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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 없는 시인의 성취, 노벨문학상의 경계를 넓히다

밥 딜런 문학상 소식에 세계 곳곳서 찬반 분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10-14 20:06:0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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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사라는 문학을 통해
- 인류애 메시지 전파했다"
- 환영하는 목소리 높지만
- "같이 후보에 오른 세계 문호
- 문학적 업적 가볍게 만들어"
- 일부 비판하는 의견도

정식으로 시집을 낸 적도 없는 사람이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한' 공로로 놀랍게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세상에 주로 '가수'로 알려진 사람이다. 대중가수로 통하던 인물이 세계 최고 권위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지자, 곧장 세계 곳곳에서 찬반 의견이 들끓기 시작했다. 환영하는 쪽이든 불만이 있는 쪽이든 첫 반응은 거의 같다. "깜짝 놀랐다."

스웨덴 한림원이 지난 13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미국의 가수이자 시인 밥 딜런(75)을 선정했다고 발표하자, 그의 문학과 음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온라인에서 그의 노래를 들으려는 사람이 급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밥 딜런은 시집을 펴낸 적이 없다. 다만 '밥 딜런 리릭스(Lyrics)'라는 가사집은 꾸준히 냈다.

1970년대 한국 청년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 '블로잉 인 더 윈드(Blowing in the Wind)', 수많은 음악인이 따라 부른 명곡 '녹킹 온 헤븐스 도어(Knocking on Heaven's Door)를 비롯해 '라이크 어 롤링 스톤(Like a Rolling Stone)', 미스터 탬버린맨(Mr. Tambourine Man)' 등이 한국팬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그의 대표곡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을 감상하려고 책을 펴는 게 아니라 노래를 듣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놀랐습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대중음악 저술가 김형찬 씨는 놀랐다는 말부터 꺼냈다. 그는 "밥 딜런의 가사(시)는 쉽지 않다. 중의적인 표현이 많고, 미국 문학과 사회를 잘 알지 못하면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고 전제했다. 이는 밥 딜런의 시가 갖는 특유의 문학성을 표현하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그의 시와 음악은 1960년대 이후 미국의 반전운동·개혁운동 시기 미국 청년문화의 상징이 됐고, 그 영향력은 한국에도 이어졌다. 밥 딜런의 저항성은 한대수 김민기 양병집 김의철 양희은 김광석 노찾사 등으로 이어져 한국 노래운동이 꽃피게 했다. 김 씨는 "중요한 것은 밥 딜런이 '노래와 가사로 사회를 비판하고 자아를 성찰할 수 있다'는 태도를 당시 한국 대중문화에 심은 것"이라고 말했다.

'음유시인'으로 꼽히는 김형술 시인은 "밥 딜런의 가사가 난해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쌍수를 들고 환영한다. 노벨문학상이 고리타분하다고 여겼는데, 틀을 깼다. 노벨문학상의 진수로 본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정훈 문학평론가도 "가사 또한 언어다. 문학에 포함된다. 시와 음악으로 대중에게 인류애 사랑 평화의 메시지를 깊이 전한 딜런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만하다"고 했다.

"현대사회에서 문학의 가장 대중적인 형태가 바로 가사이다. 현대예술은 장르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서로 스며든다. 시가 시집 안에만 머무는 게 아니다." 김형찬 씨의 이런 의견은 스웨덴 한림원의 '대범한' 결정을 환영하는 쪽의 생각을 반영한다.

하지만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른 세계 문호들의 성취가 밥 딜런보다 거대하고, 문학의 문학다움을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며 이번 결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국내외 언론을 통해 터져 나온다. 이참에 노벨문학상에 너무 큰 권위를 부여하는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밥 딜런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예술에서 장르 중심의 전통적 틀에 머물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창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최근의 흐름에 더 큰 힘을 실어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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