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사는 것이 어렵다. 3포와 5포 시대에 살고 있다. 나라 안과 밖이 시끄럽다. 정치인 고위관료 사법부 재벌… 지도층에 믿을 사람이 별로 없다. 차기 대선주자들도 애국애족의 마음보다 대권에 눈이 멀어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트럼프도 예측불허의 사람이라 많은 사람이 경제가 더 어려울 것이라 전망한다.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어야 하는 종교지도자들도 세상 사람들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어디를 봐도 희망이 없다.

'삼시세끼 어촌편 3'의 한 장면. 삼시세끼 페이스북

어느 시대이든 세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와 위로가 필요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살기 위해 위안의 신기루를 찾아 나섰다. 한때 찾은 것이 힐링이라는 단어였다. 이 단어만 붙이면 삶의 영역에 치유, 회복, 평안이 찾아올 줄 알았다. 힐링 캠프, 힐링 카페, 힐링 푸드, 힐링 음악. 힐링 천지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남에도 기대했던 평안과 행복은 오지 않았다. 사람들은 속았다. 그래서 이제는 힐링도 시들해졌다.

요즘 TV 프로그램 '삼시세끼' '나는 자연인이다'가 인기가 있다. 이유는 ▷사는 이유가 결국은 다 같기 때문이다. 부자, 대통령, 탤런트, 교수, 가난한 나도 삼시세끼를 먹는다. '뭐 인생 특별한 것 아니구나!'에서 위로를 얻는다. ▷다 내려놓고 그렇게 단순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다. 경쟁, 시기, 질투, 스트레스 다 내려놓고 그냥 사랑하는 사람과 삼시세끼 차려 먹는 단순한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것이 안 되니까 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을 얻는다. ▷분주함 말고 조금은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다. 다들 너무 바쁘게 산다. 사랑하는 사람과 행복하게, 가족과 즐겁게 살고 싶어 열심히 사는데 정작 서로 얼굴 볼, 마음을 전달할, 밥 한 끼 같이 먹을 시간도 없다. 그것에 대한 후회의 반작용이라는 것이다.

역사 속에 존재했던 사람들과 오늘을 사 대부분의 사람은 행복과 평안을 잃어버린 채 살았고 또 살아가고 있다. 열심히 살았는데 별로 평안하지가 않다. 왜 그런가? ▷빼앗기는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세상 모든 것은 사라지며 언젠가는 다 내 곁을 떠난다. 평안과 행복이 사라지는 그 어떤 것에 뿌리를 두고 있다면 그것이 사라졌을 때 행복과 평안도 잃어버린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면 내 안에 절대로 빼앗기지 않는 조건을 가져야 한다. ▷비교우위의 조건을 가졌기 때문이다. 동창회를 다녀오면 마음이 상한다. 지인의 집들이를 다녀오면 불행하다. 친구가 서울대에 합격하면 자존심이 상한다. 나와 타인이 가진 조건의 비교우위를 통해 불행과 행복이 결정된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면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가치를 가져야 한다. ▷일시적인 것을 가졌기 때문이다. 하루의 기쁨은 목욕, 일주일은 이발, 한 달은 새 옷, 3개월은 새 차, 일 년은 새 집, 3년은 결혼이라 했다. 이처럼 일시적인 것은 일시적인 기쁨을 준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면 영원한 조건을 가져야 한다. ▷좋은 동반자가 없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아주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변치 않는 동반자이다. 그런데 세상의 동반자는 손익의 유무를 따라 그 동행의 연한이 결정된다. 진정한 행복을 누리려면 신뢰의 동반자를 만나야 한다.

이처럼 진정한 행복과 평안은 내 안에 영원히 변치 않으며, 비교할 수 없는, 신뢰의 동반자를 가지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에서 신기루처럼 왔다가는 어설픈 행복과 평안의 조건들에 속지 말고 자신의 내면에 세상이 줄 수도, 빼앗아 갈 수도 없는 행복과 평안의 조건을 채워가야 한다.

행복과 평안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조건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가진 행복과 평안은 실체일까 아니면 신기루일까.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