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때쯤 부산 전역서 쉽게 포획
- 낚싯대 하나당 몇 마리 줄줄
- 시장 가도 1만 원이면 한가득

- 향긋한 육즙 머금은 된장국
- 금게요리 중 최고 별미로 쳐

- 튀겨서 껍질째 한입 베어 물면
- '아사삭' 고소함이 물밀듯이
- 찜은 꽉꽉 찬 살 빨아먹는 재미

저물녘 백사장을 거닐다 보면 몇몇 강태공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것을 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낚싯바늘에 지렁이나 새우 등의 미끼를 끼우는 일반 채비와는 조금 다르다. 낚싯줄 끝에 줄이 얼기설기 엉킨 것 같은 그물망과 양파주머니 같은 것이 매달려 있다. 일명 '게 낚시' 채비이다. 이들은 밤에 먹이활동을 위해 백사장 연안으로 오르는 '금게'를 대상으로 낚시를 하고 있는 것이다.

호박·양파·대파를 넣고 끓 인 금게 된장국.

'금게'는 연안의 모래 속에서 서식하기에 일명 '모래게'라고도 불린다. 동해 남부, 남해 및 제주도에 분포하며, 수심 15m 내외 맑은 물의 모래 바닥에서 대량 서식한다. 주로 모래 속 조개류 등을 먹잇감으로 하며, 갑각의 등껍질은 연갈색으로 매끈하며 광택이 난다. 그 위에 팥죽색의 작은 점들이 촘촘하게 박혀 있다.

주로 연안에서 통발로 잡는데 부산에서도 그 개체수가 적지 않아, 여름철이면 부산 전역에서 어획되는 어족이다. 그도 그럴 것이 부산 동쪽의 기장 월내항에서부터 해운대, 광안리 해역을 거쳐 서쪽의 사하 하단포에 이르기까지 분포하기에, 모래밭을 중심으로 어렵지 않게 잡을 수가 있다.

금게는 그 맛이 담박해 육수로 끓여놓으면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이 때문에 주로 된장을 풀어 된장국을 끓이거나,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튀기거나 구우면 바삭바삭 통째로 먹을 수 있다. 개체수가 많아 가격 대비 부담 없는 식재료이기도 하다. 금게는 주로 통발로 어획하는데, 몸체가 작은 놈들은 백사장 근처에까지 올라오므로 '게 낚시'로도 충분히 마릿수 조과를 볼 수가 있다. '게 그물' 채비는 '그물망'과 미끼를 넣는 '미끼주머니'로 구성되어 있다.

금게 튀김. 껍질째 먹을 수 있어 고소함이 일품이다.

미끼주머니에 고등어 대가리 등속을 넣고 바다 멀리 던져 놓으면, 금게가 미끼를 먹기 위해 다가왔다가 실타래 같은 그물망에 발이 걸려 잡혀드는 것이다. 특히 고등어는 비린내가 강해서 게를 유인하는 데에는 최고의 미끼로 활용된다.

'금게낚시'는 금게가 주로 밤에 해안으로 올라와 먹이 활동을 하므로 밤에 낚시를 한다. 때문에 '밤 마실' 삼아 바다에 게 낚시채비를 던져놓고,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거나 소주 한 잔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낚싯대마다 금게가 주렁주렁 밤송이 열리듯 잡혀 올라오는 것이다.

한 번에 두세 마리씩 올라오다 보니 잡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게 그물에 걸린 놈들을 실타래 풀 듯 살살 끄집어내면, 제법 실하게 버둥거리는 놈들이 두 손 꽉 차게 들어오는 것이다. 어둠이 깊은 그믐밤 즈음이 특히 조과가 좋다.

꽉 찬 살을 빨아먹는 재미가 있는 금게찜.

낚시터에서 잡은 금게는 잡는 즉시 몇 마리씩 숯불에 얹어 구워먹으면 대단한 별미이다. 살아있는 싱싱한 금게를 숯불에 잘 구우면, 껍질이 바삭바삭한 스낵과자처럼 고소하고 짭조름하여, 맥주 안주로 그 이상 가는 게 없다. 재래시장에서 1만 원 주고 금게 스무여 마리를 산다. 잘 손질한 금게를 보니 그 크기가 손바닥에 가득 찰 만큼 실하고 오지다. 이놈들로 '금게된장국', '금게찜', '금게튀김', '금게라면' 등을 만들어 볼 요량이다.

