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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한 역사적 증거로 베트남전 유령 조명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 권헌익 지음 /박충환 이창호 홍석준 옮김 /산지니 /2만5000원

  • 국제신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6-06-03 19:09:14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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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어츠 상' 수상 인류학 권위자
- 현지서 전쟁세대 만나 장기 연구
- 베트남식 전쟁유령 의례에 초점
- 인류학·사회적 의미로 재해석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의 권헌익 석좌교수는 저서 '학살, 그 이후'로 2007년 제1회 기어츠 상을 받았다. 기어츠 상을 검색해보니 '인류학 부문의 권위 있는 상' '인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때 권 교수는 45세였다.
호찌민 시내 통일궁에 베트남 전쟁 때의 탱크가 전시돼 있다. 1975년 4월 30일 북베트남 군대의 탱크가 진입해 이곳을 점령하면서 전쟁은 막을 내린다.
권 교수는 '학살, 그 이후'와 연관성이 높은 책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펴내 2009년에는 제1회 조지 카힌 상을 받았다. 최근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을 번역·출간한 산지니출판사는 조지 카힌 상을 "뛰어난 동남아시아 연구서에 주는 상"이라 설명했다. 이 상 역시 인류학계에서 큰 영예로 여긴다는 평가 또한 쉽게 접할 수 있었다.

저명한 학자가 많고 높은 연구 성과를 내기로 유명한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의 석좌교수라는 직함만 해도 높은 권위로 다가오는데, 인류학 부문의 권위 높은 상까지 자기 주머니에서 물건 꺼내듯 받는 느낌을 권 교수는 준다. 그렇다면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은 대체 어떤 책일까.

저자의 설명을 직접 들어보자. "이 책은 한편으로 전쟁이 초래한 폭력적 죽음과 인간적 삶의 이탈을 폭로하는 생생한 역사적 증거(그리고 문화적 증언)로서, 다른 한편으로는 현재 베트남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러한 역사적 증언이 특수한 형태에 대한 활발한 사회적 개입이라는 관점에서 베트남의 유령들을 조명한다."(22~23쪽)

베트남 전쟁에서 죽은 사람들의 혼령, 즉 유령을 다룬다는 뜻이다. '유령이 학술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 하는 물음이 당연히 뒤따를 법한데, 거기에 대한 대답이 '제1회 조지 카힌 상 수상'이다. 런던정경대 냉전연구센터 오드 웨스타드 교수는 이 책에 실은 추천사에서 "권헌익의 책은 탁월하다. 역사학, 인류학, 문학 연구를 아우르는 이 책은 지금까지 어떤 학자도 시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베트남 전쟁에 관한 연구를 전개하고 있다"고 썼다.

권 교수는 "이 책을 완성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문장으로 책을 시작할 만큼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베트남의 껌레(Cam Re)라는 지역을 비롯해 장기간에 걸친 현장 연구를 펼쳤다. 1968년 베트남 전쟁이 터졌을 때 학살이 벌어진 지역과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 깊이 연구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망자의 대이동' '껌레의 유령 출현' '한 미군 장교의 유령' '사지절단자 랍' '이탈된 영혼들의 친밀성' '타고난 공산주의자의 혼령' '유령을 위한 돈' 등 흥미롭고 낯선 제목의 글이 많음을 알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이 책은 1980년대 경제개혁 이후 베트남 사회에서 '전쟁유령'이 뚜렷한 문화현상으로 부각된 것을 바탕으로 해서 전쟁유령에 관한 의례에 초점을 맞춘다. 이를 통해 베트남 전쟁 희생자들에 대한 기억과 기념행위가 갖는 종교적·인류학적·사회적 의미를 조명한다.

베트남과 한국은 많은 문화적 자산을 공유하는 데다 두 나라 모두 전쟁의 기억까지 갖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유령들'이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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