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팀에 2000만 원씩 맞춤 지원

"공사장에서 막노동하든 어떻게든 제작비를 마련하지만 연극을 만들며 제일 어려운 건 외롭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빵빵한 기부자'와 적극적 관심을 보여준 재단도 있으니 외롭지 않은 공연이 될 것 같습니다."

	부산문화재단과 부산도시공사로부터 기획형 메세나 맞춤 지원을 받은 연극들. 사진은 공간소극장의 연극 '봄이 오는 소리'

'아주 특별한 공연'을 마친 극단 더블스테이지 김동민 대표가 환하게 웃었다. 지난 26일 오후 7시 공간소극장(부산 수영구 남천동)에서 부산문화재단의 '기획형 메세나 맞춤 지원'을 받은 연극의 쇼케이스가 열렸다. 올해 처음 시도된 이 사업의 수혜자, 공간소극장의 '봄이 오는 소리', 더블스테이지의 '옆집에 웬수가 산다'가 무대에 올랐다. 각 공연은 부산도시공사와 문화재단으로부터 2000만 원씩 지원받아 오는 11월 관객과 만나게 된다.

이 자리가 특별했던 것은 부산문화재단이 기존 틀을 탈피해 새로운 지원 방식을 시도한 '기획형 메세나'의 중간 결과물이 처음 공개됐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메세나 사업의 경우 예술단체가 기업과 결연해 지원을 신청하면 기업 기부금의 일정비율을 재단이 매칭해 보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번 맞춤 지원은 기부자인 부산도시공사가 '연극계 공연 활성화'라는 분야를 지정해 2000만 원을 기부했고, 그에 따라 재단이 2000만 원을 보조하면서 공모를 통해 두 팀을 선정하는 과정을 거쳤다.

	더블스테이지의 연극 '옆집에 웬수가 산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공모할 당시 서민 임대아파트 공급 등을 하는 도시공사의 특성에 맞춰 작품의 소재를 '서민아파트'로 정한 것이다. 두 공연 역시 서민아파트를 배경으로 제작됐다. '옆집에 웬수가 산다'는 임대아파트에 사는 중년부부와 신혼부부의 갈등과 화해, '봄이 오는 소리'는 서민 아파트에 사는 치매 걸린 아버지와 그가 숨겨놓은 돈을 찾으려는 자식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기부자를 염두에 둔 '이스터에그(Easter egg)'같은 재치있는 대사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우리 행복아파트는 베스트(Best) 퀄리티, 맥시멈(Maximum) 서비스, 챌린지(Challenge) 크리에이티브, BMC를 갖췄다"고 하는 식이다. BMC는 부산도시공사의 영문명 약자다. 기부자 측 실무자인 부산도시공사 고객홍보팀의 이선우 주임은 "티켓 구매와 같은 일회적 방식이 아니라 도시공사의 활동을 간접적으로 홍보하고 지속적으로 공연될 수 있는 콘텐츠를 발굴하는 생산적 기부가 돼 더욱 뜻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사업을 기획한 부산문화재단 예술진흥팀 최윤진 팀장은 "기획형 메세나 맞춤 지원은 재단-기업-예술단체가 상생하는 지원 구조를 만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예술단체가 자생력을 키우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