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왼쪽)와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화상 DB

- 스티브 잡스·래리 페이지 등

- 여러 기술자·기업가 성격 탐구

- 세대 간 혁신 바통 이어받고

- 위계질서 없애 창조성 키워

트랜지스터를 발명한 세 사람(실험가 월터 브래튼, 양자 이론학자 존 바딘, 고체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은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해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하지만 리더 쇼클리는 팀원들의 진취성을 억누르고 사기를 꺾는 '독재자' 유형이었다. 브래튼과 바딘의 위대한 성취는 쇼클리가 사소한 점까지 관리하려 들며 이들을 감독하지 않는 틈에 이루어졌다.

국내에서만 70만 부가 넘게 팔린 '스티브 잡스'의 저자 월터 아이작슨이 이노베이터 : 창의적인 삶으로 나아간 천재들의 비밀을 출간했다. 이 책은 트랜지스터,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 실리콘밸리에서 월드와이드웹(www)으로 이어져 현재의 트위터·페이스북에 이르기까지 디지털 혁명을 선도한 창의적인 천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타임' 지의 전 편집장이자 밀리언셀러 전기 작가답게 저자는 각 인물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700쪽이 넘는 두꺼운 책이지만 지루하다는 느낌 없이 대하드라마를 보듯 술술 넘어간다. 이 책에서는 1840년대에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를 개척한 디지털 선지자 에이다 러브레이스부터 컴퓨터 과학의 아버지 앨런 튜링, 인텔의 로버트 노이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워즈니악과 스티브 잡스, 구글의 래리 페이지 등 현대 디지털 혁명 주역들의 흥미로운 성격을 탐구한다.

이들이 이룬 성공을 관통한 한 단어는 '협업'이다. 협업은 창조성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디지털 혁명을 이루었다. 창의적인 천재(존 모클리, 윌리엄 쇼클리, 스티브 잡스)가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면 응용 엔지니어(프레스퍼 에커트, 월터 브래튼, 스티브 워즈니악)는 개념을 구체적인 장치로 구현했다. 기술자와 기업가의 협업이다.

세대 간에도 협업은 가능하다. 최고의 혁신가들은 테크놀로지 변화의 경로를 이해하고 앞선 혁신자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들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개인용 컴퓨터의 선구자 앨런 케이의 작업을 기초로 삼았고, 앨런 케이는 마우스 발명가 더글러스 엥겔바트의 작업을 기본으로 대업을 수행했다. 엥겔바트는 인터넷의 아버지 'J.C.R. 리클라이더'와 자동 다이얼식 전화 발명가 '배니어 부시'의 작업을 기초로 삼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