몸을 주체로 알아야 할 것이다.”

명쾌한 문답이다. 그리고 부연한다. “몸이 없으면 성품이 어디 의지해서 있고 없는 것을 말하며, 마음이 없으면 성품을 보려는 생각이 어디서 생길 것인가. 마음은 몸에 속한 것이다.”

‘무체법경’은 결국 몸의 활용과 쓰임새에 대한 가르침이다. 체조나 무술을 단련하는 것과 달리 동학의 수련은 형상 없는 성품과 마음을 닦는 것이며, 그 수단은 주문을 외는 것이다. 동학의 주문수련으로 경지에 이른 어느 수도자는 이렇게 말했다.

“마음공부를 독실히 하면 남이 못 보는 것도 볼 수 있고, 남이 못 듣는 소리도 들을 수 있고, 남이 몇 살에 죽는지도 알 수 있고, 자기 병은 물론 다른 사람의 난치병도 고칠 수 있는 높은 경지에 이를 수 있다. 이것은 수도의 계단에서 오는 필연적인 산물이다.”

이렇듯 형상 없는 성심(性心)을 수련하면 우리 몸에는 신통력이 생긴다. 그러나 의암이 말하는 신통력은 이러한 단계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의암은 이렇게 말한다.

“내가 뭇 사람을 사랑하면 뭇 사람이 한울 길에 가서 영의 다리를 반드시 이룰 것이요, 뭇 사람이 나를 사랑하면 내가 한울 길에 가서 영의 다리를 반드시 이루게 된다.”

‘영의 다리를 반드시 이룬다(영교필성·靈橋必成)’는 것은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연대와 협력의 또 다른 표현이다. 주문이나 마음공부는 혼자라도 할 수 있고 경지에 오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의암의 스승 해월 최시형은 이런 말을 남겼다.

“주문 천 번 외는 것보다 착한 마음 한 번 내는 것이 낫고, 착한 마음 천 번보다 기운 한 번 상하지 않는 것이 낫다.”

연대와 협력, 영교필성은 성내고 기운 상하는 것으로는 어렵다. 사람 사이에서 영의 다리를 놓은 것, 연대와 협력을 의암은 신통력으로 보았다.
   
의암의 이러한 통찰은 국권회복을 위한 3·1운동 때 빛을 발한다. 동학을 계승한 천도교가 중심이 되어 불교, 기독교 등의 세력을 포용하는 ‘일원화’의 원칙은 의암의 ‘영교필성’을 실천한 것이었고, 그 결과 3·1만세운동은 거족적으로 전개될 수 있었다.

천도교 ‘신인간’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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