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원히 살 수 있는 샘물을 가진 가족
- 늙지않고 변화가 없어 오히려 불행

- 과학 발달로 100세 시대 다가왔지만
- 수레바퀴 안에 주어진 삶 바람직할까

우리는 좋은 먹거리와 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점점 오래 살게 되었다. 100세 시대가 눈앞이다.

동화 트리갭의 샘물에 실린 그림. 대교출판 제공

판타지 동화에서 보면 아픈 사람은 냉동인간이 되어 훗날 의학 발달의 힘을 얻어 살아나고 싶어 한다. 진시황은 죽지 않으려 불로초를 찾았지만, 그다지 오래 살지는 못했다. 요즘은 늙지 않기 위해, 목숨을 앗아가는 병을 고치기 위해 제대혈이니 줄기세포니 하는 낱말을 쉽게 접한다.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어 100세를 산다 해도 영원불멸을 위해 또 노력할 것이다.

여기 영원한 삶을 사는 가족이 있다.

87년 전, 터크 가족은 정착할 곳을 찾아 숲속을 헤매다 옹달샘을 발견한다. 터크와 아내 매, 두 아들 마일즈와 제시는 목이 말라 샘물을 마신다. 그 뒤 이들은 근처에 정착하지만 10년, 20년이 흘러도 늙지 않는다. 그들은 그게 샘물 때문이란 걸 알게 된다. 결혼한 마일즈가 마흔이 넘어도 늙지 않자 아내는 마일즈가 영혼을 악마에게 팔아먹은 남자라며 자식들을 데리고 떠나버린다.

주변 사람들도 이상하게 보아 아들 둘은 낯선 곳을 찾아 떠돌이 생활을 하게 된다. 10년에 한 번씩 아들들은 트리갭 숲속에 숨어 사는 부모님을 만나러 온다. 백네 살이지만, 여전히 열일곱 살인 제시는 오랜만에 옹달샘의 물을 마신다. 그런데 이 모습을 숲 주인의 딸 위니에게 들킨다. 위니는 목이 말라 물을 마시겠다 하고 제시는 극구 말린다. 마중 나온 제시 어머니와 형은 이 모습에 깜짝 놀라 위니를 하루만 집으로 데려가겠다고 한다. 터크 가족은 어린 위니에게 샘물과 자신들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터크 씨는 죽지 않는 삶이 슬프다고 한다.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게 무엇인지 알겠니, 위니?" 나직한 목소리로 터크가 물었다.

"생명이야.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한순간도 똑같지 않은 것이지. 매일 아침 바라보는 이 호수의 물도 똑같아 보이지만 실은 같은 게 아니란다. 언제나 새롭게 움직이며 가는 거야.(…) 모든 것이 돌고 돌면서 절대 멈추지 않는 수레바퀴인 거야. 그리고 사람들도. (…) 이제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생명의 수레바퀴 일부가 아니야. 우리 주위의 모든 것들은 움직이고 자라고 변화하고 우선 너부터도 그래. 지금은 아이지만 언젠가는 성숙한 여인이 되겠지. 계속 움직여 나아가 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는 거야. 죽는 것도 수레바퀴의 한 부분인 거야. 태어나는 것과 함께 말이야. (…) 영원히 산다는 것은 아무 쓸모가 없어. 길가에 놓인 돌멩이처럼 그저 존재할 뿐이야."(본문 82~88쪽)

부인 매는 싫든 좋든 운명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일즈는 이 세상에 태어났으면 뭔가 쓸모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시는 자신들에게 있는 시간을 즐길 줄 알아야 한다고, 인생은 즐기기 위한 거라고 한다. 터크 가족의 뒤를 밟는 노란 양복 나그네는 샘물을 팔아 일확천금을 노린다.

제시는 샘물 한 병을 가져와 위니에게 준다. 열일곱 살이 되면 이 물을 마시라고 그러면 우리는 같은 또래로 영원히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한다. 제시를 좋아하는 위니는 어떤 삶을 살까.

여기 영원히 살 수 있는 샘물이 있다. 만약 당신이라면 영원한 삶, 수레바퀴 안에서 주어진 삶, 즐기기 위한 인생, 일확천금 중 어떤 꿈을 꾸겠는가.

동화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