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드보틀.

- 그루 지역뮤지션 등에 무대 제공
- 청년층에 새 음악적 경험 선사

- 레드보틀과 섬데이 운영자들
- '바이널' 김동하 대표에게 배워

로컬 인디씬의 '홈베이스'라 불리는 부산대 앞. '베이스먼트', '무몽크', '전람회의 그림', '인터플레이'가 부산 인디씬의 진원지였다면 '그루', '섬데이', '레드보틀'은 주춤하는 부산대 인디씬의 부흥기를 이끌어 갈 2세대 진원지다. 정식 공연장이기보다 펍에 무대와 악기가 설치되고 비정기적으로 공연이 열리는 라이브펍이다.

■대형스피커로 즐기는 음악 '그루'

	인디 뮤지션들의 공연을 비정기적으로 여는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자리잡은 라이브펍 그루.

자메이카 레게 싱어송라이터 밥 말리(bob marley)의 현수막이 2, 3층 높이로 걸려 있다. 그루는 지난해 3월 오픈한 펍으로 1, 2층 합쳐 60평 정도지만 실제 천장이 높고 공간이 트여있어 학과 OT, 부서 회식 등에도 대관 되는 공간이다. 음악을 자연스럽게 즐기는 흥을 의미하는 영어 'Groove'에서 따온 그루는 1980~90년대 음악다방에서 대형스피커로 음악을 즐기던 40, 50대 문화 콘텐츠 사업자와 동업자가 운영한다. 이 업소 관계자는 "이어폰이나 블루투스 스피커 소리에 익숙한 오늘날 청년들에게 새로운 음악적 경험을 주고 싶었다. 음악으로 세대 간 벽을 허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뮤지션들이나 아직 큰 무대에 서기 어려운 뮤지션들에게 작지만 따뜻한 공간을 마련해주자는 취지로 문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이곳에는 평소 영상과 음악이 흘러나온다. 매주 목요일마다 오픈 스테이지가 열리지만 공연팀 사정이나 대관 기획 등으로 다른 공연으로 대체되기도 한다. 인디뮤직을 좋아하는 팬들이 주로 찾지만, 고정적으로 30대 후반에서 50대 전후의 중장년층들이 공연마다 찾고 있다. 스카웨이커스, 곡두, 하퍼스, 겨울다방, 카우칩스 등 다양한 부산지역 인디 뮤지션들이 30여 차례 공연했고, 인디 계에서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킹스턴 루디스카, 김마스터, 단편선 등도 그루 무대에 올랐다. 해외밴드로는 모로코의 마즈덥(majdub)과 월드뮤직을 하는 일본의 듀요의 한국 첫공연이 그루에서 열렸다. 대부분 입장료가 없으며 공연 정보는 페이스북에 게재된다.

■세계 음악과 문화 교류 '레드보틀'

취재진이 찾은 날이 마침 한 달에 한두번 있는 공연이 열리는 날이었다. '레드보틀 어쿠스틱 나이츠'란 공연에 초대된 사람들이 건물 2층 30평 공간에 가득했다. 외국에는 흔한 라이브펍이지만 부산에는 흔하지 않아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다. 하지만 한국 스타일의 인테리어와 외국 펍 분위기를 적절히 섞어 한국인·외국인 모두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경성대 인디핫플레이스 '바이널언더그라운드' 김동하 대표가 부산대에서 '솔트레인', '크로스로드'를 운영하던 시절 그에게서 일을 배웠다는 이난희 대표는 '레드보틀'을 펍으로만 운영하다 지역 뮤지션들과 외국인 손님의 요청으로 2013년부터 정기 공연 시간을 마련했다. 단순히 음악을 즐기는 공간을 넘어서 문화적인 공간을 지향한 것이다.

레드보틀에는 김일두, 지니어스, 세이수미, 바비돌스, 삼볼트, 스톤드 등 지역 뮤지션은 물론 부산 지역에 거주하는 외국인 뮤지션도 무대에 오른다. 이날도 1집 앨범 'River run'을 낸 Daniel Panozzo의 무대에 이어 1집 발매를 준비 중인 스티브 C도 무대에 올랐다. 공연이 있는 날은 누구나 자유롭게 오픈마이크가 가능하다. 오픈 마이크 무대에 오른 박수지 씨는 취미로 음악을 즐기는 전시 기획 미술 비평잡지 직원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씩 오픈 마이크 무대에 섰다. 오늘은 더 흥겹다"며 소감을 전했다. 레드보틀 공연 소식은 트페이스북에 게재되지만 이난희 대표와 친구를 맺으면 더 자세한 공연 정보 받을 수 있다.

■일상의 피로를 푸는 '섬데이'

	섬데이 공연 모습

섬데이 정태현(31) 대표는 '바이널언더그라운드' 김동하 대표에게서 일을 배워 '무몽크'가 있는 건물 1층에 2011년 문을 열었다. 그는 부산대 앞을 춤, 판소리, 미술 등 전반적인 예술의 기운이 내려오는 공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섬데이는 뮤지션들이 자신이 뮤지션이 아닐 때처럼 어깨에 힘을 빼고 언제든 찾을 수 있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 뮤지션 간에 음악적 소통, 담론 같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일상의 피로를 풀고 음악을 즐기는 공간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스카웨이커스, 김태춘, 세이수미, 김일두 등 부산 로컬 가수들이 30명 정도 관객 앞에 섰다. 비정기적 공연을 열어왔지만 올해부터는 더 늘릴 생각이다. 예술을 창출하진 못하지만 예술을 만드는 사람과 소비하는 사람들을 잇는 가교가 되고 싶다는 섬데이. 이곳 공연 정보는 페이스북에 게재되며 방문 고객에게 직접 홍보한다. 김민정 기자 m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