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준생 퀵배달부 등 현대인 삶
- 발랄 엉뚱한 문체로 9편 담아

젊은 독자, 특히 30대라면 이정임 소설가를 주목해야 할 것 같다. 그가 등단 10년 만에 내놓은 첫 소설집 '손잡고 허밍'(도서출판 호밀밭)은 청년의 현실과 고민을 판타지와 유머로 발랄하게 풀어냈다. 20대에게 '꼰대' 소리 듣고, 40대에게 '늙은 애' 취급당하는 30대가 후련함을 느낄 구석도 있다.

이정임 소설가는 등단 10년만에 펴낸 첫 소설집 '손잡고 허밍'에서 그만의 발랄하고 유쾌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 작가가 부산 요산문학관에서 타자를 치는 모습.

#현실 속 판타지 '손잡고 허밍'에는 이 소설가가 상상하다 지우고, 쓰다 포기하기를 반복한 끝에 살아남은 단편 9편이 실렸다. 모두 지극히 현실적인데 재치와 유머, 판타지 요소가 있다. 먼저, 등장인물을 만나 보자.

남의 시선만 의식하고 살다 주인 잃은 고양이를 만난 미영('고양이를 부르는 저녁'), 국내 최초 '생존도시'에서 탈출하려는 나('손잡고 허밍'),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혼란을 겪는 정미('태양을 쫓는 아이'), 자기 자리를 상실한 케이('허공의 케이'), 공공근로로 살아가는 계인('당신은 어느 별에서 오셨습니까?'), 비정규직 삶에서 벗어나려는 취준생('반짝반짝, 빛나는'), 목숨 걸고 달려야 하는 퀵서비스 청년('축지법교본'), 철인처럼 강해져야 하는 취업 포기생 병태('비틀젠틀 셔틀맨'), 가족에게 상처받은 결핍 인간 나('옷들이 꾸는 꿈').

모두 소외된 현대인이다. 그런데 생존을 위해 축지법을 배우는 퀵서비스 청년, 사모님 덕을 보려다 그녀의 도움을 받아 새 삶을 꿈꾸는 병태, 생존도시에서 탈출한 그와 손잡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나의 모습은 즐겁고, 희망차다. 이 소설가는 "소설 속 얘기가 대부분 경험이다. 현실이 너무 어둡지 않고 유쾌할 순 없을까 하는 바람이 상상과 만나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들었다. 소소한, 현실적인 판타지랄까"라고 말했다.

#재미, 발랄, 유머 이 소설가는 부산 소설계의 막내다. 부산소설가협회 사무차장을 오래 맡았고, 현재 요산문학관 사무차장이다. 선배들이 많은 문학행사에서 그는 조용하다. 하지만 실제 그는 "재밌지 않으면 용서가 안 된다"고 말할 정도로 유쾌하다. 그 발랄함은 소설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일상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대화와 일반적 장면을 살짝 비틀면서 유머를 던지는 엉뚱함, 이미지를 문자로 옮긴 듯한 독특한 문체가 그렇다.

'환풍기로 바람이 들고 나는 소리가 왱왱, 울렸다. 어디선가 졸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고 갉작갉작, 무언가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같은 표현은 대화하듯 자연스럽고, 험악한 노름판 아저씨들 탓에 볼일을 해결하지 못한 청년이 면접시험에서 화장실 가겠다고 손드는 장면은 웃음이 터진다. '뚝 뚝 뚝 꾸엑 꾸엑 꽤액 꽤-액, 왱 왱 왱 땅 땅 땅 꽤액'은 불면증인 '나'가 벽을 타고 내려오는 글자에 압박당하는 장면을 발랄하게 옮겼다.

#첫 번째 그는 2007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해 등단했고, 2015년 '허공의 케이'로 부산소설문학상을 받았다. "대학 3학년 때 첫 단편을 썼고, 덜컥 신춘문예에 당선되자 겁이 났다. 소설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내 문장에 확신도 없어 소재를 떠올려도 '이게 맞나', 중간까지 쓰고도 '이게 맞나'며 끊임없이 의심하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으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 소설가는 첫 책을 문학도서 발간 경험이 없는 호밀밭에서 냈다. 호밀밭은 올해 '소설의 바다 소설선'을 연작으로 낼 계획이다. 두 '초짜'의 만남은 어땠을까. 마주 잡은 손을 그린 '손잡고 허밍' 표지가 대신 답하는 듯하다.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