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익분기점 20만 넘기고

- 개봉 3일만에 누적 관객 38만

- 상영관도 700여개로 확대

- 정권·민심 바뀌며 이례적 인기

28일 오후 부산 서면 롯데시네마 부산본점의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 상영관은 다양한 연령대 관객이 객석을 가득 메웠다. 중년층 관객이 눈에 많이 띄었다. 상영관에서 만난 한 50대 여성 관객은 "상영 내내 눈물이 났다. 영화에는 노 전 대통령의 진실하고 당찬 정치적 도전 장면이 많았는데, 그 결말을 알기에 가슴이 아팠다. 생전에 알아보지 못했던 미안함이 컸다"고 관람 후기를 전했다. 페이스북 등 SNS에는 '미안함' '그리움'을 토로하는 후기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돌풍이 거세다. 예상치 못한 흥행 열기로 지난 25일 개봉한 이래 스크린을 늘려가면서, 개봉 사흘 만에 손익분기점(관객 20만 명)을 넘겼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노무현입니다'의 지난 27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38만6467명을 기록했다. 27일 하루에만 20만5613명이 들었다. 현재 일일 한국영화 박스오피스 2위다. 역대 다큐멘터리 최고 흥행작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누적관객 480만1873명)의 개봉 초반 하루 평균 관객 수가 1만~2만 명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심상찮은 열기다.

관객 반응도 뜨겁다. 관객이 남기는 포털사이트 영화 평점은 9.8점에 달하고, 첫날 579개로 시작한 상영관 개수는 사흘째 774개까지 급속도로 늘었다.

흥행이 쉽지 않은 다큐멘터리 장르인 '노무현입니다'의 이례적 초반 흥행 비결은 무엇일까. 문재인 정부를 향한 관심에서 시작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이 첫손에 꼽힌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을 거쳤고, 새로운 정부를 맞이한 오늘 다시 노 전 대통령이 역설했던 시대정신을 떠올린다는 말이다.

또 한 가지 요인은 안정적인 배급망 확보다. 지난해 4월 총선 이후 제작에 들어가며 비밀리에 투자를 유치했던 이 영화는, 정권이 바뀌면서 전국 570여 개 상영관을 무난하게 확보했고 사흘 만에 200개를 늘렸다. 독립영화는 힘겹게 상영관을 잡아도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 편성되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좋은 환경이 펼쳐진 셈이다. 한 영화인은 "마치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평소 거들떠보지도 않던 제품을 과감히 진열대의 좋은 자리에 배치한 셈이다. 세상을 바꾼 민심 덕분에 가능했다. 전 정부에선 어림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입니다'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지지율 2%로 시작해 대선 후보까지 오르는 과정을 중심으로 담았다. 문재인 대통령,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지사 등 정치적 동지는 물론 운전기사, 정보 요원 등 노무현을 기억하는 39명의 인터뷰를 교차해 보여주며 '인간 노무현'을 회고한다.  

안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