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안의 성벽 남문에서 지난 7일 '몽장안(夢長安·Changan Impression)' 공연이 끝나자 관객이 출연진과 자유롭게 사진을 찍고 있다.

중국 시안(西安)을 닷새(지난 4~8일) 여행하는 동안 역사유적과 관광지에서 많이도 접한 표현이 "1100년간 13개 왕조의 수도였던 시안"이었다.

BC 11세기 주나라가 은나라를 쳐 없앤 뒤 지금 시안의 일부인 호경에 도읍을 둔다.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의 무덤과 병마용이 있는 곳도, 한나라 당나라의 수도였던 곳도 시안이다. 수나라의 첫 도읍도 장안, 오대십국을 거쳐 신망 전조 전진 대하 후진 서위 북주 등 이름도 낯선 왕조가 수도로 삼은 곳도 장안이다.

그러니 이 도시에서 관광지란 곧 역사유적이다. 그걸로도 모자랐는지 시안의 역사관광지 곳곳에서는 역사와 전통을 문화콘텐츠로 가꾼 상설공연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었다. 시안에 머문 4박 5일, 나름 부지런을 떨어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은 공연 3편을 보았다.

요즘 시안에서 인기가 높은 대규모 역사테마파크 '대당부용원(大唐芙蓉園)의 '몽회대당(夢回大唐·Dream Back to Great Tang Dynasty), 저 유명한 시안 역사관광지 화청지의 수상무대에서 펼치는 그 유명한 '장한가(長恨歌·A Song of Everlasting Sorrow), 시안의 명물인 성벽(City Wall)의 남문 일대를 광활하게 무대로 활용하는 '몽장안(夢長案·Changan Impression)이었다.

실내극장에서 본 '몽회대당'은 당나라 번영을 배경으로 화려한 궁중춤, 서역인 춤, 군인의 위용을 짜임새 있게 보여줬다. 객석이 산만하고, 그간 이런저런 공연 문화상품을 접해온 관객에게는 그렇게 큰 감명은 주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화청지의 '장한가' 앞에서는 솔직히 깜짝 놀랐다. 당 현종과 양귀비가 사랑을 나눈 온천이고, 한무제부터 현대의 중국과 세계 지도자가 숱하게 다녀간 화청지의 호수 위 무대에서 매주 목~일요일 공연하는데 수천 명 관객이 끝없이 몰려드는 데 놀랐다. 이보다 화려할 수 있을까 싶은 공연 영상 음향 특수효과도 이어진다.

화청지 뒷산이 여산이다. 주나라 유왕(재위 BC 782~771)이 애인 포사를 웃기려고 가짜 봉화를 올렸다가 나라를 말아먹은 산이다. 공연 절정 즈음 암흑에 휩싸인 여산에 불이 들어온다. 산 전체를 별과 달이 뜬 배경으로 활용한다. 이 스케일 앞에서 깜짝 놀랐다. 공연 끝나는 시간과 시안 시내로 가는 버스 막차시간이 거의 겹쳐 개별여행자로서는 불안해서 집중이 안 된 건 단점이다. 일부 장면은 영상이 너무 화려하고 강해 무대 위 춤꾼의 춤과 기예가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단점도 분명했다.

그런 점에서 시안 성벽 남문의 '몽장한'은 관객 참여도가 높아 무척 짜릿했다. 공연은 시안 성벽 바깥의 '공공광장'에서 시작한다. 관람객도 이때 출연진과 함께 성 바깥 광장으로 나간다. 시민이 통행하는 공공광장을 이 공연을 위해 통제하는데도 시민은 별 불평이 없다. 오후 8시30분 공공광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뒤 성안으로 들어가 2부 공연을 한다. 이때 관람객도 퍼레이드에 동참해 함께 성으로 들어간다. 명나라 시대 옛 성을 무대로 활용하면서 관객 참여도를 높인 '몽장한'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엄청난 역사문화유산을 갖고도 명소의 특징을 반영한 새로운 공연예술 콘텐츠를 다채롭게 만들어내는 시안의 자세는 부산에도 참고가 될 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