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도 뒤늦게 대상자 늘렸지만
- 고령층 등 20% 혜택 받지 못해
- 現 소진율 60%…사업 종료 임박
- 발급편의·사용처 다양화 과제

저소득층에 문화 복지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도입한 문화누리카드 사업 예산이 충분한 수요 조사 없이 편성되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올해는 정부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극복을 위한 경기 회복을 위해 예년보다 많은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문화누리카드 소진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시의 문화누리카드 예산은 카드사업비 약 74억 원과 기획사업비(카드 미발급 저소득층 대상 공연·여행 등 제공) 6억 원, 인건비와 홍보비 등 총 82억6400만 원이다. 문제는 저소득층 상당수가 문화누리카드를 반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문화 복지 기회 제공 차원에서 제도를 도입했지만, 문화 향유 교육 및 편의 제공 등에 대해 소극적이면서 제도 취지가 겉돌고 있다. 게다가 올해는 경기 부양 차원에서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휴면' 문화누리카드가 크게 늘었다.

올해 시의 문화누리카드 발급률(지난 18일 기준)은 82%, 예산 소진율은 60%에 불과하다. 카드사업비는 약 74억 원으로 총 14만7800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아직 2만5000여 명이나 카드를 발급받지 않았다. 카드발급자가 사용한 금액도 44억5000만 원에 그쳐 29억5000만 원이나 남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카드발급률은 100%(6만6894장), 예산 소진율은 75.18%(41억5000만 원)였다. 2013년은 각각 99.2%(6만4764장), 71.7%(23억2000만 원)였다. 카드 발급 기한이 다음 달, 카드 사용 기한은 내년 1월까지임을 감안하면 사업 종료 전에 예산을 소진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정부가 수요 조사 없이 문화누리카드를 남발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부산 14억 원 등 전국적으로 150억 원의 추경 편성을 결정했다. 이에 부산의 문화누리카드 예산은 약 68억 원에서 82억6400만 원으로, 발급 가능 인원은 애초보다 1만6000여 명 늘었다.

뒤늦게 늘어난 예산 탓에 시는 지난 4월까지 카드 발급을 완료하고 이후 카드 사용을 독려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지난 7월부터 다시 카드 발급에 나섰다. 하지만 카드 사업에 관심이 있는 대상자는 대부분 상반기 중 자발적으로 발급을 받아 미발급자는 대부분 고령층·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문화누리카드에 관심이 없는 계층으로 추정된다. 사회복지연대 박민성 사무처장은 "평생 영화 한 편 안보던 사람에게 문화복지는 낯선 정책일 수 있다.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 카드발급과 사용이 쉬운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누리카드

공연·영화·전시·스포츠 관람과 도서·음반 구매 등을 할 수 있는 통합문화이용권. 6세 이상의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이 주민센터나 온라인에서 카드를 발급받으면 1인당 연간 5만 원까지 사용할 수 있다.

◇ 연도별 문화누리카드 사용 현황  (11월 18일 기준) 연도 카드사업비 카드발급률(%) 예산 소진률(%) 2015 74억 원 82.83 60.15 2014 55억 원 100 75.18 2013 32억 원 99.2 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