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김정근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 영화사 시네마달, 오민욱 감독 등 제공

- 독립영화協 비평집서 기획 다뤄
- "극영화보다 돈·시간 적게 들어"
- 제작지원 통해 공동체도 증가

최근 몇 년 새 부산 영화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장르가 '다큐멘터리'다. 전국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거둔 다큐멘터리가 잇따라 나오면서 그동안 주류를 차지했던 극영화보다 더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부산 다큐멘터리 잇단 성과

	오민욱 감독의 '범전' 스틸 컷.

부산 다큐멘터리 감독의 활약이 눈부시다. 먼저 박배일(35) 감독의 '밀양 아리랑'이 지난달 열린 서울환경영화제 관객심사단상과 환경영화부문 대상 2관왕에 올랐다. '밀양 아리랑'은 밀양 송전탑 건설 반대 현장의 주민을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다음 달 2일 전국 극장 개봉도 확정돼 더 많은 관객과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오민욱(31) 감독의 다큐멘터리 '범전'도 국내 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받았다. 한국 현대사의 소외 지역인 범전동과 그곳 사람들을 담으며 사라지는 풍경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범전'은 지난달 제20회 인디포럼과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지난해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김정근(34) 감독의 '그림자들의 섬'은 지난 1일 캐나다 '토론토한국영화제'에서 상영됐다. 이 영화제는 지난해 한국영화 화제작을 모아 상영하고 있다. '그림자들의 섬'은 한진중공업 노동자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이 밖에 지난해 '악사들'을 극장 개봉했던 김지곤(34) 감독은 '할매' 시리즈 마지막 편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김영조(45) 감독도 영도의 공간과 사람을 다룬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반 작업을 마치는 대로 하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다.

■ 젊은 영화인 공동체 활약

	박배일 감독의 '밀양 아리랑'

부산 영화계도 다큐멘터리 장르의 활약을 눈여겨보고 있다. 부산독립영화협회는 올해 비평집 '인디크리틱' 특집호로 부산 다큐멘터리 감독의 작품 리뷰와 대담 등을 싣기로 했다. 인디크리틱 편집장인 박인호 영화평론가는 "1990년대 조성봉, 계운경, 김영조 감독 이후 다큐멘터리에서 극영화로 장르가 쏠렸다. 그런데 2000년대 후반부터 김지곤, 박배일, 김정근 등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의 활약이 두드러지며 오히려 분위기가 다시 다큐멘터리로 쏠리고 있어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특집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큐멘터리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뭘까. 동의대 영화학과 김이석 교수는 "극영화는 영화 시스템을 갖춰야 해 돈과 시간이 필요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노력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어 상대적으로 많은 작품을 제작할 수 있다. 또 사회적 메시지가 강했던 이전의 다큐멘터리와 달리 요즘 감독들은 공간과 사람에 관심을 둔 다양한 형식의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어 전국에서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2013년부터 '부산영화제작지원사업'에 다큐멘터리 부문을 신설해 안정적인 자금 마련이 가능해진 점과 더불어 작업을 함께 하는 다큐멘터리 공동체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김지곤 오민욱 감독의 '탁주조합', 박배일 문창현 감독의 '오지필름'이 대표적이다. 김 교수는 "부산의 다큐멘터리 감독들은 영화운동가의 느낌을 준다. 비슷한 다큐멘터리 방향을 지향하는 이들이 모여 서로 작업을 도와주며 계속해서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것도 다양한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지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