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봉준호 감독

- 500억이나 투입된 영화임에도 간섭·압박없이 만들어 큰 행운
- 변희봉 선생님 어릴 때부터 팬…작품 내리 네편 본명으로 출연

# 배우 변희봉

- 부산 관객 적극적이고 뜨거워서 부산국제영화제도 잘 된 것 같아

개봉 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영화 '옥자'의 열풍이 부산에서도 뜨겁게 일어났다.

	지난 1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영화 '옥자' 상영 뒤 열린 관객과의 대화에서 봉준호 감독, 변희봉 배우, 허문영 영화평론가(왼쪽부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지난 1일 오후 6시 '옥자' 상영이 끝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봉준호 감독·변희봉 배우의 '관객과의 대화' 행사가 시작했다. 모더레이터(진행자)는 허문영 영화평론가가 맡았다. 일찌감치 매진된 이번 상영의 관객 700여 명은 열띤 반응을 보였다.

대화는 '몸풀기' 차원에서 봉준호 감독과 변희봉 배우의 인연으로 시작됐다. 변희봉 배우는 봉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에 이어 이번 '옥자'까지 '희봉'이라는 이름으로 내리 출연했다. 봉 감독은 "모든 것은 관심에서 출발했다. 어릴 때부터 팬이었다. 1990년 '플란다스의 개' 시나리오를 들고 무작정 찾아가 마음에 들지 않아 하시는 걸 설득했다"고 웃으며 두 사람의 인연에 얽힌 이야기를 전했다.

500억이 넘는 높은 제작비도 화제가 됐다. '높은 제작비가 들어가면 흥행에 대한 부담이 크지만, 화면 안에서 구사할 수 있는 폭이 늘어나는 자유가 있는데 어떠했냐'는 질문에 봉 감독은 "예산이 200억, 300억을 넘어가면 감독이 온전히 통제권을 갖기 힘든데 운이 좋게도 '디렉터스컷'으로 완성할 수 있었다. 간섭이나 압박 없이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봉 감독은 "제작비의 많은 액수가 '옥자'의 컴퓨터그래픽에 투입됐다. 옥자 한 쇼트(shot)당 '전셋집 한 채' 가격이 뭉텅뭉텅 나간다. 전체 돼지 쇼트가 몇 개인지, 정확하게 계산하고 배치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들려줬다.

	하늘연극장을 메운 700여 명의 관객.

'이질적인 문화권 배우들의 조화를 어떻게 끌어냈냐'는 질문에는 "최대한 부조화스럽게, 어떠한 앙상블도 없게끔 만들려고 했다. '미란도' 기업의 엉뚱한 프로젝트로 강원도 산골 소녀, 뉴욕 기업가, 동물애호단체가 한자리에 모이게 됐다. 관객도 그 광경 자체가 낯설고 이상하길 바랐고, 엇박자가 나고 조화가 안되는 황당한 상황을 증폭시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30분으로 예정됐던 관객과의 대화는 1시간 가까이 이어졌고,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 변희봉 배우는 "부산에 자주 와 보지 못했는데, 관객들이 이렇게 적극적이고 뜨거워 부산영화제도 잘 된 것 같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영화의전당은 '옥자' 상영에 관객과의 대화까지 유치하며 '옥자' 특수(본지 지난달 20일 자 23면 보도)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좌석 수가 가장 많은 하늘연극장은 종일 '옥자'만 상영 중이고, 주말 상영은 대부분 회차가 매진됐다. 지난 29일 넷플릭스(세계 최대 유료 동영상 서비스 기업) 와 동시에 개봉했지만 여전히 극장을 찾아 영화를 보는 관객이 많은 만큼 '옥자'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단관 극장과 독립영화관에서 옥자를 집중적으로 상영하는 바람에 상영 기회가 많이 줄어든 독립영화계에서 항의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 기준으로 '옥자'는 전국 스크린 수가 111개뿐이지만, 누적 관객수 8만6628명을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