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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가 도사린 인생의 바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해양소설가 유연희 '날짜변경선'…4년 만에 두 번째 소설집 발간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8-26 19:31:00
  •  |   본지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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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소설가 유연희 씨. 전민철 기자
- 실습선 등 항해 체험 반영

1. '파도는 하루에 팔천육백 번 정도 쳐댄다던가'.

2. '육지에서는 놀이기구도 못 탄다던 실항사지만 배에서는 못 하는 게 없다. 바다와 배, 제도가 그렇게 만든다'.

3. '갈매기가 있으면 기상도를 체크하지 않아도 마음이 놓였다. 배가 육지의 자장권에 있고 여차하면 항구로 피항할 수 있으니. 첨단 과학이 잡지 못하는 자연의 기미를 감지하는 새들이 놀랍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지만 자연에서 오래전에 쫓겨난 자식들인지도 모른다'.

위의 1, 2, 3번 문장을 차례대로 요약하면 이렇다. 1. 파도는 하루에 8600번 정도 쳐댄다.(인생이 그렇다.) 2. 부딪혀 보면 사람에겐 평소엔 자신도 몰랐던 놀라운 적응력과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인생이 그렇다) 3. 그러나 막상 일을 제대로 해보려 하면 그동안 편한 것만 추구하던 현대인에게선 퇴화해버린 능력이 참 많다.(그걸 느끼는 게 인생이다.) 작가는 묻는다. 자,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바다 위에 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지역 문단 중견 작가이자 해양소설가로 입지를 탄탄히 한 유연희 씨가 최근 펴낸 두 번째 소설집 '날짜변경선'(산지니)에 실은 단편소설 '어디선가 새들은'은 매우 인상 깊은 작품이다. 위의 1, 2, 3번은 모두 '어디선가 새들은'에서 인용한 문장이다.

이야기를 단단히 압축해 압축미가 있고, 상징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소설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하며, 생각지 못한 반전의 요소를 품었을 때 단편소설은 매력이 커진다. '어디선가 새들은'은 이런 요소를 고루 갖췄다. 해양소설 또는 해양문학 작품이 흔히 놓치곤 하는 '독자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만한 삶에 관한 질문'도 안 놓친다.

'날짜변경선'은 유연희 소설가가 4년 만에 펴낸 소설집이다. 김만중문학상을 받은 표제작 중편소설 '날짜변경선', 부산 항만에서 가장 거대하고 눈에 잘 띄는 존재이지만, 좀체 문학이나 예술에서 다루지 않은 갠트리크레인 CG-5를 주요한 요소로 그린 '붉은 용골' 등 작품 7편을 실었다. '신갈나무 뒤로'와 '유령작가'를 제외하면, 5편은 해양소설이다. 해양소설가로서 유 작가의 공력과 지향을 알 수 있다.

그는 부산에 기반을 둔 한국해양문학가협회 회원이다. 1956년생인 그의 고향은 부산이다. "온천장에서 태어났어요. 가슴이 설레도록 예뻤던 동래권번의 기생들 모습을 자주 보며 자랐죠. 외가는 영도였어요. 외가에 가느라 영도다리를 건널 때마다 물씬 다가오는 바다의 냄새, 육지와 완연히 다른 공기와 풍습과 풍경을 느꼈죠."

그렇게 시작한 유 소설가의 바다 사랑은 줄곧 이어졌다. "지금도 커다란 위험과 미지가 도사린, 생사를 기약할 수 없는 바다로 뚜벅뚜벅 배를 타고 나가는 이들을 보면 의문과 신비가 생깁니다." 그가 해양소설을 쓰는 근원적 이유다.

소설집 '날짜변경선'은 항해의 과정과 배, 바다의 모습과 상황을 세심하게 취재해 반영한 작품이 많아 인상 깊다. "한국해양대 실습선을 타고 몇 차례 항해를 체험했고, 한국해양문학가협회 소속 동료들의 도움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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