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고 생생한 시어로 채운 작품
- “이전에 쓴 시 버리고 새롭게 써”

부산 문단의 원로로 존경받는 유병근 시인이 새 시집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작가마을)를 펴냈다.

부산 문단의 원로 유병근 시인이 새 시집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를 펴냈다. 유 시인은 “시인은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가마을 제공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는 2015년 ‘어깨에 쌓인 무게는 털지 않는다’ 이후 2년 만이다. 올해 85세, 등단 47년을 맞은 원로 시인인 유 시인의 시집은 ‘새로운’ 언어로 가득하다. 끊임없이 새로운 시를 써야 한다는 시인의 신념과 강박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유 시인은 1932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1970년 ‘월간문학’으로 공식적으로 등단했다. 시집 ‘어깨에 쌓인 무게는 털지 않는다’ ‘어쩌면 한갓지다’ ‘통영벅수’ ‘까치똥’ 등의 시집과 수필집 ‘허명놀이’ 등 다수의 책을 냈고 최계락문학상, 부산시문화상, 현대수필문화상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특히, 그는 1954년 고석규 김규태 김춘수 조영서 최계락 시인과 ‘신작품’ 동인 활동을 했다. 그렇기에 공식 등단 연도와 별도로 그의 시력은 사실상 60년이 넘는다.

시 계간지 ‘사이펀’이 시작한 시인선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 이번 시집에서 유 시인은 최근 2년간 새로 쓴 시를 다수 실었다. 시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전에 쓴 시를 다 버렸다”고 할 정도로 치열한 고민 끝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유 시인은 “다른 예술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시는 언제나 새로워지려고 노력해야 한다. 어제까지 쓴 시를 버리고 새로운 상상력과 이미지, 정신으로 새롭게 시를 쓰고 있다”면서 “이전에 썼던 소재도 새롭게 생각하고 전혀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려고 애썼다”며 그간의 고충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그의 말대로 시집에 수록된 시들은 젊고 싱싱한 느낌을 주는 시어들로 채워졌다. 햇볕 아래에서 책을 읽으며 졸음과 싸움하는 모습을 익살스럽지만 진지하게 그린 시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긴 세월을 걸어온 데서 오는 여유와 새로운 관찰이 더해져 시어는 생생하다.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조름을 읽는다 문장을 짓밟고 흐트러뜨리는 책을 읽는다 졸음을 걷어 책갈피 너머로 던진다 문장에도 없는 졸음 던지기를 읽는다 던져버린 졸음을 껴입은 눈꺼풀이 다시 책장에 끼어든다 졸음과 책읽기 사이, 어느 쪽이 무겁나 저울질 한다 책을 내려 놓을까 저울질 한다(…)’(‘차렷과 쉬어 사이’ 중)

유 시인은 젊은 작가 못지않게 왕성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2010년 이후 발간한 시집만 5권에 이른다.

시집 ‘꽃도 물빛을 낯가림한다’

그는 “시를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우리가 가진 생각과 이미지를 언어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 그렇기에 더욱 새로워져야 하고, 시인은 꾸준히 시의 언어를 갈고 닦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도 참신한 생각으로 시를 써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