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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로 촛불정신 가져와 적폐없는지 성찰”

박동신 성공회 부산교구장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07-28 19:41:04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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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주교좌성당 1924년 설립
- 경상도서 가장 오래된 성당건축
- 내부 이국적 모습 그대로 간직

- 피란민·전쟁고아·선원들 돌봐
- 진보적인 교파란 시각 많지만
- 극단·흑백논리 배척 중도 지향
- 성당 넘어 길에서 예배 시도 등
- 교회다워지기 위한 고민 거듭

우리나라에서 천주교나 개신교에 비해 ‘성공회’는 덜 알려져 있다.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부산 중구 대청동)은 경상도에서 가장 오래된 성당 건축물일 정도로 부산에서 성공회 역사는 깊다. 대한성공회를 대표하는 관구장이자 부산교구장인 박동신 오네시모 주교를 부산주교좌성당에서 만나 성공회와 부산교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부산 중구 대청동 대한성공회 부산주교좌성당에서 만난 박동신 부산교구장(주교).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천주교나 개신교와 다른 성공회의 정체성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는 ‘무리한’ 질문에 박 주교는 “종교개혁의 사상을 받아들이면서 서방 교회의 전통과 직제를 선별적으로 취득한 교회”라고 정의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성공회는 전 세계 대부분인 150여 나라에 뿌리를 내렸다. 우리나라에서는 1890년 9월 29일 조선교구 설립을 목적으로 고요한 주교가 영국에서 출발해 인천항에 도착한 것이 성공회의 시작이다.

조선교구는 뒤에 서울교구와 대전교구로 나뉘었고, 1974년 대전교구에서 부산교구가 분할돼 현재 국내에 3개 교구가 있다. 1993년 영국 켄터베리 관구에서 대한성공회 관구가 독립한 일은 중요한 전환점이다. 대한성공회 관구는 전 세계 39개 관구 중 하나다.

부산교구는 부산 울산 대구를 비롯해 경상도 제주도를 담당한다. 20개 교회와 수도회 2곳, 사회선교기관 20곳이 속해 있다. 부산에는 부산주교좌성당을 비롯해 동래, 기장, 덕포, 주례에 5개 성당이 있다. 1997년 서울교구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박 주교는 2012년 주교 서품을 받고 부산교구장이 됐다. 지난 4월부터 대한성공회 관구장도 맡고 있다.

1924년 설립된 부산주교좌성당은 중구 근대역사관 도로 건너편 좁은 일방통행 골목 안에 있다. 외관을 덮은 붉은 벽돌과 높은 종탑, 이국적인 건물 형태만 봐도 오래된 건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성당 내부도 옛 모습 그대로다. 천장의 나무 마감이며 창문을 덮은 스테인드글라스, 제단의 석재 장식 모두 타임머신을 타고 90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줬다. 이 건물은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13년 부산시 등록문화재 제573호로 지정됐다.

1924년 건립된 부산주교좌성당 외관. 2013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부산주교좌성당은 오랫동안 부산에서 유일한 성공회 성당이었지만 처음부터 조선인, 한국인을 위한 성당은 아니었다. 1903년 부산에 들어온 일본인 신자들이 중심이 돼 가정교회 형태로 성공회 부산교회(현 부산주교좌성당)가 세워졌다. 1914년 캐나다 출신 카트라이트 선교사가 남긴 유산으로 현재 성당 부지를 매입했고, 1924년 성당 건축을 완성했다. 1945년 해방이 되고서야 부산주교좌성당은 ‘한국인의 교회’로 거듭났다.
해방 후 성공회는 지역의 가난하고 어려운 이들과 기꺼이 함께했다. 부산에 몰려온 피란민을 부산주교좌성당에 수용했고, 1952년 ‘성 니콜라 어린이 안식소’를 짓고 전쟁고아를 돌봤다. 1954년에는 부산주교좌성당 옆 건물에 부산 제3호 유치원인 ‘성화유치원’을 개원했다. 1960년대에는 반송동으로 들어가 빈민운동을 펼쳤다. 신선대부두의 ‘플라잉엔젤선원센터’(본지 지난해 11월 19일 자 10면 보도)는 40년 넘게 전 세계 선원들을 위로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민주화운동과 에큐메니칼운동(교회일치주의)에도 큰 기여를 했다.

서울 성공회대 교수들의 진보적인 사회적 발언의 영향 때문인지 성공회를 ‘진보적인 교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에 대해 박 주교는 “성공회는 중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도는 회색이 아니라 제3의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빈민운동과 민주화운동은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교회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성공회의 신앙의 지평은 중도입니다. 영국에서 가톨릭과 결별하고 성공회가 자리를 잡기까지 100여 년간 많은 피가 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성공회는 극단과 흑백논리를 배척합니다. 교회 안에서도 밖에서도 중도의 길을 지향합니다.”

부산주교좌성당 내부.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다.
대한성공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이자 촛불집회로 정치적으로 큰 변화를 겪은 올해를 성찰의 기회로 삼고 있다. 박 주교는 “촛불집회의 정신을 교회 내부로 끌어와, 교회 안에는 농단이 없는지 성찰하고 있다”며 “교회가 스스로 개혁하지 않으면 개혁의 대상이 된다. 대상이 된 교회가 세상을 개혁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대한성공회는 교회가 교회다워지기 위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선교의 ‘새로운 표현’으로 ‘교회 없는 교회’를 시도하기도 한다. 건축물인 성당만이 교회인 것이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하느님의 뜻을 받드는 곳이 교회라는 의미다. 박 주교는 “길에서 만나 걸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예배를 보는 시도도 있다”며 “교회다워지는 것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고민에서 나오는 실험”이라고 말했다. (051)463-5742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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