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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한국 무대가 받아주지 않던 그들…세계를 홀린 '매직'

부산표 넌버벌 마술 퍼포먼스 '스냅' 해외서 잇단 러브콜

  •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  |   입력 : 2016-11-13 18:58:14
  •  |   본지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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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형준 씨 주도해 마술사 9명 의기투합
-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수상 쾌거
- 내년 '아메리카 갓 탤런트' 출연까지
- "국내 100곳에 공연제의, 모두 거절 당해"

국내 공연계에서 여전히 아웃사이더인 '마술'에 빠져 20년을 보냈다. 마침내 남들이 알아주지 않는 '마술'로 세계 무대에 서게 됐다. 그루잠프로덕션 대표이자 마술사 김형준(39) 씨 얘기다.
넌버벌 매직 퍼포먼스 '스냅'의 공연 장면. 그루잠프로덕션 제공
김 대표가 만든 첫 넌버벌 퍼포먼스 '스냅(SNAP)'이 해외 진출의 첫발을 뗐다. '스냅'은 지난 8월 세계 최대 공연예술 축제로 3400개 공연팀이 참가한 '영국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아시안 아츠 어워드'를 수상하는 쾌거를 거뒀다. 현지 언론의 호평은 물론 미국 최고의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카 갓 탤런트' 출연도 확정됐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독일, 중국 등에서 출연 의뢰도 쏟아져 내년 일정이 빡빡하다.

'스냅' 공연 장면.
'스냅'은 김 대표와 마술계에서 차근차근 경력을 쌓은 20·30대 마술사 9명이 만든 '넌버벌 미스터리 & 매직 퍼포먼스'다. 장난을 좋아하는 마술사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문에 들어서 동심에 갇힌 소년, 붉은 마녀, 연금술사, 시간여행자, 드리머를 만나 흥미진진한 모험을 한다. 단순한 마술쇼가 아니라 음악, 현대미술, 연극 등을 결합해 국내에서 보기 드문 마술 넌버벌 퍼포먼스가 탄생했다.

그루잠프로덕션은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주요 극장인 어셈블리가 주최한 '코리아 시즌'(5개 팀)에 참가해 일주일간 공연했다. 겁 없이 500석 규모의 중극장에 도전해 주위의 걱정을 샀으나 현지 언론의 호평과 입소문 덕분에 많은 관객을 끌어들였다.

'스냅' 공연 장면.
김 대표는 '스냅'의 성공 요인을 '노련한 마술사가 빚어낸 미스터리 퍼포먼스'로 정리했다. 그는 "넌버벌 퍼포먼스라 언어 제약이 없고, 해외 마술대회에서 수상한 노련한 마술사들의 연기가 빛났다. 미스터리 요소를 가미해 적당한 긴장감을 불어넣은 덕에 지루하지 않고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었단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 밑바탕에는 마술로 잔뼈가 굵은 김 대표의 노력이 있었다. 그는 어릴 적 책과 인터넷으로 마술을 배우며 공연계에서 경력을 쌓았다. 2008년 동부산대 교수로 초빙된 이후 마술국제세미나를 창설해 국·내외 마술사의 교류를 주선했다. 2009년부터 4년간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제대로 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하겠다는 목표 아래 2013년 그루잠프로덕션을 세웠으며, '스냅'이 첫 결과물이다.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찍은 '스냅' 출연자와 스태프 단체사진.
그런데 의외로 '스냅'의 국내 공연은 한 차례에 불과했다. 국내 공연장 100군데에 영상을 포함한 프로필을 돌렸지만, '경험이 없다' '경력이 없다' '신인이라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는 "국내 예술 분야에서 마술이 애매한 위치에 있다 보니 공공의 지원을 받기도, 공연장에 서기도 어렵더라. 부산의 공연장도 많이 찾아다녔으나 경력이 부족하단 이유로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는 말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비교적 착실히 경력을 쌓았으나 소수 장르와 신인이란 이유로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스냅'을 만든 김형준 대표. 김성효 기자
'스냅'은 오는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한 차례 공연한 뒤 내년 1월 미국 공연 아트마켓 'APAP'에 참가한다. 3월부터 '아메리카 갓 탤런트' 촬영도 시작한다. 김 대표는 해외 무대에서 날개를 펼칠 준비를 하면서도 '변종'을 꿈꾸는 지역의 젊은 공연기획자를 부지런히 만나고 있다. 그는 "부산에 터전을 두고 무대에 서고자 하는 청년 예술가가 의외로 많은데 무대에 서기까지가 너무 어렵다. 저의 안타까운 경험을 후배들이 겪지 않도록 함께 얘기하며 더 나은 방향을 찾고 싶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꿈의 무대 브로드웨이를 목표로 해외에 발을 내딛은 공연기획자의 희망과 고민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이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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