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연극제 창작극에 기여했지만

-'1회용 작품' 양산하는 한계도

- "DB 만들어 관리하고 활용해야"

- 제2회 김문홍희곡상 당선작에

- 김숙경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 

'연극의 절반은 희곡'.

연극계 인사 대부분이 이 말을 금과옥조로 삼을 만큼 희곡은 연극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부산 지역 연극 현실은 소수의 희곡작가가 근근히 명맥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지난 24일 김숙경 문화판 모이라 대표의 '거기 두루마을이 있다'가 제2회 김문홍희곡상에 선정됐다. 부산연극협회는 30일 마감하는 부산연극제 IN 부문 참가 작품 조건을 '국내 작가의 창작 초연작'으로 제한하고 있다. 모두 '창작 희곡 활성화'를 위한 움직임의 하나다. '부산의 셰익스피어'를 키우는 데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창작 희곡'의 현주소와 미래를 점검한다.

■드라마, 영화로…전업작가 희소

극작가는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희곡만을 전문적으로 쓰는 경우와 희곡과 연출을 겸업하는 경우다. 일반적으로 희곡 전문 작가의 작품은 문학적 완성도 면에서, 연출가가 쓴 작품은 무대에 공연됐을 때의 효과 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평가받는다. 

부산희곡작가협회에 소속돼 활동하는 작가는 15명 남짓인데, 연출을 겸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극단 자유바다 정경환 연출가가 대표적이다. 2012년 '올해의 희곡상'을 받은 그는 1995년부터 직접 극을 쓰고 연출하며 창작극에 매진해왔다. 배우로 시작해 극작과 연출을 겸하는 이들도 있다. 극단 바다와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최은영 대표, 미지씨어터 양지웅 대표, 2013년 전국연극제 4관왕 '운악'을 쓴 양효윤 작가 등이다. 

전업으로 희곡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개 연극이 아닌 다른 본업을 갖고 희곡을 쓴다. 2008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자랑스러운 희곡인상'을 받은 김문홍 극작가 역시 30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극작 활동을 했다. 연극만으로 생계를 해결하기 어렵다 보니 학원강사, 방사선사 등 연극과 전혀 무관한 직업을 갖고 작품 활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역 연극인은 "희곡은 연극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쓰기가 어려운 데다 공연이 되지 않은 희곡은 의미가 없어 돈을 벌기도 어려워 희곡작가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 영화 시나리오작가를 더 선호하는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창작 희곡의 미래를 위해 

부산 지역의 창작 희곡 발전에 적잖은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부산연극제다. 부산연극제는 2005년 '국내 작가의 창작극으로 초연 작품에 한하여 참가할 수 있다'고 참가 조건을 변경했다. 이전까지 이미 검증된 서울 지역 유명 작가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후 창작 희곡이 어느 정도 활성화된 것은 모두 인정하는 사실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나면서 한계가 드러난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한 연극인은 "연극제 출품용 일회용 희곡만 양산되고 있다. 대회 이후 실제 극장에서 상연하기 적합하지 않아 사장되고 만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 다른 연극인도 "창작 희곡에 국한한 것이 오히려 연극제의 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있다"며 "대회를 앞두고 급조하는 경우도 많은데, '창작'이란 미명 하에 묵인해주면서 실제 희곡 발전과는 괴리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한 사람들' 최은영 대표는 "창작 희곡은 부산 관객과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필요하다"면서 "창작 희곡을 목록화하는 등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저작권을 보호하면서도 적합한 방법으로 공유하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