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연 3시간여 전부터 운집
- 삼삼오오 음식 먹으며 즐겨

지난 14일 오후 1시부터 부산 동래구 사직아시아드보조경기장에는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공연 시작 3시간여 전인 이른 시간이지만 무대 앞 좋은 자리를 선점하려는 사람들이었다. 공연 예정 시간인 오후 4시30분이 되자 경기장 잔디밭은 관객 3000여 명으로 가득했다.

지난 14일 오후 부산 사직아시아드보조경기장에서 열린 돗자리 페스티벌에 참석한 관객들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부산에서 처음 시도되는 '돗자리 페스티벌'은 봄소풍 나들이 나온 분위기로 돗자리 위에 앉거나 누워 준비해온 도시락과 음료, 주류 등을 즐기며 라이브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콘서트다. 주로 음악은 열정적인 록이나 댄스, 힙합보다 바람에 살랑이기 좋은 부드럽거나 발랄한 곡으로 구성됐다.

도심 속 여유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와 어울려 그 낭만이 배가 됐다. 구름 한 점 없고 미세 먼지도 없는 맑은 날씨 속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 등 뒤에 닿은 따사로운 햇살이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초록 잔디밭과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입장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관객들의 모습은 이색적이었다. 그들은 흔한 공연장에서 보이는 일렬종대 좌석에 갇히지 않아 그야말로 자유로웠다. 돗자리에 삼삼오오 모여 5, 6명이 서로 마주 보고 박수를 치고 수다를 떨며 음악을 즐겼다. 연인들은 서로의 몸에 기댄 채 편하게 관람했다. 주로 20~30대 여성들이 많았는데 이들은 셀카와 동영상 촬영으로 추억을 기록했다. 양산을 펼쳐 놓고 그 아래 누워 음악을 듣는 관객도 있었다. 7세 이하는 관람료가 3000원이어서 부담 없이 나온 가족 관객들도 보였다.

돗자리 위에는 각양각색의 도시락이 펼쳐졌다. 일회용품은 공연장 입구에서 들고 입장할 수 없도록 막아 쓰레기 배출량이 많아 보이지 않았다. 캔 맥주를 비롯해 회오리 감자, 케밥, 치즈닭강정, 커피 등 즉석요리 판매대가 있어 음식을 준비해오지 않은 관객도 즐길 수 있었다.

공연을 흥겹게 한 건 단연 뮤지션들의 몫이었다. 데이브레이크, 십센치, 어반자카파, 자이언티 등 지명도 있는 실력파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개성있는 음색으로 관객들을 홀렸다. 딕펑스의 '비바 청춘'으로 시작한 공연은 팀마다 50분씩 맡았다. "♩♪♬로맨스 가득한 영화는 어때 두근두근 팝팝팝 하늘로 하얗게 날아올라('팝콘' 중)"를 부르며 낭만적인 야외 공연 분위기를 돋운 데이브레이크는 관객들을 일으켜 "니가 있어 좋다 사랑해서 좋다 ('좋다' 중)"를 함께 노래했다.

어느덧 해는 지고 쌀쌀한 밤바람 속에 밤 9시30분까지 공연은 계속됐다. 직장 동료들과 단체로 공연을 보러 왔다는 이명희(여·31·연제구) 씨는 "이런 페스티벌이 열리는 도시로 늘 원정 공연을 갔는데 집 가까운 곳에서 가볍게 봄나들이 나온 기분으로 멋진 가수들의 노래를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