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능있는 어린이 선발해 창단
- 전통예술 현대화 선구적 역할
- 외국 명사 위한 공연서 갈채
- 민간사절 역 톡톡히 해내

한국전쟁의 폐허를 거치는 동안 한국은 전쟁과 가난이라는 이미지로만 세계인들에게 기억되었다. 1959년 김시스터즈가 미국에 건너갔을 때 한국의 전통민요 '아리랑'을 중국풍의 음악으로 바꾸어 불렀다는 것은 한국이 독자적인 문화적 이미지를 갖기 힘들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제는 K-pop이라는 문화적 이미지로 세계인들에게 각광받는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그 이전까지는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 개선에 기독교의 역할이 컸던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 기독교의 후원으로 창단된 선명회어린이합창단과 리틀엔젤스는 세계 각국을 누비며 한국 문화와 음악적 재능을 선보여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민간 외교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1963년 당시 선명회합창단 .

선명회란 세계기독교선명회의 약칭인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독교 지도자인 밥 피얼스 박사가 1950년 10월 설립한 기독교 구호단체이다. 1953년 5월 20일 선명회 한국지부가 설립되었고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은 1960년 8월 22일 선명회 산하 전국 157개 고아원의 원아 1만5000명 가운데 뽑은 32명(남자 6, 여자 26명)으로 구성됐다. 1961년 10월 15일부터 첫 해외공연을 갖기 시작해서 1973년까지 모두 6차례 각국의 수상이나 대통령 앞에서 성가, 명곡, 민요, 가곡 등의 노래로 공연을 펼쳐 갈채를 받았다.

1961년 첫 해외공연 때 캐나다의 '오터워저널'에서 "고아들의 애절한 합창단이라기보다는 한국의 사랑스러운 꼬마합창단이 되었다. 그 매혹적인 노랫소리는 유럽의 어떤 합창단에도 뒤지지 않는다"라는 평을 얻었다.

선명회합창단이 서양음악을 합창으로만 전달한 단체였다면 1962년 5월 5일 한국문화재단 총재 박보희 씨가 창단한 리틀엔젤스는 한국 전통음악을 무용, 합창, 연주 등의 종합적인 방법으로 공연하는 단체였다. 단원 선발도 선명회합창단은 극빈자 중에서 음악적 재능이 있는 사람들 선발해 고등학교 때까지 활동했지만 리틀엔젤스는 기준이 엄격했다. 첫째, 여자 어린이는 만 7세부터 11세 미만, 남자 어린이는 15세 미만으로 제한했고, 키 110~145㎝, 학교성적이 중간 이상, 경제적 능력을 조건으로 내세웠다.

리틀엔젤스가 국악에 접근하는 방식은 전통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현대화하는 것이었다. 부채춤과 강강술래는 더욱 화려하게 만들고, 10명 이상이 일사불란하게 6개의 북을 두드리며 춤을 추는 북춤과 장구춤에서는 힘과 역동성을 가미하고, 시집가는 날과 꼭두각시춤에서는 어린이들의 앙증맞고 귀여운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

1971년 리틀엔젤스 미국 공연 때 미국 상원위원 밀튼영 부부의 볼에 뽀뽀하는 모습. 김형찬 제공

1965년 9월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위한 특별공연을 시작으로 1973년까지 7차 공연을 거치면서 총 900회에 걸친 극장공연과 500회의 텔레비전 출연을 하며 각국의 국가원수를 포함한 유력 인사들과 만나 한국의 아름다운 예술을 심어주는 민간외교 사절의 역할을 수행했다. 1971년 12월 18일 닉슨 대통령 및 히드 영국 수상 공연으로 감사장을 받았고 1971년 1월 15일 일본 황태자 내외를 위한 특별공연을 했다. 1971년 11월 15일 역사상 동양에선 최초로 영국 여왕 어전공연에 초청됐다.

화려하고 역동적이고 귀여운 공연을 선보여 기립박수를 얻어낸 가운데 어리고 귀여운 리틀엔젤스 단원이 국가원수의 양볼에 뽀뽀세례를 퍼붓는 모습이 언론에 보도가 되면서 한국 이미지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가난에 허덕이는 불쌍한 나라를 넘어서게 되었다.

1971년 당시 리틀엔젤스 .

미국 '프레드릭 포스트'지는 "너무나 섬세하고 우아하고 신선하고 청초하고 순수하다. 사랑과 미와 선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의 천사다"라고 평을 했고, 일본 무용평론가 다까기 씨는 "다이내믹한 연기, 조화와 박력 넘치는 무용, 화려한 의상으로 빈합창단과 쌍벽을 이루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리틀엔젤스의 활동은 김응천 감독이 1973년 '천사의 메아리'라는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었다. 내용은 시한부 생명을 살고 있는 10세의 어린 리틀엔젤스 단원이 공연을 통해 이를 극복한다는 것이었다. 춤추는 사절로 우리 민속예술을 세계에 알려 국위를 선양한 공로로 리틀엔젤스는 1976년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하사받은 어린이대공원 동문 옆 대지 5500평에 리틀엔젤스예술학교를 건립했다. 초등, 중등, 고등학교 과정에서 기악, 성악, 국악, 한국무용부문에서 특채로 예술인재를 뽑을 수 있는 특혜가 주어졌다. 이후 리틀엔젤스는 1976년 선화학원으로 바뀌어 선화예술단을 운영했고 1984년부터는 유니버설발레단으로 활동이 이어져 한국의 무용계를 떠받치는 기둥이 되었다.

선명회합창단과 리틀엔젤스는 한국이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경제개발의 시대를 맞이해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릴 필요가 있었던 때에 기독교나 국가의 지원으로 예술공연 활동을 전개하여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들 단체는 전통예술을 누구보다 앞서 현대화했고 이런 과정을 통해 한국에서 예술영재를 일찍부터 길러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대중음악저술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