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원장 자녀 큐레이터 고용 구설
- "UAE도 유치…공신력 있는 작품"

지난해 제10회 부산비엔날레의 윤재갑 전시감독이 발표한 입장문(본지 지난 21일 자 10면 보도)을 계기로 부산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추진하는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이 논란에 휩싸였다.

부산 수영구 수영강변에 설치된 ' LUX 10-Busan'. 국제신문 DB

부산 수영구와 부산비엔날레조직위는 수영강변에 국내외 조각가 작품 6점을 설치하는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에 예산 9억 원을 투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12월 17일 첫 작품으로 프랑스 작가 니콜라스 쉐퍼(1992년 작고)의 작품 'LUX 10-Busan'이 설치됐다.

윤 전시감독의 입장문을 통해 이 작품이 '원작'이 아니라 원작의 설계도를 바탕으로 국내에서 제작한 작품임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작가 사후에 설계도를 보고 제작한 작품이 수억 원 예산을 들일 가치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이영준 큐레이터(김해문화의전당 예술정책팀장)는 "복제예술은 판화든 조각이든 작가가 에디션 번호를 적고 사인을 해야 한다. 사후에 제작해 에디션 번호가 없는 작품은 가치가 없다"며 "공적 자금이 들어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에 이런 작품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이 작품은 프랑스 정부가 저작권료로 쉐퍼의 유족에게 3억 원, 수영구와 부산비엔날레가 제작비로 3억 원을 지불했다. 작품은 쉐퍼 유족의 의뢰를 받은 건축가의 감리 아래 국내 업체가 제작했다. 'LUX 10'의 원작은 높이가 약 2m인데, 부산에 설치된 작품은 높이가 14m로 커졌다. '수영강변 일원 문화예술환경 조성사업'으로 설치되는 나머지 5개 작품은 작품 선정위원회를 거칠 예정이지만, 임동락 부산비엔날레 집행위원장이 프랑스에서 직접 유치한 이 작품은 선정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았다.

작품 가치가 부풀려졌다는 의혹도 있다. 임동락 위원장이 지난해 5월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쉐퍼의 작품이 100억 원의 가치가 있다"고 말한 대목이 발단이다. 본지가 미술품 매매기록을 볼 수 있는, 공신력 있는 웹사이트 'ARTNET'에서 검색한 결과 2009년 매매된 쉐퍼의 'LUX 10' 원작은 4만663달러(약 4660만 원)로 임 위원장의 설명과는 거리가 있었다.

임 위원장의 자녀가 이번 프로젝트의 큐레이터로 고용된 것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 위원장의 자녀는 쉐퍼 작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프랑스 현지에서 통역과 실무를 담당했다. 이에 대해 수영구는 "임 위원장 자녀가 고용된 줄 몰랐다. 만약 민간위탁 예산으로 관련 비용을 지불했다면 환수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임 위원장은 "로댕도 사후에 재단에서 조각품을 제작해 각국에 준 사례가 있다. 쉐퍼의 작품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도 유치해 큰 규모로 제작하고 있다. 공신력이 떨어지는 작품이라면 제막식 때 쉐퍼 유족과 주한 프랑스대사가 왔겠느냐"고 반박했다. 임 위원장은 "100억 원 발언은 제프 쿤스나 올덴버그 등 유명 작가의 작품가격을 미뤄 보면 그 정도 가치가 있지 않겠느냐는 뜻이었다. 또, 원작보다 규모가 커져 값도 높아졌다"며 "자녀는 프랑스 미술기관에서 일하는 전문가다. 현지에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고, 여러모로 예산을 아낄 수 있어 계약했다. 오히려 얼마 되지 않는 비용을 받고 많은 일을 해줬다"고 해명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