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 무용예술 큰잔치'에서 춤사위를 펼치고 있는 이매방 명인. 출처=우봉 이매방 춤 보존회

- 어제 향년 88세 노환으로 별세
- 일곱살에 승무 배워 80년 외길
- 승무·살풀이춤 분야 예능 보유

- 명인의 부음 접한 김진홍 선생
- "장삼 날릴 땐 학처럼 고고했다"

"아하, 거참…. 며칠 전이었어요. 꿈에 우리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얼마나 요란하던지 천둥소리 같았어요. 두려움에 떨면서 문을 열어보니 이매방 선생님이 서 계신 거에요. 선생님이 절 보시고 양손을 잡으시더니 넙죽 절을 하시더군요. 깜짝 놀라 얼떨결에 맞절을 올렸어요. 선생님 옆구리 쪽에서. 선생님이 살짝 웃음 지으셨는데, 그 표정이 얼마나 해맑던지…. 이렇게 가시려고 절 찾아오신 거였군요."

'한국춤의 거목' 이매방(향년 88세·사진) 명인의 부음을 접한 김진홍(80)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원로 전통춤꾼인 그는 동래한량춤 명무이자 이매방류 승무에 자신의 창작무를 넣어 김진홍류 승무를 완성했다. 김진홍 선생은 1952년 이매방 명인을 처음 만나 승무를 배웠다. 두 사람은 60여 년간 춤 선생과 제자의 사이를 넘어 동료, 친구와 같은 예술적 친분을 이었다. "선생님께 남방춤을 처음 접했지요. 승무는 어땠고요. 버선발을 치는 것 하며, 장삼을 날릴 때는 정말 학처럼 고고한 모습이었어요. 거기에 홀딱 반한 것이죠."

우봉(宇峰) 이매방(본명 이규태) 명인이 7일 오전 9시께 삼성서울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 한국춤의 한 시대가 진 셈이다. 이 명인은 생전에 유일하게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제97호 살풀이춤 등 두 분야의 예능보유자였다.

1927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난 이 명인은 7살의 나이에 목포 권번(기생조합)에서 춤을 배웠다. 그가 80년 넘게 전통춤 외길을 걷게 된 시점이다.

6년간 권번에서 전통춤의 기본을 익힌 그는 이대조 선생에게서 승무를, 이창조 선생에게서 검무를 배웠다. 초등학교 재학 시절에는 5년간 중국에 살면서 전설적인 무용가 매난방에게서 칼춤과 등불춤을 배우기도 했다. 15세 때에는 우연한 기회에 판소리 명창 임방울의 공연에서 승무를 추면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이 명인이 추는 춤은 승무, 살품이춤 외에도 입춤, 검무, 장고춤, 승천무, 고무, 소고춤, 한량무 등 무려 열아홉 가지에 달한다.

특히 오늘의 이 명인을 있게 한 승무는 한영숙류 승무와 쌍벽을 이룬다. 호남형 승무인 이매방류 승무는 긴 장삼을 얼기설기 공간으로 뿌리치는 춤사위, 비스듬히 미끄러지듯 내딛다가 날듯한 보법(步法) 등이 특징. 이 명인은 전통춤 특유의 '정중동(靜中動)' 품위를 놓지 않으면서도 격렬한 동작을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명인은 한국춤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린 주인공이기도 했다. 1992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올림픽 개막 축하 공연, 1998년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 초청 공연 등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제자들이 마련한 '우봉 이매방 전통춤 공연' 때 직접 무대에 올라 호남 기방예술의 전통계보를 잇는 입춤을 선보이는 등 고령에도 무대에 서고 싶어 했고, 그렇게 하려고 연습에 매진했다.

옥관문화훈장(1984), 프랑스 예술문화훈장(1998), 임방울 국악상(2004), 제12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공로상(2011) 등을 받았다.

유족으로는 부산에서 주로 활동하는 전통 춤꾼 부인 김명자 여사와 딸 이현주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4호실. 발인은 10일 오전, 장지는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문형리 가족공원묘지.

◆ 이매방 명인은 · 1927년 출생. 전남 목포 출신 한국무용가 · 1933년 할아버지 이대조에게서 춤 배워 · 1951년 부산에 무용연구소 개설 · 1953년 부산, 1954년 광주에서 발표회 · 1976년 부산시 눌원문화상 · 1984년 옥관문화훈장 ·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27호 승무 보유 · 1990년 중요무형문화재 97호 살풀이춤 보유 · 1995년 성옥문화상 · 1996년 용인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역임 · 2004년 임방울 국악상, 세종국악대상 · 2011년 제12회 대한민국 국회대상 공로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