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로스오버 앙상블 레벨레 지원
- 31일·내달 7일 디지털음반 발매

비올리스트 김가영 경성대 교수가 주축이 된 '후진을 위한 길 터주기 프로젝트'가 눈길을 끈다. 김 교수는 재능 있는 음악인을 데뷔시키는 '더 사운드 트리'(The Sound Tree·이하 사운드 트리)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했다. 그 첫 결실인 디지털 음반이 오는 31일과 다음 달 7일 나온다. 음반 발매를 앞두고 지난 27일 경성대 연구실에서 김 교수와 그가 발굴한 연주자들을 함께 만났다.

비올리스트 김가영(왼쪽) 경성대 교수가 '더 사운드 트리' 프로젝트에 참여한 젊은 음악인들과 함께 경성대 음악학부 연습실에서 포즈를 취했다. 서순용 기자 seosy@kookje.co.kr

부산시립교향악단에서 수석 비올리스트로 11년간 활동한 김 교수는 2007년 앨범을 내면서 크로스오버 음악계에 뛰어들었다. 김 교수는 "크로스오버 음악은 연주자와 청중이 교감하는 접합점이 크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이후 발매한 그의 2집, 3집 음반 수록곡은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후보로 뽑히거나 국내 음원 사이트 클래식 부문 상위권에 자리하는 등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크로스오버 음악 데뷔 10년을 맞이한 김 교수는 자신의 '10주년 기념공연'을 여는 대신 후진을 돕는 '사운드 트리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신인 연주자가 열매를 맺는 나무처럼 장생력을 갖고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김 교수가 활동한 크로스오버 전문 레이블인 루비스폴카(대표 피아니스트 박종훈)와 손잡았다.

시간과 재원을 들여가며,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이 프로젝트를 기획한 이유가 뭘까. 김 교수는 "요즘 재능 있는 청년 연주자들도 설 무대를 찾기 힘들다.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그동안 앨범을 내고 활동한 나의 노하우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운드 트리의 첫 주인공은 지난 2월 경성대를 졸업한 바이올리니스트 우태(26·본명 조우태),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김상아(23), 플루티스트 오승은(24) 강주실(23) 장경령(23) 황세정(23)으로 이뤄진 '앙상블 레벨레'다. 김 교수는 자신의 수업에서 이들의 성장 가능성을 봤다.

"우태는 물론 부산청소년교향악단에서 6년째 활동하고 있을 만큼 클래식 기량 자체가 탄탄한 연주자예요. 거기에 대중적인 끼도 갖췄죠. 상아는 대학교향악축제에서 오케스트라 작곡을 했는데 여러 장르로 나갈 수 있는 면모를 보였어요. 레벨레는 제가 수업에서 성실함과 협동력에 감탄했던 팀입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완벽하게 연습하는 연주자들이죠."

우태 씨 등 6명은 사운드 트리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믿기지 않은 기회라 실감이 나지 않았다. 음악을 하면 길이 잘 없다고 생각하셨던 부모님께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며 미소 지었다.

하지만 새로운 곡을 쓰고 처음부터 호흡을 맞춰 연주하기는 쉽지 않았다. 레벨레 팀원들은 "피아노가 들어가지 않는 편성이라 굉장히 섬세한 호흡이 필요했다. 매일 만나 스파르타식으로 연습했다(웃음)"고 말했다. 배운 점도 많았다. 작곡가 김상아 씨는 "작품이 연주되고 녹음되는 것을 보니까 다음에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욕심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크로스오버 음악은 클래식보다 쉽다'는 인식은 선입견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태 씨는 "클래식 기량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음색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운드 트리의 음반은 멜론, 네이버 등 음원 사이트에서 들을 수 있다. 오는 31일에는 레벨레의 '무지개 다리'와 '루시드 드림'이, 다음 달 7일에는 우태의 '너와의 봄'과 '내 어릴 적 이야기'(김가영 교수 작곡)가 담긴 음반이 공개된다. 이들은 다음 달 28일 오후 7시30분 경성대 콘서트홀에서 '2017 가영 비올라 콘서트'를 열고 사운드 트리 음반 발매 공연을 무료로 연다. 김 교수는 "프로젝트 범위를 전국으로 넓혀 분기별로 사운드 트리 음반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