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모없는 것 쥐고 있는 것이 더 큰 낭비
- 관계 맺는데 있어 거절하는 용기 중요
- 혼자서도 행복하게 지내는 법 배워야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와 관련된 많은 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미니멀 라이프란 일상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만을 두고 살아가는 삶을 말합니다.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고, 가지라고 요구하는 현대 소비사회에서 버리고 비우는 간소한 삶이라니요. 역설적입니다. 법정 스님과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무소유'와 '월든'을 통해 비우는 것만이 풍요로운 삶의 길임을 누누이 강조했음에도 보편적 실천에 이르지 못했던 지침이 새삼 주목받는 이유는 뭘까요. 작가는 '왜' 사는 지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로 옮겨간 우리의 질문이 성찰과 자각에서 그치지 않고 실천적 방법을 모색하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화가 오순환의 그림. 홀가분하게 홀로 걷는 모습이 '심플한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한다. 오순환 제공

작가는 물건, 집, 옷장같이 보이는 것부터 일단 줄이고 비우라고 강조합니다. 버리는 것보다 쓸모없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게 더 큰 낭비이므로 나눠 주거나 버림으로써 그 빈자리를 여백과 침묵과 변치 않는 것으로 채우라고 말합니다. 물건 대신 인간적 가치, 노동, 평화, 자유, 생명을 우선시하고 집은 휴식의 장소, 영감의 원천, 치유의 영역으로 다스리며 옷장은 비싸더라도 오래 입을 기본 아이템으로 채우고 가방은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으로 골라 오랫동안 기분 좋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실용적 미니멀리즘을 강조한 여타의 책들과 달리 비움과 버림의 대상을 시간, 관계, 홀로서기, 마음 같은 무형의 개념으로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관계 맺기에 관한 작가의 글은 무척 공감이 갑니다. 비생산적인 인간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몇 가지 법칙을 옮겨 본다면 주고받을 때 선을 지키기, 듣는 법을 배우기, 말을 조심하기, 비난하지 않기, 설교하지 않기 그리고 위선적 친절보다는 정직한 거절 익히기가 있습니다. 정직한 거절이란 다른 사람에 맞추느라 자기 계획을 쉽게 바꾸지 않음으로써 스스로 지키는 자유이며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미소 지으며 거절할 줄 아는 용기입니다. 설교하지 않기에서 어떤 원칙을 가졌는지 자랑하지 말고, 그 원칙을 따르며 사는 모습을 보여 주라는 조언도 두고두고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

'혼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alone'은 원래 'all one', 즉 '완전한 하나'를 의미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혼자가 아니라 우리는 완전한 하나로 존재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면서 몇 년은 혼자서 보내야 합니다. 고독을 즐기며 혼자서도 행복하게 지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햇볕이 잘 드는 카페에서 소설을 읽고 강가로 산책도 가 보는 거지요.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존재도 더 소중히 여기게 된다며 작가는 덧붙입니다. 좋은 음식을 소식하고, 일찍 자고, 운동하고, 배움을 멈추지 말고, 검소하게 차려입고, 자신에게 걸맞은 정직한 친구들을 사귀고, 정신을 풍요롭게 만드는 책을 읽고, 상식을 실천할 것.

이 책은 굉장히 쉽습니다. 이미 우리가 아는 것에 대한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작가가 이 책을 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집착, 욕심, 결핍을 길들이면 우리 삶은 대체로 평화롭습니다.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 가난한 게 아니라 언제나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사람이 가난합니다. 건강한 가난을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비워내야 합니다. 그 비움을 위한 기본 공식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늘 그렇듯 삶의 공식은 쉽고 간단합니다. 실천이 어려울 뿐이지요. 서랍 속의 늘어진 양말, 안 입는 옷, 자질구레한 소품부터 하나씩 버려야겠습니다. 물건에 담긴 추억만 마음속에 잘 담아두고 미련도 같이 버려야겠지요.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