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대표 재즈 콘서트인
- '…와인에 빠지다' 특별판 격
- 내로라는 뮤지션 참여
- 업그레이드된 무대 보여 줘
- 관객중심형 콘텐츠의 힘

"♪♬ I fall in love too easily. I fall in love too fast." 노르웨이 재즈 가수 잉거 마리(Inger Marie)가 고운 소리로 사랑을 노래했다. 그의 목소리는 슬퍼도 슬퍼할 겨를 없이 억척스럽게 살아가는 현대인을 감싸 안았다. 사회자는 "누군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위로하는 무대 같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27일 열린 잉거 마리의 공연은 '해운대 재즈 페스티벌- 3 디바와 만나다'의 첫 번째 무대였다.

지난 28일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린 제3회 해운대재즈페스티벌에서 가수 신연아가 공연하고 있다. 무대공감 제공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한 해운대 재즈 페스티벌은 해운대문화회관과 문화기획단 '무대공감'이 주관하는 행사다. 지난 26~29일 나흘간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공연이 열렸고 재즈 음반과 나만의 악기 만들기 등 프리마켓이 해운대문화회관 앞 광장에 마련됐다. 무대공감이 2008년부터 매달 열고 90회 이상 진행한 '재즈, 와인에 빠지다'의 특별판인 셈이다.

해운대 재즈페스티벌은 점점 성장하고 있다. 그 성과를 인정받아 매년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공연기획 프로그램 사업비를 늘려 받았다. 탄탄한 성장이 가능한 건 '재즈, 와인에 빠지다'가 지난 8년간 꾸준하게 쌓아온 내공 덕분이다. '재즈 와인에 빠지다'에는 매달 1, 2팀의 재즈 뮤지션들이 오르지만 매번 다른 분위기다. 친구들과 이 공연을 찾은 지 3년이 넘었다는 김정미(52·해운대구) 씨는 "올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이 다르다는 것이 큰 매력이다. 뮤지션의 수준도 매우 높다"고 말했다.

재즈 가수 잉거 마리, 신연아, BMK(왼쪽부터).

지난 28일에는 빅마마의 리더 신연아가 프랑스 샹송의 매력을, 29일에는 BMK가 폭발적 가창력을 선보여 잉거 마리와는 또 다른 재즈를 선사했다. 객석 500석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었고, 세션 밴드의 연주력과 음향도 훌륭해 "최고다"하는 탄성이 객석 곳곳에서 나왔다. 무엇보다 '재즈 와인에 빠지다'의 저력은 관객 중심형 공연에 있었다. 공연 30분 전 2층 로비에는 와인과 간식이 마련됐다. 스태프 4, 5명은 와인과 어울리는 치즈와 비스킷, 과일, 견과 등 다과를 준비했다. 이를 즐기는 관객의 연령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했다. 데이트 코스이자 친구 모임, 가족 나들이로 보였다. 물론, 이런 분위기는 제4회 해운대 재즈페스티벌 공연 현장에서도 고스란히 재현됐다.

공연 중 무대 화면에는 관객 사연도 소개됐다. '엄마에게 좋은 공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함께 왔다'는 모녀, '사랑하는 딸과 즐겁게 지내고 있다'는 부녀, '건강하게 출산하자'고 기도하는 부부…. 홀로 찾은 관객도 있었다. 페이스북 회원 관리와 응모권, 멤버십 등도 돋보였다.

제3회 해운대 재즈페스티벌과 연계해서 지난 26일 열린 '제3회 재즈 루키 콘테스트'도 눈여겨 볼만했다. 1회 우승자 에이퍼즈(A-FUZZ), 2회 우승자 겟츠(GETZ)가 서울재즈페스티벌 무대에 오르고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자, 상금이 높지 않음에도 재즈계에서는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우승상도 해운대문화회관장상에서 해운대구청장상으로 높아졌다. 이날도 한국예술종합학교, 군악대 출신 등 실력파 재즈 밴드들이 경쟁했다. 쟁쟁한 팀들 가운데서 '재즈데오' 팀이 우승했다.

관객 중심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한 꾸준한 상설 공연이 페스티벌로 확장되고, 신인 등용문 구실까지 하는 선순환을 느낄 수 있었다.

최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