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또 호들갑이다. 리우 올림픽 메달권에 있던 선수들의 중도 탈락 이야기가 아니다. 날씨에 관한 것이다. 해마다 말한다. 몇 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폭염이라고.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계속 언론에서 덥다 하니까 더 덥다. 언론의 소식처럼 몇 년 만에 찾아온 더위니까 에어컨을 틀어야겠는데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요금이다. 걱정이 앞선다. 요금피크제도 신경 쓰인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또 덥다.

무더운 날 등목하는 정경. 돌이켜 보면, 등목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한 소박한 피서법이었다. 국제신문 DB

요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가 핫 이슈다. 서민의 주장과 한전 관계자의 말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공장용 전기보다 가정용 전기의 누진율이 훨씬 높다. 전력 대란의 주범이 가정용이 아니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아는데, 전체 사용전력의 14%정도만 가정에서 사용한다는 사실도 다 아는데 관계자들은 또 억지를 부린다. 법인세보다 과하게 징수되고 상승 비율도 높게 나타난 개인 세금의 형평성과 함께 서민 마음을 아프게 한다.

폭염처럼 쏟아지는 뉴스에 스트레스 받고, 그렇다고 해서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피하자니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하고 이래저래 다시 마음이 아프다. 이런 상황도 마음을 아프게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더 큰 걱정이 있다. 지구가 가진 환경의 파괴와 에너지의 고갈이 점점 더 우리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회사마다 팔다 남은 옷이 흘러넘쳐 재고를 불태워 없앤다. 고가의 음식물이 남아 그냥 버려진다. 쓰지 않는 물건이 회사와 가정에 넘친다. 산 지 며칠 되지도 않은 물건이 멀쩡한 모습으로 고물상에 입고된다. 소중한 약도 버려지고, 물도 물 쓰듯 사용된다. 필요 없는 물건을 억지로 팔기 위해 필요 없는 물건을 사은품이라는 미명으로 덤으로 준다. 또 창고에 들어간다.

제조에서 쓰레기로 처리되기까지 과정, 이 모든 것이 다 자연 파괴다. 에너지 그리고 자원이 경제적 이익과 육신의 편리 앞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낭비된다. 지구는 어쩌다 보니 만들어진 우연의 소산물이 아니다. 또, 목적에 의해 만들어진 지구의 에너지는 무한정한 것이 아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금의 에너지사용량을 1/3가량 줄여야 2050년까지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수준에서 묶어둘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온난화에 따른 피해와 재앙은 경고의 수준을 넘어 현실화 상태에 다다랐다.

덥다. 정말 덥다. 그렇지만 조금만 삶의 속도와 방향을 조절하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참을 수 없는 것이 있다. 우리의 과소비로 내 자녀들이 사용할 지구가 없어지는 것이다. 내 아들과 딸이 사용할 환경과 에너지와 소중한 원초적 자산이 사라지고 있다.

다음 세대가 사용해야 할 지구의 자산을 우리가 다 사용하는 것은 정말 무책임한 행동이며 그들의 것을 도둑질(?)하는 것과 같다. 경제적 이익 유무를 떠나 지구를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만드는 것은 기성세대의 죄악이다. 원초적 자연의 상실과 환경 파괴와 에너지 낭비는 지구의 파멸이라는 설국열차를 타는 것과 같다. 더위는 참아야 하나 지구의 파멸을 향한 어리석음에는 참지 말아야 한다.

가야교회 담임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