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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산연극제 경연 7팀, 이 날을 위해 칼을 갈았다

경연·자유참가 부문·시민연극제, 부산시민회관·문화회관 등지서 오는 31일부터 5월1일까지 열려

  • 국제신문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17-03-19 19:01:25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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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배경 작품 4개나 달해

'제35회 부산연극제'가 오는 31일부터 5월 1일까지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을 중심으로 부산문화회관, 부산예술회관, 을숙도문화회관 등지에서 열린다.
   
지난해 제34회 부산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은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표풍' 공연 장면. 부산연극협회 제공
부산시가 주최하고 부산연극협회가 주관하는 연극제는 경연부문, 자유참가부문, 시민연극제, 부대행사로 구분된다. 연극인과 관객 모두의 관심이 쏠리는 부문은 단연 경연이다. 오는 6월 열릴 대한민국연극제에 참가할 부산 대표팀을 선발하는 일종의 예선이기도 한 경연은 극단의 자존심이 걸린 불꽃튀는 경쟁 무대다. 올해는 7팀이 참가한다. 중견부터 신인까지 다양한 연출가가 나선다. 연출자들은 입을 모아 "대상이 목표"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번 경연 부문에서는 소재에 눈길이 간다. 현재 시국을 염두에 둔 듯한 메시지, 역사와 현실의 만남을 그린 작품이 많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이 4개로 절반을 넘겼다. 다른 작품도 정치에 대한 풍자나 새 시대에 대한 희망을 그린다. '장미 대선'을 앞두고 열리는 올해 부산연극제의 이번 경연은 어느때보다 오늘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각 작품의 연출자에게서 작품 이야기를 들었다.

작품 순서는 공연날짜 순.


# 조선의 여류시인 이옥봉 부활

■교육극단 이야기 '몽혼'-연출 박현형(창작초연)

   
허난설헌과 신사임당에 견줄 뛰어난 조선의 여류 시인 이옥봉을 불러온다. '몽혼'은 연인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한 이옥봉의 시 제목이다. "빼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사랑을 좇아 '시를 쓰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첩이 된 이옥봉이 끓어오르는 시심을 어쩌지 못하는 격정적인 모습이 가장 신경 쓴 대목"이라고 박현형(48) 연출은 말했다. 그의 시를 무대에서 감상하는 새로운 재미도 있다. 박 연출은 "인간이 무엇을 위해 살고, 내가 하는 선택과 행위가 무엇을 좇기 위함인지 성찰하고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연출의도를 전했다.


#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 사라졌다

■극단 시나위 '이순신은 살아있다'-연출 김동현(재연)

   
김동현(28) 연출자의 첫 부산연극제 도전이다. 2013년 희곡 '모래폭풍'으로 부산신인창작희곡 공모전 대상 수상 이후 연극 활동은 이어왔지만, 연출로 부산연극제에 참가하는 것은 처음인 그는 "어떤 세계를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부산 청춘나비아트홀에서 초연한 '이순신은 살아있다'는 그런 고민을 거듭한 결과물이다. 일부 설정을 바꾸고, 음악을 보강해 예술적 측면을 강조했다. 광화문 이순신 동상이 사라졌다는 판타지적 설정의 작품은 현재 정치 상황과 맞닿은 메시지를 던진다. 신인의 신선한 아이디어에 중견과 베테랑 배우들이 무게감을 실었다.


# 닭을 빗대 인간의 어리석음 풍자

■극단 연 '계들의 세상'-연출 오정국(창작초연)

   
3년 만에 부산연극제 경연에 참가하는 극단 연이 들고 나온 작품은 '계들의 세상'이다. 닭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만, 이들의 세상은 어쩐지 인간 세상과 흡사하다. 오정국(51) 연출은 "멍청한 동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닭의 모습에 인간의 어리석음을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 연출은 "나를 포함한 인간의 헛된 욕망과 치졸함을 풍자하려 했다. 특정 인물을 겨냥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설명했다. 화려한 테크닉이나 무대 표현보다 작품 전반에 진지한 사유와 성찰이 깔린다. 오랜만의 출전인 만큼 오 연출은 '대상이 목표'라는 당당한 포부도 전했다.


# 작년 전국창작희곡공모전 대상

■극단 세진 '나비가 된 꿈'-연출 김세진(창작초연)

   
'나비가 된 꿈'의 희곡은 부산연극협회 주관 '2016 전국창작희곡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신은수 씨 작품이다. 조선 시대 문종의 병세가 악화되며 정세마저 불안하던 당시 사초를 다루는 사관이던 성삼문 신숙주 하위지 박팽년 등이 중심이다. 김세진(44) 연출은 "극의 갈등이 고조되면서 주인공들은 다른 선택을 하고, 그것이 다른 결과를 만든다"며 "삶과 선택이 주제다"고 했다. 김 연출은 "역사극이지만 시대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조명과 영상 등 다양한 표현으로 일종의 '퓨전 사극'을 시도했다. 주제의식을 놓지 않되 볼거리를 풍부하게 심었다"고 설명했다.
# 소현세자의 죽음·환향녀의 슬픔

■극단 더블스테이지 '나비'-연출 김동민(재연)

   
조선 인조를 주인공으로 소현세자의 죽음, 환향녀의 슬픔을 그리는 '나비'는 국가가 무능해 개인의 삶을 덮쳐버린 위안부 문제로도 이어진다. 김동민(36) 연출은 "역사가 반복된다.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제의적 의미로 시작과 끝에 씻김굿을 넣었다"고 말했다. '나비'는 지난해 나소페스티벌에 참가했다. 당시 소극장에 맞췄던 작품을 키우고, 대본도 수정해 장면을 추가했다. 악사까지 포함해 출연 인원은 14명. 김 연출은 "무대미술과 안무 등에 신경 썼다. 극이 고조되는 인조의 꿈 장면을 몽환적으로 연출했다. 올해가 극단 창단 10주년이라 더욱 집중했다"고 전했다.


# 새로운 세상을 열려는 열망

■극단 이그라 '베포도업침'-연출 최성우(창작초연)

   
'베포도업침'은 제주도 굿판의 시작을 알리는 굿거리이다. 땅과 하늘이 붙어있다가 떨어지며 이전과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뜻을 담는다. 러시아 연극에 정통한 극단 이그라가 조선을 배경으로 역사극을 선보인다. 조선 영조·정조 시대와 사도세자 이야기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는 새 세상을 열려는 열망을 담았다. 최성우(44) 연출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지금 정치 상황과도 연결된다. 역사를 통해 좀 더 나은 방향의 발전을 그리고 싶었다"며 "무대 장치에 획기적 변화를 줬다. 소품 하나에도 상징성을 부여해 새로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자신했다.


# 역사적인 큰 사건 속 개인의 희생

■극단 배우창고-'나는 채플린이 아니다'-연출 박훈영(재연)

   
제목에 채플린이 등장하지만, 배경은 1950년 6·25 전쟁 시절이다. 극중 인물들이 영국의 유명 희극인 찰리 채플린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을 준비하던 중 터진 전쟁으로 피란길에 오른다. 적들에 포박당하는 이들이 듣게 되는 말은 "채플린 때문"이라는 알 수 없는 말뿐이다. 박훈영(37) 연출은 "역사적인 큰 사건 속에서 개인이 겪는 아픔이나 희생을 풍자와 역설로 보여주려 했다. 우스꽝스럽지만 희비극이 교차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나소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극장 규모가 커지면서 표현과 연출을 수정하고 모든 배우가 바뀌었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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