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숙 작가의 희곡을 무대 올린 연극 '라랄라 흥신소'의 한 장면. 극단 더블스테이지 제공

- 시대극 등 다양한 장르 6편 담겨

마흔 살에 '늦깎이' 극작가로 데뷔한 김지숙(여·46)이 첫 희곡집 '줄무늬 팬티를 입은 남자의 고백(도서출판 해성)'을 펴냈다. 20대에 연극계를 떠났다 15년 만에 극작가로 돌아온 뒤 지난 7년간 써내려간 희곡 6편을 묶었다.

스무살, 극단 연희단 거리패에서 연극을 시작한 김 작가는 5년 정도 연극을 하다 시나리오 제안을 받으면서 영화계에 몸담게 됐다. 부산 출신이지만 대전으로 올라가 단편 영화 작업을 했다. 장편 데뷔를 앞두고 투자자와의 갈등, 사기 등을 겪은 뒤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결국 '고향' 부산 연극계로 돌아왔다. 연극을 했던 짧은 기억이 늘 꺼지지 않는 불꽃처럼 자신을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마흔, 귀향을 결심하고 부산역에 내린 그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중앙동 옛 가마골소극장 자리. 이미 연희단거리패는 부산을 떠난 뒤였다. 다시 연극을 시작할 방도를 고민하던 차에 극단 시절 안면이 있던 김문홍 극작가를 찾아갔다. '김문홍 희곡교실'을 통해 극작가로 입문했다. 다행히 시, 소설, 시나리오 등 글을 꾸준히 써왔기에 어렵지 않게 적응했다.

첫 작품 '열렬한 청취자'부터 바로 무대 오르며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2013년에는 극단 더블스테이지에 입단했다. 김 작가는 "김동민 대표와 마음이 잘 맞았다. 제가 좋아하는 그로테스크함을 김 대표가 중화시켜주며 폭넓은 작품을 하게 됐다"고 했다. 창작집에도 부조리극, 시대극, 마당극, 실험극, 블랙코미디극 등 다양한 장르의 극이 담겨있다.

2013년 초연했던 '라랄라 흥신소'는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가진 작품으로 4번이나 재공연되기도 했다. 스승인 김문홍 극작가는 그를 가리켜 "공자가 말한 '이인위본(以人爲本)', 즉 '세상 모든 것의 근본은 사람이다'라는 명제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희곡을 쓴다"고 상찬을 아끼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물었다. 도대체 15년여 잊지 못했던 연극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흔히 영화가 대중적이라고 하지만 연극만큼 대중적인 장르가 없다. 관객과 바로 호흡하고 교감한다. 희곡은 관객의 가슴에 써지는 것이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