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회자 정체성·경제자립 목표
- 소규모 330여 곳 협력·연대
- 뮤지컬·청소년 영어캠프 등
- 문화종교행사로 자신감 키워
- "경남으로 활동 반경 넓힐 것"

"대기업이 있으면 중소기업도 있어야 건강한 경제구조가 형성되지 않습니까. 개신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대형 교회와 더불어 작은 교회가 자생해야 다양성이 바탕이 된 건강한 구조가 정착됩니다."

이건재 부산교회희망연합 대표가 자신이 담임목사로 있는 부산 강서구 순복음강변교회에서 부희연의 활동상을 소개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지난달 설립 5주년을 맞은 부산교회희망연합의 이건재(64·순복음강변교회 담임목사) 대표는 작은 교회의 존재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2011년 설립된 부산교회희망연합(부희연)의 본래 이름은 '부산작은교회희망연합'이다. 교인이 100명 이하인 작은 교회의 협력과 연대를 위해 탄생했지만 '작은'이라는 단어가 스스로 자존감을 낮출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부산교회희망연합'으로 변경했다.

부산 개신교 교회 10곳 중 6곳은 교인이 100명 미만인 작은 교회다. 이는 지난 3월 (사)부산성시화운동본부(본부장 안용운 목사)가 발표한 '2016년 부산기독교 교회 전수조사'(본지 지난 3월 5일 자 11면 보도)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부산에는 모두 1829곳의 개신교 교회가 있는데 신도 10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가 1162개(63.53%)나 됐다. 신도 50명 이하의 미자립교회도 866곳이다. 반면 신도 1000명 이상의 대형교회는 75곳에 불과했다. 중대형 교회보다 작은 교회가 개신교단에서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작은 교회의 생존이 '무종교'가 확산되는 오늘날에 개신교의 생존과 부흥에 직결된다는 의미다.

부희연에는 부산의 작은 교회 330여 곳이 소속돼 있다. 16개 구·군별로 위원회가 구성돼 있다. 사역의 특성별로 12개의 팀도 꾸리고 있다. 여성 목사들의 모임인 '여목팀'을 비롯해 전도팀 교육팀 사모팀 복지팀 시설팀 청소년팀 문화팀 등이다. 개별 교회 단위로 하기 어려운 일은 팀이 나서 서로 돕는다.

이 목사는 부희연의 창립부터 현재까지 함께했다. 동서대 설립자인 고 장성만 목사를 설득해 총재로 모셔 단체를 출범시켰고, 2년 임기의 선출직인 대표를 3차례 연임했다. 3대 총재는 해운대 순복음교회 정경철 목사가 맡고 있다.

이 목사는 "빚을 내 교회를 세우기만 하면 신도가 몰려오던 시기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파산하기 십상이다. 목회자들이 목회에만 전념하려면 교인이 적어도 50명은 돼야 하는데 50명 미만의 교회도 숱하게 많다. 목회자가 부업이나 다른 직업을 갖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교인이 줄고, 고령화되면서 일어나는 웃지 못할 일도 소개했다. "농촌의 작은 교회에는 초등학생이 한두 명에 불과하다. 한두 명으로는 주일학교 운영이 불가능하다. 목사인 아버지가 아침 일찍 초등학생 자녀를 근처 대형 교회의 주일학교에 데려다주고 부랴부랴 목회를 하러 가는 경우도 있다. 부산의 교회도 어린이, 중고생, 청년이 크게 줄어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부희연은 지난 5년간 '목회자 정체성 강화'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 '경제적인 자립' 등 크게 세 가지를 목표를 세우고 쉼 없이 달려왔다.

특히 작은 교회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대규모 문화사역을 기획하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2014년 KBS 부산홀에서 예수의 생애를 다룬 '히즈 라이프(His Life)' 뮤지컬을 올려 8회 공연, 총 2만2000석 매진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부산시민회관에서 연극 '천로역정'을 공연해 1500여 명이 관람했다. 지난 2월 부산문화회관에 오른 뮤지컬 '날개 잃은 천사'도 1000명이 관람했다.

청소년·청년 대상 사역을 연합해 진행한 것도 성과다. 미국 교포 교회 대학생을 초빙해 방학마다 '글로벌 영어캠프'를 열었고, '연합 수련회'를 기획했다. 지난 10월에는 지역 작은 교회 청년 30여 명이 모임을 만들었다.

부희연은 앞으로 활동 반경을 경남 울산으로 넓힐 계획이다. "양산 김해 쪽 작은 교회 목사를 위원으로 초빙하는 등 경남 울산으로 작은 교회 살리기 운동을 확장할 것입니다. 부희연의 활동이 한국 교회의 표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