우선 모친이 직접 담근 토속 된장국을 풀어 '금게된장국'을 끓인다. 금게 큰 놈 두어 마리에 대파, 양파, 호박 등속을 넣고 바글바글 충분히 끓인다. 국물을 한 숟갈 떠먹어 본다. 구수하고 짭짤함이 끝이 없다. 진하면서도 시원해 밥과 함께 곁들여 먹어도 좋겠고, 된장을 묽게 풀어 끓이면 해장국으로도 손색이 없겠다.

된장의 짜고 들큼한 맛과 금게의 짙은 육즙이 만나 달콤하고 짭짤한 맛이,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의 풍성한 생태계를 연상케 한다. 거기에 매운 땡초 하나 들어가 마지막 맛의 정점을 찍는다. 왜 금게로 만든 음식의 첫 번째가 '금게된장국'임을 비로소 알겠다.

금게 한 조각 입에 문다. 촉촉하게 배인 육즙이 후드득 떨어진다. 살이 촉촉하면서도 부드럽고, 간간하니 간이 배여 입에서 느끼는 흔쾌함이 여간 아니다. '금게찜'도 맛을 본다. 찜은 씨알이 굵은 놈으로 골라 쪘는데, 그 크기가 꽃게만 하다. 등껍질을 벗기니 노란 알과 살이 꽉꽉 들어차 있어, 꽃게, 홍게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겠다. 알은 질릴 정도로 고소한 맛을 내고, 살은 입속에서 은근하게 감칠맛을 풍긴다.

금게 하나 입에 물고 쪽쪽 빨아본다. 금게 속에 스며든 육즙이 울컥울컥 쏟아진다. 살을 발겨 한입 충분히 입에 머금으니 그 감미로움이 웅숭깊다. 담박하면서도 기분 좋은 풍미가 입안에서 내내 출렁인다.

'금게튀김'도 한입 베어 문다. '아사삭~' 잘 튀겨져 씹히는 소리가 아주 경쾌하다. 마치 조기를 바싹하게 구워 먹는 느낌이다. 금게는 등껍질과 아가미를 제거하고 다리를 정리한 후 2~4등분 하여 기름에 튀기는데, 두 차례에 걸쳐 튀기면 더욱 고소하고 바삭한 식감을 즐길 수가 있다.

'자글자글' 금게 튀겨내는 소리가 명랑하다. 마치 더운 여름 낮, 대지를 적셔주는 소낙비 소리 같다. 고소한 냄새가 주위 사람들의 식감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바싹바싹한 식감 속에 고소함과 해산물의 짙은 바다향이 서로 잘 어우러진다. 껍질과 함께 통째 우적우적 씹어 먹으니 이 또한 괜찮다.

금게를 넣은 라면. 최원준 제공

먹고 남은 게 다리를 모조리 넣고 라면을 끓인다. 금게를 찌면서 나온 육수도 함께 넣고 진하게 끓인다. 보글보글 끓을 때 땡초도 넉넉하게 썰어 넣는다. 매운 냄새가 코끝을 강렬하게 자극한다. 꼬들꼬들한 라면 면발을 후루룩 들이켠다. 음~! 진한 해물육수가 쫄깃한 면발에 배여 탱탱하다. 씹을 때마다 해산물 특유의 풍미가 풍성하게 터져 나온다. 국물 한 사발 크게 들이켠다. 궁극의 구수함과 시원함이 물밀듯 밀려온다.

게 특유의 기분 좋은 비린내와 홍어애탕에서나 풍길만한 콤콤함도 중년의 이들에게는 아주 흡족한 '신의 한 수'이다. 후루룩 후루룩 여러 차례에 걸쳐 국물을 깨끗이 비운다. 속이 환하게 풀리면서 여느 신선놀음 또한 부럽지가 않다.

몸체가 부드러워서 튀겨놓으면 껍질째 바로 씹어 먹을 수 있는 '키토산의 보고(寶庫)' 금게. 1만 원어치만 사도 중치 급 꽃게 크기의 금게를 20여 마리, 그보다 작은 놈들은 30~40여 마리 정도를 살 수가 있다. 때문에 서민들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는, 가격 대비 참 착한 식재료가 금게이다.

여름이 가기 전 이 금게의 다양한 요리로, 마지막 여름철 넉넉한 만찬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몸이 든든해야 남은 여름도 견디고, 다가올 가을도 든든하게 맞을 일 아닌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