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밴드 결성 8년 만에 그간의 행보를 총정리해 22곡을 꾹꾹 눌러 담은 첫 번째 정규앨범 'Riddim Of Revolt(저항의 리듬)'를 발표하고 지금껏 공중파 방송은 물론 전국의 크고 작은 공연장을 도는 것도 모자라 각종 집회 현장에도 시시때때로 출몰하는 부산 유일(=최고) 8인조 스카 밴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축지법을 쓰는지 의심할 정도로 파이팅 넘치게 활동해온 스카 웨이커스(이광혁·드럼, 정세일·보컬, 최정경·색소폰, 천세훈·트럼펫, 이준호·트롬본, 이종현·베이스, 박재영·건반, 안병용·기타)가 또다시 스카와 레게의 제철 여름을 맞아 부산록페스티벌, 창원 몽크 재즈페스티벌, 클럽 공연들까지 밀려드는 스케줄과 힘차게 싸우고 있다. 공연들에 쫓기는 와중에 이대로 마냥 우리의 여름을 빼앗길 수 없다며 그들이 속해 있는 레이블 '루츠레코드'의 단합 엠티까지 야심 차게 계획하고 있다.

■ 민중가요 노래패에서 변신

스카 웨이커스는 전국의 민중가요 노래패 중 당시 가장 인기가 있었던 부산대 민중가요 노래패로 처음 음악을 시작하였으나, 민중가요의 정신은 이어가되, 정형화된 틀을 깰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창작곡을 만들기 시작했고, 결국, 노래패에서 인디밴드로 변신하여 학교 밖으로 나왔다. 수많은 장르 중 스카를 선택한 이유는 2007년 당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 초청된 '도쿄 스카파라다이스'의 신명 나는 무대를 목격하고 감명을 받은 보컬 정세일이 다른 멤버들을 꼬드겼기 때문이다. 의외로 별다른 반발 없이 "한 번 해보지, 뭐"라며 그렇게 의기투합하게 되었다. 다만, 색소폰, 트럼펫, 트롬본 등 브라스를 맡을 멤버를 정하는 데 어려움은 있었다. 만져본 적도 없는 고가의 악기를 사야 하고 배워야 하니까 공평하게 가위바위보로 결정했고, 꼴찌를 한 최정경이 가장 비싼 색소폰에 당첨되었다. 노래패 시절에는 예술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생각했으나 인디밴드 활동을 하면서 예술 활동 자체가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예술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다.

■ 다양한 연령층 관객 동원력

지금도 '집회전문 밴드'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각종 집회 현장에 출몰하고 있다. 예전에는 '노래패 출신'이라는 편견 탓인지 '실력도 없으면서 데모하려고 인디밴드 하는 거냐'는 비판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버텨오며 실력과 색깔을 만들어가는 동안 그런 논란들은 정리된 것 같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어쩌면 그들이 오랫동안 '반핵'을 부르짖으며 춤을 추며 노래해 온 것이 정부가 노후 원전인 고리 1호기를 폐쇄하기로 한 것에 크든 작든 간에 분명한 영향을 끼친 게 아닐까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있다.

어지간한 유명 밴드도 채우기가 쉽지 않은 대형 공연장을 매번 가득 채우는 관객 동원력을 자랑하는 스카 웨이커스는 '부산 지역 아이돌'이란 별명도 지니고 있다. 그간 여기저기서 무료 공연도 많이 해왔고 다양한 사람과 연대해온 만큼 단독공연을 열 때면, 그렇게 인연을 맺은 분이 많이 찾아와 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유독 스카 웨이커스의 공연에는 여느 인디밴드 공연과 달리 다양한 연령층, 특히 가족 단위 팬이 가득하다. 어르신과 미취학 아동까지 함께 스카 리듬에 춤추며 어울리는 '할아버지 할머니 노래하시고 아들 손자, 며느리 함께 불러요' 같은 훈훈한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이 스카 웨이커스 무대의 또 다른 강점이라 할 수 있다.

■ '60년 계약'…밴드 활동이 1순위

취업준비생부터 문화예술 기획 ,악기레슨, 직장인, 프리랜서 등 각자 다양한 직종에 종사하는 스카 웨이커스의 멤버들이 지금껏 합주, 공연, 집회공연, 버스킹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멤버 모두 밴드 활동을 1순위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연 페이 등 음악으로 번 돈은 합주실 유지비, 앨범 제작비 등 밴드를 유지하는 데 몽땅 털어 넣고 있다. 혹시나 불만 있는 멤버도 있지 않을까 걱정도 들지만 이미 멤버 전원이 5년 전에 60년 계약을(그래도 종신계약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했다고 한다. 프린트로 계약서도 뽑아 지장까지 모두 찍었다. 현재 55년 남았다. 그 사이에 멤버 중 누구 하나 세상을 떠난다면 명백한 계약 위반으로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7명의 사내와 늘 함께 움직이는 홍일점 멤버 최정경에게 애로사항은 없는지 물으니 함께 족구를 하고 난 뒤 사우나 갈 때 혼자 다른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할 때 외엔 단점이 없다고 한다.

■ "부산에 우리 공연 보러 오세요"

각자 개성이 뚜렷하고 유행에 민감하지도 않으며 '볼 테면 봐라. 좋아할 테면 좋아해라'는 식으로 친절하지도 않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부산 로컬 인디 신의 장점이지만(그만한 내공이 있으니 가능한 태도라고 한다) 서울보다 홍보와 유통이 어려운 점이 부산 로컬 인디 신의 단점이라고 지적한다. 다른 지역 공연을 갈 때 8명의 멤버와 악기, 장비까지 움직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언젠가는 서울이든 다른 지역에서든 부산에서 연주하는 우리를 보러오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좋겠다고 한다. 밴드 스카 웨이커스의 최종 목표를 묻자 "세상이 조금이라도 살기 좋게 바뀌는 데 힘을 더하고 싶다. 정 안되면 우리끼리라도 그렇게 살고 싶다. 평등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해체 안 하고 60년 계약을 지키는 것"이라 대답한다. 모두 식이섬유와 오메가3 비타민이 풍부한 식단으로 삼시 세끼 각자 잘 챙겨 무병장수하여 끝까지 계약을 지키길 기원해본다.

작가·다큐멘터리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